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는 그 조합을 상상할 수 없는 두 연주자가 자리하고 있다. 한쪽은 어깨에 닿고도 남는 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손에는 기타를 잡고 있다. 다른 한쪽은 긴 머리를 가지런히 말아올려 흡사 상투를 튼 모양새다. 앞에는 장구가, 양옆에는 북과 각종 피리가 있다.
달라도 한참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의 연주가 시작된다. 사전에 협의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이 무대에서 서로에게 공명(共鳴)하여 기타를 치고 장구를 치고 피리를 불 뿐이다.
'울림'
바다인지 갯벌인지 모를 대자연이 무대 배경으로 펼쳐진다. 묘한 분위기의 보라색 조명이 두 사람의 공명을 증폭시킨다. 누구 하나 소리 내 박수를 치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저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 사람의 에너지와 연주가 시공을 꽉 채운다.
▲ 일지아트홀의 4월 정기공연 힐링콘서트 '봄을 부르다' 무대에 오른 기타리스트 김광석
일지아트홀의 4월 정기공연 힐링콘서트 '봄을 부르다'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렸다. 자신을 "기타 공부하는 학생"이라 소개한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풍류도의 대표이사이기도 한 일지아트홀 선풍 신현욱 관장이 꾸민 첫 무대는 관객을 압도했다. 즉흥연주라는 사실에 관객들은 놀라며 한 번 더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무대는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구름 위에서 놀다'와 '사막'. "한 사람이라도 귀를 열고 들어주면 가장 행복하다"는 그의 연주는 관객의 영혼을 두드렸다.
사실 '기타 공부하는 학생'이라 스스로 소개했지만 그는 이미 대한민국의 대표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이다. 지난 20년의 세월을 그룹사운드 'He5(히파이브)', '들국화'의 객원멤버로 활약해왔다. 현재 전문 세션맨으로 다른 가수나 밴드의 음반에 기타를 전문으로 연주해주고 있다. 직접 작곡하여 기타연주곡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 기타리스트 김광석(우)과 풍류만담 소리꾼 장종수(좌), 그리고 예술치료학 박사 주성용(가운데)의 춤이 겻들어진 무대
명인(名人)들의 힐링콘서트인만큼, 여기서 무대를 끝낼 수는 없는 법. 희망콘서트 소리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리꾼 장종수도 함께했다. "서울 사람이지만 고수와 함께할 때는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 하니 한 번 해보겠다"며 너스레를 떤 뒤 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전수자인 송종환 고수의 추임새와 북 장단에 맞춰 '진주난봉가' '해학만담(가곡 '쥐')'을 선보였다.
공연 중간 신현욱 관장과 소리꾼 장종수는 풍류 만담을 펼쳐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여러 곡을 부른 장종수 씨가 "목이 이렇게 탈 수가 없다. 어디 막걸리 없느냐"고 묻자 신 관장은 "막걸리는 막 걸러내는 술이라 귀신도 걸리고 슬픔도 걸러낸다"며 장단을 맞췄다.
▲ 신미경 씨가 양반가 아녀자들이 춘 '흥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힐링콘서트에서는 소리와 연주 중간중간 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 춤 이수자인 신미경 씨와 예술치료학 박사인 주성용 씨가 무대에 올라 춤을 곁들였다. 말하듯 노래하는 소리꾼과 걷듯이 춤추는 이들, 거기에 영혼을 울리는 기타연주까지 봄을 부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기타리스트 김광석 씨의 팬으로 이날 공연을 찾았다는 김미숙 씨는 "기타에 우리 국악기와 소리, 춤이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무대였다. 그야말로 봄을 불러내는 힐링콘서트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지아트홀 정기공연인 힐링콘서트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5월 힐링콘서트는 오는 5월 27일 수요일 저녁 이뤄진다. 자세한 문의사항은 일지아트홀(02-2016-3355, ilchiarthall.com)로 하면 된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