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뇌교육(Brain Education)'에 관한 뇌교육전문 연구단체인 뇌교육학회가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창립식을 가졌다.
이날 학술세미나의 첫 번째 주제는 ‘21세기 창의인성영재 양성의 교육 모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대한 연구 발표였다. 교수진들은 올해 초 개교한 대안학교 벤자민학교의 인성교육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연구한 성과를 공개했다.
벤자민학교에 주목하는 이유는 뇌활용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괄목할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벤자민학교 1기생인 김민주, 윤창규 학생이 나와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이후 변화된 자신의 성장스토리를 발표했다.
▲ 학생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김민주 학생[사진=강만금 기자]
김민주 학생은 학교에 입학한 후 가장 많이 변한 게 ‘표정’이라고 말했다. 김 양은 학교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유급직업체험으로 고깃집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그런데 3일째 되는 날 잘렸다.
“사장님께 들었던 지적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잘린 이유가 딱딱하고 굳은 표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매일 집에서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했어요. 한 두 번 더 잘리는 경험을 했지만, 다시 알바를 구해서 몇 달 동안 열심히 일했습니다. 표정도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대하려고 노력했구요.”
벤자민학교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고 사회에 이로운 것을 선택하여, 스스로 이루어가는 벤자민프로젝트가 있다. 김 양은 벤자민프로젝트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공연을 기획했다. 친구들과 무대에 서서 단무도 공연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일들을 직접 행동으로 옮겨보고, 하루를 스스로 계획하면서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깊이 자각했다.
김 양은 “예전에는 꿈이 뭐냐고 물으면,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얘기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꿈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꿈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어떤 직업을 갖든 행복한 지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벤자민학교 1기 윤창규 학생의 발표가 있었다. 윤 군은 학교에 다니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학교가 정한 스케쥴 대로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시스템이 싫었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창조해가는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그의 표정은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시작되었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았어요.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부모님은 주무시는 시간이었고 서로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죠. 그런데 제가 스스로 스케줄을 관리하니까 가족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힘든 것도 얘기하고 부모님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윤 군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다. 그동안 이렇게 힘들 게 돈을 벌어 키워주신 부모님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효도하는 아들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학생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윤창규 학생[사진=강만금 기자]
지난 10월에는 친구와 함께 벤자민프로젝트로 대한민국 종단 자전거 여행을 기획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부산까지 45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5박 6일간 여행하는 프로젝트였다. 가장 힘들었던 길은 강원도에서 경상도 울진으로 넘어가는 고개였다. 1시간 넘게 오르막길을 올라갔는데 ‘이제부터 오르막 시작’ 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멘붕에 빠졌다. 5일째 되는 날은 자전거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윤 군은 “가다가 기차나 버스가 보이면 그냥 타고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했고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 끝까지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하고 나서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헀다.
또한 윤 군은 참석한 이들에게 “저는 저에게 ‘인성’이란 게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이 학교가 되다 보니까 인성이 저에게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 모릅니다. 우리들의 노력으로 앞으로 많은 인성영재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학생의 강연에 감동을 받은 참석자들은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재동초등학교 박인화 교장은 “오늘 정말 감동의 자리였습니다. 우리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오늘 그 모델을 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커져나가면 좋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소감을 발표하는 서울 재동초등학교 박인화 교장[사진=강만금 기자]
이날 뇌교육학회 창립총회 및 창립기념 세미나에는 학계 인사들과 교육자, 학부모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뇌교육은 평화철학과 두뇌발달체계에 기반한 체험적 방법론을 갖춘 학문이다. 뇌교육학회는 신혜숙 학회장을 비롯해 국제뇌교육대학원 뇌교육학과 권효숙·윤선아·심준영·서호찬·오미경·신재한 교수가 활동한다. 고문으로는 권원기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이사장, 이시형 인선교육범국민실천연합고문, 강충열 통합인성교육학회장, 조주연 한국초등교육학회장이 있다. 학회는 ▲뇌철학 ▲뇌교육 원리와 방법 ▲뇌교육 프로그램의 체제 ▲인지 등 4개 연구분과를 운영한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 | 사진. 강만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