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 한 번의 만남으로 힐링의 삶을 선택하다

[칼럼] 단 한 번의 만남으로 힐링의 삶을 선택하다

[선풍 신현욱 칼럼]-선풍 신현욱의 힐링콘서트2

"제 연주가 마음에 드십니까?"
박수 와 함성이 터져 나온다. 짐짓 모른 척 하면서…….

"박수 소리가 좀 커지기는 했지만 아직 긴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몸이 긴장하는 것이 있고, 마음이 긴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스트레스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양손을 앞으로 쭉 뻗어서 깍지를 끼워 보시기 바랍니다.

손바닥을 떼지 말고 숨 들이쉬고 내쉬면서 팔을 안에서 밖으로 쭉 미세요."
모인 사람 반수가 팔이 펴지지 않는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시끌벅적하다.

"이 팔이 펴지지 않은 사람은 어깨 와 견갑골이 굳어 있다는 것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입니다." 

▲ 깍지끼고 팔 돌리기 동작

 
"하나 더 해볼까요. 이렇게 엄지손을 들어 이마를 힘껏 누르시죠. 괜찮지요 ? 그 힘의 속도로 가슴 정 중앙부분 임맥이란 혈인데 그곳을 같은 힘으로 눌러보시죠. 어디가 아프세요?"

"가슴요!"

"가슴이 아픈 사람은 다른 사람 가슴 아프게 많이 하신 분입니다."

모두 깔깔깔 웃는다.

"그곳이 아픈 사람은 마음이 많이 굳어있거나 스트레스 가 많은 분들입니다. 그곳이 에너지 통로인데 아프다는 것은 에너지 통로가 작아졌다는 것입니다. 심장에 뜨거운 기운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 아랫배를 따듯하게 하고, 콩팥 신장의 찬 기운이 척추로 올라가 머리가 시원해지는 이런 현상을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 (水昇火降)'하여 건강한 상태를 말하지만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은 에너지 통로가 작아져서 쉽게 머리 쪽으로 열이 올라가는 현상이 옵니다 그로 인해서 두통, 불면증이 옵니다. 무협지를 보면 '주화입마'라고 하는 현상이 옵니다.

▲ 수승화강

저도 잘나가는 직장에 다녔습니다. 돈도 많이 주는데 대신 일이 많이도 시켰습니다.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두통 불면증이 오는 겁니다. 누군가가 어디가면 북 치고 장구 치는 곳이 있는데 그것을 하면 쉽게 스트레스를 풀린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북 장구 하면,  80년대 데모꾼들이 많이 두드렸고,  선두주자 라서 늘 최루탄을 맞는 역할부대이고, 무당굿이 떠올라 주춤 거리고 있는데 그날은 누가 흰옷에 장구를 메고 지하로 들어가는 겁니다. 무의식적으로 따라가 보니 아주 작은 풍물학원이었습니다.
회원은 5명 정도 앉아 있고, 선생님은 꽹과리를 치고 있는데 멈출 수가 없으니까. 조교가 북을 하나 주는 거예요, 배운 적도 없지만 그래도 동네에서 한번 치던 풍월이 있는지라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하고, 음악이 취해서 한참을 두드렸습니다. 그 짧은 순간 강력한 기쁨과 환희심이 밀려오고 잠시 무아지경에 빠졌습니다. 아픈 머리가 시원해지고 답답한 가슴이 풀어지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지요.

5년간 풍물에 깊숙이 빠져서 헤매고 있으니 집에서 '나하고 살아 장구하고 살아'하길 때 '내 꿈을 찾아가는 여행 중인데 이거 안 밀어주면 장구하고 산다' 했다가 여러 번 쫒겨날 뻔 했습니다.
좋긴 좋은데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실력이 좋아지니 더 잘 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다가와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겁니다. 에고…  북 치고 장구 쳐서 스트레스 풀렸다 했는데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이 현상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였습니다.

어떻게든 공연을 잘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신명나는 것이 아니라 더 피곤해지는 예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힘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공연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할 때마다 관객의 반응이 달라지는 겁니다.
같은 공연이라도 어떤 사람은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어떤 이는 팔짱 끼고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연주한 내가 문제인가 ? 아니면 보고 있는 관객에 문제가 있는 건가 ? 끊임없는 물음이 밀려왔습니다.
나는 왜 연주를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하는가. 나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가치관의 혼란이 오는 겁니다. 그 후로는 공연이 재미가 없어지고 다시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책을 보게 되었는데 "사물놀이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음악일 것이다. 잘못 들으면 시끄럽기만 한 사물놀이도 즐겁게 듣는 방법이 있다.사물놀이는 죽이고 살리는 음악이다. 처음에 사물놀이는 무엇이든 때려 부술 듯이 울려댄다. 이것은 자신의 욕망이나 관념을 죽이는 과정이다. 그 소리로 병든 세포 병든 기운 ,병든 마음을 실컷 두들겨서 자갈 같이 단단하고 거친 마음을 밀가루처럼 부드럽고 곱게 만들어야 한다.  몸살이 날 정도로 소리에 매를 맞아야 한다. 사물로 죽이고 나서는 다시 살려야한다.
사물놀이는 너무 거칠어서 살리기는 하되 예쁘게는 못 살린다.
그래서 사물로 약간 살려서 기둥을 세운 다음에는 단소, 대금, 피리를 불어서 다듬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를 알고 사물놀이를 즐기면 그 소리에 온 혈이 다 열린다. 소리 속으로 몸과 마음을 던 질수 있다. 사물놀이를 잘 활용하면 관념을 깨트릴 뿐 아니라 깨달음을 줄 수 있고 개인을 힐링할 뿐아니라 세상도 힐링할 수 있다."라는 것을 읽게 되었습니다.

나는 사물놀이는 공연이나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으로 알다가 이 글을 읽고 새로운 발견에 온몸에 진동했다. 그리고는 이 글을 쓴 사람을 찾아가 만났다.

"북, 장구가 관념을 깨고 깨달음과 힐링을 할 수 있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이제 기술의 음악은 그만 하고 '도' 의 음악을 해라!"
"기술의 음악도 다 못하는데 어찌 '도'의 음악을 할 수 있습니까?"

"'도'’를 알고 싶은가?"

"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따르라!"
두려움에 나는 물었다. "그게 제 운명입니까?" "그렇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고 나는 힐링의 삶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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