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의 다양한 이슈를 ‘뇌’의 관점에서 풀어보는 브레인셀럽.
국제브레인아로마테라피협회 한다경 회장을 브레인셀럽으로 초대해 ‘향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후각은 우리의 오감 중에서 가장 오래된 감각이고, 뇌의 편도체나 대뇌변연계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아로마 테라피스트로서 후각 메커니즘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공기 중에 떠도는 냄새 분자들이 콧속의 후각 수용체에 접속되고, 후각 수용체에 접속된 냄새 분자가 전기적인 신호로 대뇌변연계에 전달되는 것입니다. 뇌는 그 정보를 받아서 그것에 따른 느낌을 갖게 되고 또 기억하게 됩니다.
대뇌변연계에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와 해마라는 곳이 있죠. 커피를 예로 들면, 커피 향이 뇌로 전달되어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커피에 관한 정보와 함께 커피에 얽힌 감정도 기억하게 됩니다. 그것이 기분 좋은 기억이라면 이후에 커피 향을 맡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 것이죠.
뇌는 향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상으로 오렌지를 떠올리기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이죠. 누가 갈비 먹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나고요. 이처럼 뇌는 냄새에 대한 기억과 함께 몸의 반응을 나타냅니다. 특정한 냄새는 시각이나 청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고 합니다.
Q. 그럼 후각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후각 시스템 결여에 의해 사이코패스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냄새를 못 맡는다고 모두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사이코패스에게 후각 장애 증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이죠.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감정 교류가 잘 안 되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런 특성 역시 후각 시스템의 결여로 인한 대뇌변연계의 비활성화에 따른 문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노화에 따른 후각 기능 저하는 어떻습니까?
노화로 인해 냄새를 못 맡는 것과 치매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후각을 상실하고 6개월 정도 지나 알츠하이머 초기로 진단받은 사례인데, 치매 진단법 중에 ‘피넛 테스트’라는 것이 있어요.
삼십 센티미터 자를 코 밑에 두고 거기에 땅콩 잼을 올려놓는 거예요. 그런 다음 천천히 코를 향해 들어 올리는데, 코 밑에서 15cm 정도 거리가 될 때까지 냄새를 맡지 못하면 치매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Q.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는 어떻게 구분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냄새에 대한 판단은 굉장히 주관적이죠. 나에게 좋은 기억이나 좋은 느낌을 남기는 것은 좋은 냄새이고, 불쾌한 기억이나 느낌을 주는 것은 나쁜 냄새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바닐라 향을 좋아하는데 이는 아기 때 엄마 품에서 맡은 냄새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어떤 사람은 햄버거를 먹다가 심하게 체한 적이 있는데 이후부터 햄버거 냄새를 무척 꺼리게 됐다더군요.
Q.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는 향기로 치유 작용을 유도하는 것이 아로마테라피이죠?
그렇습니다. 아로마테라피는 향기가 나는 약용식물의 잎, 줄기, 꽃, 뿌리, 껍질, 씨앗에서 추출한 방향성 오일을 이용해 심신의 안정과 인체의 항상성 유지를 돕는 자연 치유법입니다.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식물의 2차 대사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식물의 2차 대사 물질이라고 하면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플라보노이드, 테르펜, 테르페노이드 같은 성분으로, 주로 탄소, 수소, 산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물질들은 분자가 아주 작아서 우리가 냄새를 맡거나 피부에 바르거나 했을 때 굉장히 빠르게 인체에 흡수가 됩니다. 냄새는 0.3초~0.5초 안에 뇌로 전달되고, 피부에 바른 경우에는 20초 안에 혈관까지 도달하죠.
이런 물질이 가진 효능에는 항균 작용, 항바이러스 작용, 항염 작용 등 여러 가지 약리작용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진정되는 효과가 나타나죠.
에센셜 오일이 주파수를 갖고 있어서 이를 이용해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자료도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에 있는 한 주립대학 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주파수 모니터를 구축했는데, 여러 가지 식물부터 통조림에 들어있는 음식물, 사람의 장기 등을 주파수로 나타냈어요. 그 자료에서 건강한 뇌의 주파수는 71~90mhz, 죽음 직전의 뇌는 24mhz, 암 환자의 주파수는 42mhz라고 하고, 에센셜 오일은 52mhz부터 최고 530mhz까지로 나와 있어요.
이 자료를 아로마 테라피에 활용한다면 몸 상태에 맞는 에센셜 오일의 주파수를 선택할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는 상태라면 주파수대가 높은 에센셜 오일을 사용해 컨디션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Q.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서 필요한 향 또는 더 끌리는 향이 달라질까요?
당연히 달라집니다. 만약에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할 때는 페퍼민트 같은 향이 도움이 됩니다. 기분이 저조한 상태라면 자신도 모르게 오렌지 향에 끌립니다. 시트러스 향이 기분을 끌어올려 주니까요. 피곤한 경우에는 라벤더 향에 손이 갑니다. 라벤더 향은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지인 중에 폐섬유증으로 활동을 하기 어려운 분이 계셨는데, 1년째 제가 블렌딩한 아로마 요법을 하면서 다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좋아지셨어요. 대상포진을 앓는 분은 아로마테라피를 하면서 담당 의사가 놀랄 만큼 빠른 치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심한 무좀이나 아토피 증세도 개선된 경우들이 있고요.
Q. 아로마 오일과 에센셜 오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향이 나는 모든 것을 아로마라고 합니다. 그 향이 천연이든 화학이든 관계없어요. 아로마테라피에서 사용하는 오일을 아로마 에센셜 오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명칭이 좀 기니까 간략하게 아로마 오일이라고 많이 하죠. 일반적으로 아로마 오일이라고 하면 화학적인 디퓨저나 향수도 아로마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천연 식물에서 추출하고 굉장히 고농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미 에센셜 오일 1kg을 추출한다고 하면 장미 꽃잎만 1톤 트럭 3대 분량이 들어갑니다. 그 정도로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인체에 오히려 부담을 주게 되죠. 그래서 적은 양을 사용하면서 반드시 블렌딩을 해야 하고,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아로마 오일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대부분 고가에 속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중에 ‘섞음질’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에센셜 오일을 알코올이라든지 다른 성분과 섞어서 향기만 비슷하게 내는 것이죠. 그런 제품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원산지가 천편일률적으로 다 똑같다거나 가격대가 저렴해요.
로즈 에센셜 오일 같은 경우에는 한 방울당 1만 원 이상 하기도 하는데, 한 병에 1만 원인 제품이 있다면 제대로 된 에센셜 오일이라고 할 수 없겠죠. 제대로 만든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구매 하시려면 꼭 에센셜 오일의 학명과 원산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원산지에 따라 에센셜 오일 안에 들어있는 케미컬이 달라질 수가 있어요.
우리도 수박은 어디, 사과는 어디 하잖아요. 그 지역의 기후 특성에 따라 특화되기 때문에 원산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 한다경 국제브레인아로마테라피협회장 ⓒ브레인셀럽
Q. 아로마 오일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구강 복용은 아주 조심스러운 부분이죠. 천연 물질이 구강을 통해 위 속으로 들어가면 경우에 따라서는 위의 대사 물질과 반응해 독성을 띨 수도 있고, 위산에 노출되면서 에센셜 오일이 주고자 하는 원래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구강 섭취를 그리 권하지 않는데,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구강 섭취를 할 수 있도록 레시피가 나오기도 합니다. 구강 섭취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Q. 아로마 오일 블렌딩은 어떻습니까?
한 가지 오일을 사용하는 것보다 두세 가지를 섞으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감기 증상이 있을 때 기침을 멎게 하는 작용을 하는 오일과 가래를 배출시키는 오일, 열을 낮추는 오일을 블렌딩해서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에요.
Q. 아로마 오일도 오래 두면 상하나요?
오래되거나 보관을 잘 못 하면 산화되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에센셜 오일 자체에 항균 작용이 있기 때문에 쉽게 변질되지는 않지만, 5~6년 이상 지나고 향기도 좀 달라졌다 싶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인공 아로마의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건가요?
그렇다고 봅니다. 인공 향기는 석유계에서 추출하는 화학적인 향이고, 이는 체내에 들어가서 배출되기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그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향을 맡을 때마다 냄새 분자가 우리 간을 비롯해 인체에 축적죠. 하지만 에센셜 오일의 경우에는 향을 맡고 서너 시간에서 하루 이내에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 브레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