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셀럽]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씩 먹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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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과 환경오염_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강신호 소장

브레인 100호
2023년 08월 17일 (목)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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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과 환경오염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세상살이의 다양한 이슈를 ‘뇌’의 관점에서 풀어보는 브레인셀럽.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강신호 소장을 브레인셀럽으로 초대해 플라스틱과 환경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학자이면서 자연생태를 연구하는 강신호 소장은 2012년부터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쓰레기 제로 분야의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플라스틱 프리》,《자전거로 충분하다》 등이 있습니다.

▲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


우리 주변을 에워싼 플라스틱 환경

모든 물질은 분자들이 모여 덩어리가 되거나 액체가 되거나 기체가 되는데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만든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여러분이 많이 쓰는 컴퓨터, 장난감, 페트병, 병뚜껑, 문구류, 바닥재… 이런 것들이 다 플라스틱이죠. 심지어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도 플라스틱입니다. 보통 포장재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일회용품, 농사지을 때 멀칭 또는 비닐하우스에 쓰는 비닐, 음식을 덮는 비닐 랩도 다 플라스틱이죠. 액체 형태의 플라스틱도 있어요. 페인트 같은 도료용 합성수지가 그 한 종류예요. 사실 생활 소비재 중에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는 영역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소비량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42.7킬로그램에 이릅니다. 이는 결코 자랑스러운 수치가 아니에요. 플라스틱이 매우 심각한 환경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가 이렇게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이렇게 계속 써도 될까 하는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2050년이 되면 바닷물 속에 있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의 무게가 더 많이 나갈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세계보건기구에서 수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생수병 259개를 구입해 분석해보니 그중 93퍼센트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고 해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종이로 되어 있지만 내부는 폴리에틸렌이라고 하는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코팅막 표면에서 미세하게 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옵니다. 종이컵에 탄 일회용 커피 안에 많으면 2만 5,000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고, 만약 이를 하루에 세 잔 마신다면 7만 5,000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오는 경로

우리가 생활용수로 쓰고 내보내는 물속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폐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다른 찌꺼기와 함께 침전됩니다. 침전물 덩어리를 농지에 뿌리게 되면 이번에는 토양을 오염시키죠. 비가 오면 빗물에 씻겨서 하천과 강으로 흘러들고 결국 바다로 갑니다. 바닷물 속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을 해양 생물들이 먹고, 그들을 통해 결국 인간 몸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영국의 한 의과대학에서 13명의 폐 조직을 검사했더니 그중 11명의 폐 조직에 미세 플라스틱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또 네덜란드 의료팀은 22명의 성인 혈액을 검사해 그중 17명의 혈액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했어요. 아기들 변에서도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해요. 그렇다면 아기들은 어떻게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되었을까요. 바로 분유병입니다. 분유병은 대개 폴리프로필렌 즉 PP를 사용합니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분유를 넣어 젓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미세 플라스틱은 대개 5밀리미터 이내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점점 작게 부스러지면서 크기가 아주 현저하게 작아지면 초미세 플라스틱이 됩니다. 초미세 플라스틱이 피부에 닿으면 모공으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어요. 피부 세포막을 뚫고 혈관으로 들어 가기도 하죠.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오면 폐에서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게 됩니다. 

플라스틱 속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중에는 환경호르몬 물질 또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분명히 있고, 이런 물질이 몸속에 들어가면 불임, 암, 기형, 갑상선 기능과 뇌 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플라스틱,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표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 음식물에 섞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플라스틱 용기(PS, PP, PET 등)는 되도록 상온에서 사용하세요. 배달 음식 그릇에 씌우는 비닐 랩이나 페트병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페트병 몸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병뚜껑을 여닫을 때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합니다. 되도록 유리컵이나 머그컵을 사용하고, 텀블러를 휴대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미세 플라스틱 섭취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제품을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한다면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비스페놀A(BPA) 제품이나 프탈레이트, BPS 같은 첨가제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고르세요. 그러나 그보다는 유리나 스테인리스, 세라믹 재질로 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플라스틱의 순기능과 역기능 

물 1리터가 1킬로그램인데 플라스틱도 1리터가 1킬로그램이에요. 플라스틱은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서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많이 사용해왔습니다. 열을 가해 어떤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생활용품뿐 아니라 플라스틱 소재가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죠. 

그러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는 수많은 첨가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환경호르몬 같은 유해물질이 검출됩니다. 태울 때는 플라스틱 원료에 들어있던 발암 가능 물질, 이를테면 다이옥신dioxine 같은 유해물질이 발생해요. 플라스틱의 원료는 화석 자원이기 때문에 인류가 계속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 쓸 수도 없습니다. 플라스틱은 태우거나 매립해서 폐기하는데 이로 인해 토양, 대기, 물이 다 오염되고, 그것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옵니다.
 

플라스틱이 문제인 이유

플라스틱은 고분자 소재로 만들어졌어요. 분자와 분자 사이의 결합도가 높고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태울 때 완전 연소가 어렵습니다. 플라스틱을 태울 때 그을음이 엄청나게 나오는데, 그을음 속에는 다이옥신 같은 강력한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어요. 플라스틱은 생분해도 되지 않습니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달라붙어서 물질을 분해하는 것을 생분해라고 하는데 플라스틱은 구조가 치밀하고 화학 첨가제가 많이 들어가 있어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일어나기 어려운 것이죠. 

전 세계 통계를 보면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의 누적 무게가 83억 톤이라고 해요. 83억 톤 중 재활용된 비율은 9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빨대 등으로 고통받는 해양동물들, 뱃속에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쌓인 낙타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청계천에 사는 수달의 배설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하죠. 인간이 편의를 위해 사용한 플라스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자연 생태계의 생명체들이 고통받습니다.

이미 태평양과 대서양 한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만들어졌죠. 플라스틱 쓰레기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겁니다. 2019년 상반기에 733톤, 2020년 상반기에는 848톤으로 증가했어요. 1년 사이에 15.6퍼센트가 증가한 것이죠.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때부터 순환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선택해야 합니다. 생산자는 재활용하기 쉬운 플라스틱을 선택하고, 판매자들은 유통 거리를 짧게 해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그다음 플라스틱 제품을 한 번 쓰고 버리지 않고 여러 번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규격화된 트레일을 쓴다거나 파레트 같은 것도 수거해서 다시 쓸 수 있죠. 

소비자들이 할 일은 가장 우선은 플라스틱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썼다면 버릴 때 정확히 분리배출을 해야 합니다. 플라스틱 제품에 붙은 스티커나 다른 재질의 뚜껑을 제거하고 음식물을 씻어낸 다음 내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하죠.
 

▲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순환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순환이란 어떤 물질이 생산돼 사용되다가 폐기된 이후 다시 원료로 돌아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순환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플라스틱을 비롯해 많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죠. 

제품을 고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순환을 전제로 한 디자인입니다. 고치지 못하게 만드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생산기업이 기술을 노출하지 않고 독점하기 위해 쉽게 열지 못하게 만듭니다. 결국 폐기물을 대량 양산하는 방식이죠. 

순환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라면 고쳐서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대체품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재료 선택부터 순환이 가능한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정책

독일이나 덴마크의 상점에는 페트병 수거기, 캔 수거기가 있고 보증금을 매깁니다. 일본은 2021년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촉진법을 만들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을 촉진하는 방안들을 마련했죠. 미국의 경우에는 2032년부터 국립공원 400여 곳을 대상으로 공공부지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호주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아예 금지했고, 중국은 2021년 1월부터 전국의 식당과 주요 도시의 상점들에서 플라스틱 빨대 제공을 금지했어요. 인도도 2022년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대체제

최근에 바이오 플라스틱이 많이 나오죠.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분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바이오 플라스틱을 쓰면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바이오 플라스틱은 특정 요건이 돼야 분해됩니다. 이를테면 자연에 방치되었을 때 햇빛을 안 받는다거나 기온이 매우 낮거나 하면 분해가 늦어질 거고, 또 얇은 부분과 두꺼운 부분의 분해 속도도 다르겠죠. 결국 이 역시 쓰레기인 것입니다. 

또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를 얻기 위해서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키워야 합니다. 많은 토양을 할당해야 하고, 비료를 투입하고, 농약을 뿌려야 하죠. 이런 과정에서 비생태적인 산업이 또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래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물질을 찾기보다는 플라스틱 제품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

지구상에 있는 생물종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 쓰레기를 만들죠. 산업문명을 생태적인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봅니다. 인간이 모든 활동을 결정할 때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함으로써 생태 중심의 문명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을 느끼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과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더해지면 분명히 더 건강한 환경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리_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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