▲ 뇌의 활력을 높이는 7가지 핵심 요소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뇌 건강을 근본부터 다져 주는 요소들
지금 우리는 빠르게 사고하고, 많은 정보를 소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이나 도구들이 소개되고, 실제 효과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이러한 프로그램이나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마치 피트니스를 통해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다양한 인지적 챌린지를 통해서 인지능력을 훈련하는 접근법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부분은 뇌가 능력을 발휘하는 기반은 뇌의 건강이고, 뇌의 건강은 타고난 지능이나 인지훈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 관계, 삶의 방향성 등 대부분의 중요한 선택과 행동은 결국 뇌의 상태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뇌의 성능은 고정된 능력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 습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뇌의 상태, 즉 뇌 건강을 근본부터 다져 주는 핵심 요소를 알고 이를 체크리스트 삼아 자신을 관리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뇌 건강의 핵심 요소는 다음의 7가지로 추렸다. 집중력, 스트레스 관리, 영양, 운동, 수면, 사회적 관계, 그리고 삶의 의미와 목적이다. 이 요소들은 단순히 건강한 뇌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더 깊이 있고 밝은 에너지 상태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
[1] 집중력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힘
보통 ‘마음챙김’이라고 번역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는 의식을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하면서 내면과 외부의 상황이나 현상을 분별하지 않고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완된 집중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보통 집중은 어떤 하나의 대상에 의식을 모으는 내면의 긴장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마인드풀니스에서의 집중은 특정한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의식이 내면과 외부로 열려 있되 대상을 따라가지 않고 지금 여기에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뇌를 촬영한 영상 분석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완된 집중을 꾸준히 훈련하는 경우 학습과 기억, 메타 인지와 관련된 전두엽과 해마 부위의 회색질이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의식적인 선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의 집중을 어렵게 만드는 끊임없는 감각적 자극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의식을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하는 능력은 그만큼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호흡에 집중하거나, 몸의 감각을 느끼거나, 걷기 명상을 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훈련을 통해서도 마음은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복잡한 생각이 가라앉는다.
[2] 스트레스 관리
신경회로를 보호하는 기술
스트레스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단기적인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이고, 삶에 흥미를 더하며, 동기부여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가져온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위축되고, 판단력과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기능이 떨어지며, 반응성과 불안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지나치게 활성화된다. 자신이 스트레스 반응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모드를 바꾸어 스트레스 상태에서 벗어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복식호흡, 이완 명상, 걷기, 운동, 일기 쓰기 같은 방법은 몸을 ‘긴장 모드’에서 ‘회복 모드’로 전환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 삶에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고,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스트레스의 영향에서 벗어나 균형상태를 되찾는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이완된 집중은 이러한 회복력을 키우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이다.
[3] 영양
뇌에 양질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법
자동차의 엔진이 최고의 성능을 내려면 좋은 연료를 넣어 주어야 한다. 뇌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먹느냐가 뇌의 기능과 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는 단당류의 일종인 포도당(글루코스)을 연료로 한다. 포도당을 뇌에 공급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설탕 같은 단당류를 먹는 것이겠지만, 여기에는 혈당조절 장애와 과체중 등 여러 가지 다른 부작용이 따른다. 포도당을 안전하게 공급하려면 통곡물을 비롯해 자연 섬유질을 많이 함유한 탄수화물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뇌 세포막을 보호하고, 뇌 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전선의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망의 피복을 유지하기 위해 오메가-3 지방산 공급도 필요하다. 오메가-3 지방산은 생선, 아마씨, 호두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와 더불어 베리류, 녹색 채소, 강황 같은 항산화 식품은 염증을 줄이고 뇌세포 손상을 막아 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장과 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장내 미생물 상태가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기분 관련 신경전달물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식이섬유와 발효식품이 풍부한 식물 기반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장 건강과 뇌 건강에 모두 이롭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히 신체활동을 위한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먹는 행위를 통해 맛과 향으로 뇌에 자극을 주고, 뇌에 에너지원을 공급하며, 신경망을 건실하게 유지 보수하는 원재료를 제공한다.
[4] 운동
몸을 움직이면 뇌가 깨어난다
운동은 단순히 육체를 위한 활동이 아니다. 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와 산소 공급량을 늘리고, 뇌세포 성장에 필요한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분비를 촉진한다. 운동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뇌의 가소성을 증대시키며, 새로운 뇌세포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은 기억력을 비롯해 뇌의 정보 처리 속도를 높여 주고, 근력 운동은 기분 안정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 상태일 때,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정도로도 뇌의 모드를 리셋할 수 있다.
걷기나 달리기를 하면서 피부에 닿는 바람의 느낌, 주변의 소리나 냄새 등을 인지하는 것은 뇌에 다양한 자극을 주고, 뇌의 여러 부위를 잇는 새로운 연결망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운동의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동작이나 새로운 코스를 시도함으로써 뇌의 연결망을 풍부하게 하면 뇌를 더 유연하게 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운동은 심장이나 근육을 단련시킬 뿐 아니라, 뇌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5] 수면
뇌를 정비하고 재생하는 시간
수면에 관한 가장 큰 오해의 하나는 잠자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면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일광절약시간(Day Light Saving)의 변경일에 나타나는 심장마비 건수의 변화이다. 미국의 경우 일광절약시간이 시작되는 일요일의 다음 날인 월요일에 심장마비 건수가 평균보다 20퍼센트 정도 증가하고, 가을이 되어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다음날에는 평균보다 20퍼센트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일 평균 교통사고 건수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이 같은 사례들은 수면 사이클과 수면 시간의 갑작스러운 변동이 우리 몸과 뇌에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면은 뇌가 회복하고 정리하는 시간이며, 손상된 세포를 치유하고 복원하는 시간이다. 수면 중에 기억이 정리되고, 필요 없는 신경 연결이 제거되며, 뇌 속 노폐물이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을 통해 배출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단순히 피곤한 것을 넘어 집중력 저하, 감정 불안정, 면역력 약화, 창의성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난다. 수면 부족이 오래 누적되면 우울증, 치매, 심혈관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뇌와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위해서는 하루 7~9시간 정도의 수면이 요구된다.
수면 시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다. 방해받지 않는 양질의 수면이 필요한 것이다.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규칙성과 수면 위생이다. 낮 동안 적정한 신체활동이 이루어지고, 저녁 식사는 잠자리에 들기 3~4시간 전에 마쳐 충분한 소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술을 피하고, 텔레비전이나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며, 실내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둡게 한다. 잠들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는 기도나 명상 등의 루틴을 만드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6] 사회적 관계
뇌를 활성화하는 따뜻한 연결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다. 우리가 타인과 연결될 때 뇌는 감정 조절과 공감 능력, 동기와 판단력을 조율하는 여러 회로를 활성화한다. 실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하거나, 진심 어린 포옹을 나누거나, 함께 웃는 순간에 옥시토신이라는 유대 호르몬이 분비되어 안정감과 신뢰감을 높여 준다.
반면,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은 만성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고, 면역력을 약화시키며, 우울증과 치매의 위험성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을 ‘공공 건강 위기’로 분류하며, 적극적인 관계 회복이 건강 수명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관계는 단순히 많은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니다. 깊이 있는 대화,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친한 친구와의 주기적인 만남, 가족과의 식사 시간, 공동체 봉사 활동, 독서 모임 등은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인지적 활력을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뇌는 결국 연결 속에서 활력을 얻는다.
[7] 의미와 목적
뇌의 나침반 역할
삶의 방향이 분명할 때 뇌는 놀라운 집중력과 회복력을 발휘한다.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뇌의 보상 회로가 활성화하고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에너지와 동기가 지속적으로 유발된다. 이는 단순한 감정 반응이 아니라, 실제로 뇌의 생리학적 반응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삶에 뚜렷한 목적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 우울증, 인지 저하의 위험이 낮고 평균 수명도 더 길다. 특히 은퇴 이후에도 명확한 삶의 의미를 유지한 사람들은 뇌 기능 저하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미와 목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거창하거나 외부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자신의 루틴을 행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삶의 본질을 느끼고, 누군가를 돕고,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적 실천을 꾸준히 하는 등 우리의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명확한 목표는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견디고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 큰 도전 앞에서도 ‘왜 이 일을 하는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견디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발견한 삶의 의미는 뇌가 작동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기능을 한다. 방향이 분명할수록 뇌는 스트레스에 잘 견디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창의성을 발휘한다.
삶을 더 밝고 깊이 있는 상태로 이끄는 방식
똑똑하거나 빠르기만 한 뇌는 완전하지 않다. 진정으로 잘 작동하는 뇌는 균형 잡히고 유연하며, 감정과 이성을 조화롭게 다루는 감각이 깨어 있는 뇌다.
집중력, 스트레스 관리, 영양, 운동, 수면, 사회적 관계, 삶의 목적 등의 요소는 서로 맞물리며 작동한다. 운동이 수면을 돕고, 수면은 감정을 안정시키며, 안정된 감정이 관계의 질을 높이는 식이다.
이 통합적인 두뇌 웰니스 방식은 단순히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삶 전체를 더 밝고 깊이 있는 상태로 이끈다.
글_스티브 김 IBREA Foundation 이사. 《공생의 기술》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