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립학교 영양사로 근무한 윤 모 씨는 2013년 6월 급식 도중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일주일 뒤 사망했다. 진단결과 뇌출혈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윤 씨는 지난 2012년부터 15개월 동안 경기도 용인에서 이천까지 40km 거리를 한 시간씩 운전하며 출퇴근했다. 새벽에 출근하는 윤 씨의 피로는 누적됐고 수면 또한 부족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2014년 8월 공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 통계결과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하루 평균 통근시간은 편도 38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8분으로 보고됐다. 또 한국 직장인 네 명 중 한 명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90분 이상을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갇혀 있다는 통계도 있다. 심지어 통근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직장인도 전체의 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관해 국내외 연구진은 장시간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건강지표가 나빴고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크리스틴 호에너 교수팀은 2012년 미국 예방의학저널에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텍사스 12개 도시 거주자 4,297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출퇴근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체활동과 심장혈관 적합도(CRF)가 떨어졌으며,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대사 위험 등 건강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출근 거리가 15km 이상 출퇴근자들은 일반인보다 고혈압일 가능성이 컸다. 특히 24km 이상 출퇴근자들은 각종 건강지표가 나빴으며 지방과다와 비만, 운동부족일 확률이 높았다. 또 장거리 출퇴근은 잘못된 영양 섭취, 불면, 우울증, 분노, 사회적 고립 등의 증상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스웨덴 우메아대 지리학과 에리카 샌도우 교수가 스웨덴 인구 통계국의 자료를 토대로 출퇴근 거리와 사망률을 조사해 ‘환경과 계획 A’라는 저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1994년 당시 55세 직장인 5만9699명의 출퇴근-건강-사망률 기록을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4년간 분석한 결과, 14년 동안 장거리 출퇴근 여성의 사망비율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54%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이같이 장시간 출퇴근으로 유발되는 스트레스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켜 뇌혈관질환 및 심장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여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며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일수록 나이가 젊더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보고, 평소 만성피로나 뒷목이 당기고 손발이 저리거나, 출퇴근 시 두통, 어지럼증이 있을 때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상윤 교수는 “매일 버스나 전철을 이용해 장시간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대중교통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척추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버스나 전철에서 앉아서 이동할 경우 엉덩이를 등받이 쪽으로 바짝 붙이고 다리는 꼬지 않으며 머리는 숙이지 말고 목과 허리, 어깨는 바르게 펴 척추와 관절이 받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서서 이동할 때는 몸의 중심을 바로 잡고 양쪽 다리에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가방은 백팩이나 크로스백을 매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하는 뇌체조로 ‘항문조이기’가 있다. 전립선, 배뇨장애 등에 효과적이다. 항문근육을 꽉 당기듯 조이면 엉덩이 뒤쪽 근육이 배 앞쪽으로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였던 항문을 천천히 물어준다. 100회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리면 된다.(바로가기 클릭)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