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할 일이 없는 상실감, 약한 몸이 주는 고통이 노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자식들도 키우고, 사회에서 역할을 다 해왔으니 이제는 쉴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인류의 수명이 길어진 덕분에 휴식만 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 그들을 기다린다.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행복하고 건강한 노인이 될 수 있을까? 여기 그 해답을 제시할 모델이 있다. 70대 청춘을 즐기는 연희자씨다.
▲ 70세에 청춘을 누리는 대한국학기공협회 국학기공강사 연희자 씨.
주 2회 문화센터에서 회원들에게 건강 체조를 가르치는 연희자 씨는 경력 20년차 대한체육회 국학기공강사다. 20년 전 명상과 체조를 시작해 몸이 좋아진지 1년 만에 아파트 앞 공원에서 체조 지도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공원지도를 받으며 좋아하는 얼굴을 볼 때 마냥 행복했어요. 아파트에 살면 이웃들과 대화 할 일이 거의 없는데, 공원지도에 나오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죠. 지역 분위기가 좋아졌고요. 그 때 당시 100명 이상 나와서 운동을 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연희자씨는 이후 문화센터, 주부대학, 복지관에서 꾸준히 명상 체조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를 쉼없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제 건강 강좌를 듣는 분들 중에 기억에 남는 한 분이 계세요. 은퇴하기 전까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살아오던 분이었죠. 그런데 60대가 되고 은퇴하니 허무함을 많이 느끼셨나 봐요. 우울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얼굴이 많이 어두웠어요. 살도 쪄 있었고요. 그 분이 제 강의를 들으시면서 많이 밝아지셨어요. 살도 쏙 빠졌답니다. 건강해지는 사람들 덕분에 저도 강의하는 보람을 느끼고, 제 인생의 성장을 생각하게 돼요. 앞으로 120세까지 살게 되면 제 미래는 어떻게 그려 나가야 할까 상상하죠. 개인적으로는 성공보다는 완성을 하고 싶어요. 제 삶의 마지막 날에 잘 살았다는 생각을 하고 싶거든요.”
연희자 씨도 처음부터 이렇게 멋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단월드 명상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를 위한 밥상은 차리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신경을 안 썼어요. 옛날 사람들이 다 그렇잖아요? 가족을 위해 희생 하는걸 당연하다고 여겼죠. 그런데 깊은 명상에 들어가 나를 관찰하면서 ‘아! 나도 사랑해주고 존중해 줘야 할 존재구나.’ 라고 느꼈어요.”
연희자 씨는 작은 깨달음을 얻은 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어릴 때 친구들을 모아놓고 재밌는 이야기 하는걸 좋아했거든요. 딱 무대 체질인거죠.(웃음)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본래 모습을 많이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되찾는 일로 공원지도를 시작한 거죠.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연희자 씨의 명상, 체조 지도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배꼽 힐링을 꼽았다. “장이랑 뇌는 깊은 관계가 있어요. 나이가 들면서 뉴런이 많이 파괴된다고 하잖아요? 옛날만큼 뇌가 일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장을 자극하면 뇌가 다시 활성화 돼요. 뇌가 젊어지면 얼굴하고 몸도 다시 젊어지고요. 제 얼굴이 70대로 보이지 않는 이유도 배꼽 힐링 덕분이랍니다.”
▲ 연희자씨가 즐겨 하는 배꼽힐링, 그는 배꼽힐링이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힘이라고 말한다.
요즘 연희자씨는 아들과 함께 단월드 명상센터를 다닌다.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대화도 더 늘었다고 한다. “아들이 너무 착해서 제 말을 다 받아줘요. 그러다보니 가끔 아들한테 쓸데없이 성질 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우리 애가 ‘엄마, 마음을 잘 관찰해 봐, 지금 나한테 화난 거 아니잖아?’라고 이야기해줘요. 그러면 '아차!' 하면서 화났던 마음도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고요.”
연희자 씨의 아들자랑은 남들 같지 않다. 얼마나 잘 버는지, 혹은 얼마나 성공했는지 보다 깊어진 인성을 이야기한다. 연희자 씨가 귀하게 여기는 가치가 인생의 완성이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해요. 살아있는 느낌이 들잖아요!”
70대 연희자 씨를 보면 ‘노인’ 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는 젊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 연희자씨(70세)가 힐링투게더로 굳은 어깨 푸는 운동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글 : 김희정 객원기자 irhsl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