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2016 전국 어르신 가족페스티벌 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한 3부자. 아버지 깁재영 시(가운데), 둘째아들 경민 군(오른쪽), 막내 경우 군(왼쪽)
아버지와 아들 형제가 국학기공 경연무대에 섰다. 지난 9월 24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2016 전국 어르신가족페스티벌 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한 ‘강원도 국토정중앙팀’의 김재영(44)씨와 둘째아들 경민(12)군과 경우(10)군 이다.
어려운 기공 동작도 척척해내는 아이들이 장년층, 어르신들과 함께 단공대맥형 기공을 펼쳐 3세대부 단체전 3위를 차지했다.
이들 가족은 본래 할머니 박경자(66)씨, 아버지 김재영씨, 아들 삼형제까지 3세대가 모두 국학기공을 한다. 한부모 가정인 아이들을 할머니가 돌보는데 어느 날 마을 복지관에서 주민건강을 위해 국학기공 기체조교실을 한다기에 손자들을 데리고 갔다. 처음 본 기공 동작이 멋있다며 손자들이 같이 하겠다고 하여 2012년 2월부터 꾸준히 기공수련을 했고, 아버지는 1년 반 후에 함께하게 되었다고 한다.
▲ 2016 전국어르신가족페스티벌 국학기공 대회에서 단체전 공연을 하는 '강원도 정중앙팀'
할머니가 계신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월리는 하루에 버스가 한번 다닐 정도로 산골마을이다. 아버지 재영 씨는 사업을 크게 하다가 실패를 해서 경제적 위기가 닥쳤을 때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아들 셋을 데리고 어머니와 형이 사는 산골마을 신월리로 들어갔다.
재영 씨는 “참 많이 힘들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당시 심정을 전하며 “아이들이 엄마 없이 자라며 침체되어 있었다.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어 친구들 앞에서 나서서 말 하지도 못하고 친구도 적은 편”이었다고. 그러나 아이들은 국학기공을 하며 변해갔다. 몸도 건강해졌을 뿐 아니라 성격도 활발해져서 또래들과 폭넓게 사귀고 자신감이 넘쳤다.
재영 씨는 “어머니랑 아이들이 국학기공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보기 좋아 함께하게 되었다. 저도 활기가 생기고 몸도 많이 건강해졌다. 사는 것이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그는 기공을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접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또한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굉장히 떨려서 무대 앞에 관객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다. 순서도 잊어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보다 무대에서 당당하다. “이번 공연 전에 바빠서 연습에 잘 참여하지 못했는데 작은 아들이 가르쳐 주었다. 기공으로 보면 아들이 선배인 셈”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 경제적 위기와 가정문제로 힘들었던 아버지 재영 씨는 "국학기공을 하면서 아이들이 밝아졌고,저도 사는 것이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그는 기공수련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을 “아이들과 친구같이 지낼 수 있고 대화가 통한다.”는 점을 들었다. “큰 아들도 중학생이라 사춘기여서 보통 부모와 부딪힘이 많은 나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여겨져 기공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아이들이 밝아진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큰 욕심은 없다. 열심히 기공을 하는 이유는 주위에 아이들이나 이웃에게 내가 배운 것을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좋았던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요즘 ‘슈퍼맨이 돌아왔다.’등 육아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아빠의 역할을 새롭게 제시하는 측면도 있지만, 체험과정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에는 일반적으로 경험해보기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맨 몸으로 서로 호흡과 동작을 맞추며 어느새 한 팀이 되는 국학기공 수련은 큰 비용 없이도 세대간 추억을 함께 쌓을 수 있는 가족 스포츠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글. 사진/ 강나리 기자 heonjuk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