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_ 명상의 과학, 지금은 마음경영시대
OECD 세계포럼 ‘미래의 웰빙’ 주제 개최, 경제발전에서 통합적 웰빙으로의 전환
WHO(세계보건기구), 비전염성 질환 및 멘탈헬스 증진을 위한 예방관리 강조
▲ OECD 웰빙 프레임워크 출처=OECD (2017), How's Life? 2017: Measuring Well-being
작년 11월 27일부터 3일간 인천에서는 ‘미래의 웰빙(The Future of Well-being)’을 주제로 제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이 열렸다. OECD세계포럼은 기존의 경제발전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국민 삶의 질 측정에 대한 방법론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OECD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이다. 2004년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2~3년마다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주최하고 있다.
제6차 OECD세계포럼의 결과로 마지막 날에 ‘국민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인천선언’을 발표했는데, 이 ‘인천선언’에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OECD의 지지가 담겨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이 새로운 삶의 질 측정지표인 ‘주관적 웰빙지수(SWBI)'를 개발하여 그 타당성을 국제적으로 입증했다고 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관적 웰빙은 환경과 소득에서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삶이란? 경제발전에서 통합적 웰빙으로
▲ 지속가능발전목표 3 모두를 위한 건강한 삶의 보장과 웰빙 증진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까지 인류의 삶은 점점 더 더 풍요롭고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큰 기회와 가치생산을 약속하고 있는데, 인공지능만으로 창조할 수 있는 가치가 연간 3조 달러에서 5조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가 전체적인 부(富)의 증가는 가져왔지만 소득불균형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계속 정체되어 있어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던 부분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그 감소량의 80퍼센트가 기술자본의 소득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OECD 회원국 중 유럽의 많은 국가들과 미국의 경우 물질적 조건은 향상되었지만 삶의 질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 기술의 발전과 경제성장이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사회는 8개의 밀레니엄개발목표를 중심으로 전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협력해왔다. 15년간 1억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과 기아에서 해방되고 초등교육 기회 확산으로 문해율이 83퍼센트에서 91퍼센트로 증가하는 등 밀레니엄개발목표는 인간의 기본권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경제적 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역간, 계층간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됨에 따라 그동안 경제개발 위주의 발전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성이 일었다.
이에 유엔은 다년간의 기술적 검토와 협의를 거쳐 2015년 10월, 70회 유엔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 아젠다>와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채택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발전에 초점을 두었던 밀레니엄개발목표와는 달리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모든 지역과 연령층, 계층의 포용적 성장과 지구 생태계 안에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성취하기 위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차원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는 통합적 목표들로 이루어졌다.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지향하는 경제, 사회, 환경의 통합적 발전의 비전은 최근 10년 사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웰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심화되는 불평등과 갈등, 급격한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OECD는 경제발전을 넘어 ‘좋은 삶’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접근 가능해야 하는 핵심 요소들을 검토하여 <OECD 웰빙 프레임워크>를 내놓았다. 2011년에 발표된 이 웰빙 프레임워크를 근간으로 매년 ‘How’s Life? – Measuring Well-being‘ 보고서를 발행하고 OECD 회원국의 웰빙의 현황을 분석⦁진단하고 있다.
멘탈헬스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미래 자원
▲ 지속가능발전목표 4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평생학습 기회 증진
OECD 웰빙 프레임워크는 소득과 직업, 주거 등과 같은 ‘물질적 조건’에 건강, 일과 삶의 균형, 교육, 환경의 질, 주관적 웰빙과 같이 ‘삶의 질’을 결정짓는 지표들을 선정하여 웰빙의 현황을 측정하고 있다. 2015년에는 현재 뿐 아니라 미래에도 삶의 질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자원들을 분석하여 자연자본, 인간자본, 경제자본, 사회자본을 추가했다. 이 중 인간자본을 이루는 하위 요소들은 크게 기술과 역량을 기르는 교육과 육체적, 정신적 건강으로 나뉜다. 이 요소들은 사회경제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며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인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고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함으로써 주관적 웰빙에 영향을 미친다.
How’s Life? 2017 – Measuring Well-being 보고서는 유엔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채택한 후 발간되었는데,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웰빙 프레임워크와 2030 아젠다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대부분의 지표가 중첩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인간자본은 지속가능발전목표 3번 ‘건강’과 지속가능발전목표 4번 ‘교육’ 관련 목표에 상응하는 지표다. 건강한 삶과 양질의 교육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2017년 쉬히 스케핑톤(Jennifer Sheehy-Skeffington) 박사팀의 연구를 인용해 저소득층의 육체적 건강이 하락하고 장기실업 문제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이러한 불평등이 소외계층의 멘탈헬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불평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긍정적 변화의 원동력인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사회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는 중산층이 점점 몰락하면서 저소득층의 멘탈헬스 하락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2017년 발행된 ‘How poverty affects people's decision-making processes(빈곤이 어떻게 사람들의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에서 쉬히 스케핑톤 박사팀은 빈곤과 불평등이 빈곤층에게 미치는 사회심리적 영향을 분석하고 나아가 빈곤을 감소시킬 수 있는 중재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집중력과 자기조절력을 높이고, 스트레스와 분노를 조절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명상과 마인드풀니스 훈련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인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제 60차 총회에서 글로벌멘탈헬스액션플랜 2013-2020을 채택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60차 총회에서 회원국의 멘탈헬스 관리와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권고하는 ‘멘탈헬스 액션플랜 2013-2020’을 채택한바 있다. 여기에서 WHO는 멘탈헬스를 ‘자신의 능력을 실현하고, 삶의 일반적인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생산적으로 일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의 웰빙 상태’로 정의하며 특히 발달과정에 있는 아동의 멘탈헬스 향상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아동 시기에 긍정적 자아정체성, 생각과 감정 조절 능력, 원만한 사회적 관계, 그리고 학습과 교육에 대한 열의 등이 만들어질 궁극적으로는 성인이 되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멘탈헬스는 비전염성 질환과 통합적 관리가 효율적
2015년으로 종료된 유엔의 밀레니엄개발목표는 에이즈, 말라리아, 폐결핵 등 특정 전염성 질병 퇴치에 중점을 두었던 반면, 2016년 시작된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소위 생활습관병이라고 불리는 비전염성 질환과 약물남용, 환경오염으로 인한 질환 등 멘탈헬스와 웰빙 향상을 위한 포괄적인 예방과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목표로는 ‘2030년까지, 비전염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통해 조기사망률을 3분의 1로 낮추고 멘탈헬스와 웰빙을 향상시킬’ 것을 전 세계 국가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16년을 기준으로 연간 5천 7백만명이 사망한 걸로 집계되는데 이 중 4천 1백만명의 사망원인이 비전염성질환으로 전체 사망의 71%를 차지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흡연과 대기오염,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신체활동 저하, 그리고 지나친 음주 등 주요 위험요소를 감소시키는 액션이 요구된다.
멘탈헬스 저하로 나타나는 질병들은 자주 암이나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과 같은 비전염성 질환과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합적 관리와 예방이 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우울증 환자는 심근경색이나 당뇨병에 취약한데, 또한 역으로 심근경색이나 당뇨병은 우울증의 발병확률을 높이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알코올남용, 스트레스와 같은 많은 위험요소들이 정신질환과 비전염성질환의 공통된 위험요소들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비전염성질환과 멘탈헬스 관련 목표가 채택된 것은 WHO의 글로벌멘탈헬스 액션플랜으로부터 이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 발표 당시 WHO의 사무총장인 마거렛 챈(Margaret Chan) 박사는 “건강 관련 개발 목표에 비전염성질환이 포함된 것은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마침내 이 질병들이 필요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며 환영했다.
내년 완료를 앞두고 있는 글로벌 멘탈헬스 액션플랜에서는 멘탈헬스 증진을 위해 4개의 목표를 설정했었다. 그 중 세번째는 “멘탈헬스의 증진과 예방을 위한 전략의 수행”으로, 아동청소년을 위한 학교 기반 예방과 증진 프로그램의 개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관리나 웰니스 프로그램 지원, 요가나 명상과 같이 멘탈헬스 증진과 예방을 위한 실증적 전통 훈련법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점점 경제발전에서 삶의 질적 향상에 관심을 돌리면서 건강에 대한 정의도 질병의 부재에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삶을 관리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개개인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전통적 훈련법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훈련법에 대한 실증적 연구와 함께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 세계경제포럼 (2019), Values, Ethics and Innovation: Rethinking technological development in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 B. Keeley (2015), Income Inequality: The Gap between Rich and Poor
· OECD (2017), How’s Life? 2017: Measuring Well-Being
· Joseph Rowntree Foundation (2017), How poverty affects people's decision-making processes
· WHO (2013), Global Mental Health Action Plan 2013-2020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