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이것은 세상 모든 부모의 공통된 화두다. 각종 심리상담, 부모교육 프로그램, 자녀교육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 교육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시대다. 하지만 글이나 말로는 참 쉬워 보이는 이 방법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최근 광명시는 넘쳐나는 정보 홍수 속에서 참된 부모가 되는 방법을 두뇌 계발과 활용에서 찾아보는 '우리 아이 집중력 향상을 위한 두뇌계발 부모코칭 과정'을 마련했다.
60명이 2개 반으로 나누어 운영되는 과정은 지난 10월 23일부터 매주 수, 금요일 광명학습지원센터 예다움실에서 4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부모코칭 과정은 김나옥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을 강사로 초청해 자녀교육에서 뇌의 중요성을 배우고, 학부모-자녀의 뇌파검사를 통해 두뇌 특성과 그에 맞는 두뇌 트레이닝 방법을 소개한다.
▲ 광명시 '우리 아이 집중력 향상을 위한 두뇌계발 부모코칭 과정' 3주차 강의 모습
기자가 광명학습지원센터를 방문한 지난 8일은 '뇌와 정서'를 주제로 3주차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수한 기능의 스마트폰이 있어도 사용할 줄 모른다면 어떨까요? 우리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한한 능력의 뇌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김나옥 부원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크게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호흡과 순환, 생식 등을 담당해 일명 '생명뇌'라 불리는 뇌간, 울고 웃고 화내고 기뻐하는 감정 반응을 담당해 '감정뇌'라 불리는 변연계, 뇌의 가장 바깥쪽을 둘러싸고 기억, 분석, 판단, 창조하는 역할을 해 '생각뇌'라 불리는 대뇌피질이다.
▲ 한국뇌과학연구원 제공
김나옥 부원장은 대뇌피질과 변연계 그리고 뇌간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아이들은 가정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편안할 때 비로소 대뇌피질에서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하늘입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엄마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엄청나게 집중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해결해야 할 부분은 알맞게 조치를 해줘야 합니다. 그 순간 그런 감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표현하고 서로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우리 뇌의 신경세포 중에는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있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작동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s)’이 있다. 쉽게 말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기뻐하면 그 사람을 보고 있는 나 역시 기뻐지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슬퍼하면 그 사람을 보고 있는 나 역시 슬퍼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과 에너지에 공명(共鳴)되어 내 뇌의 거울뉴런이 그것과 같은 감정, 에너지를 일으키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아이의 거울신경이 왕성하게 발휘되는 주체는 누굴까? 당연히 부모다. 결코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도 무의식중에 따라하게 된다.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대신 먼저 책을 보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또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건강하게 자랄길 원한다면 부모가 먼저 건강하고 행복해 져야 한다.
아이의 거울이 되어주세요
부모코칭 1주차 강의 때는 모든 참가 부모들이 '스마트브레인'으로 뇌파측정을 했다. '스마트브레인'은 두뇌훈련분야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전용 두뇌활용능력 측정기기로, 뇌파측정을 기반으로 집중력, 두뇌스트레스, 좌우뇌활용성도, 인지강도 등 다양한 두뇌활용상태를 진단, 평가하여 전문적 두뇌트레이닝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검사기기이다.
▲ 김나옥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김나옥 부원장은 시간에 측정한 뇌파검사 결과 많은 부모들이 스트레스와 집중력 지표가 높은 걸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센터에 와서 부모코칭 수업을 듣는 여러분들의 모습에서 부모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느껴집니다. 그만큼 뇌에서 인지하는 스트레스와 긴장도가 높은 것을 뇌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김 부원장의 강연을 듣다 보니 우리 아이 두뇌 계발을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살면서 받는 많은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 걸까?
"뇌체조, 운동, 명상, 신뢰가 두터운 사람과 마음의 대화, 든든한 사회지원망 등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실제로 그는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두뇌 게임과 뇌체조 등을 수업 중간 중간 소개했다. 또 한국뇌과학연구원이 한국식 명상을 접목해 개발한 '뇌파진동 명상'을 학부모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 부모코칭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좌우뇌를 활성화하는 두뇌게임을 하고 있다.
"뇌를 쉬어주는 최고의 방법은 '명상'입니다. 최근 뇌과학 연구 결과들을 보면 명상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를 줄이고, 혈관이 넓어지면서 뇌신경이 안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울타리이며 안전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아이를 잘 알기에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잠재능력을 깨워 행복한 삶을 살게 할 수도, 평생의 상처가 되어 삶을 주눅 들게 할 수도 있다. ‘부모코칭’ 강연을 들으니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 아이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에 참가한 학부모들 역시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하지 마라 등의 부모교육은 많이 받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실천이 잘 되지 않았다. 지난 3주 동안 부모코칭 과정에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뇌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되니 가슴 깊이 와닿아 집에서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는 "두뇌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두뇌트레이닝 방법에 대해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 4주 간에 걸쳐 진행되는 수업은 첫 주 두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뇌파측정, 2주 뇌와 신체와의 관계, 3주 ‘뇌와 정서’, 4주는 ‘뇌와 정보’를 주제로 자신의 뇌를 잘 활용하는 구체적 방법을 소개한다. 마지막 수업에는 참가 학부모 자녀들을 대상으로 뇌파를 측정해 이에 맞는 두뇌트레이닝을 컨설팅 해준다.
한편, 이번 부모코칭 과정을 마련한 광명시는 전국 최고의 혁신교육 특구도시로 꼽힌다. 올해 건립된 광명학습지원센터는 공교육 지원을 위한 자기주도학습, 학생진로적성코칭, 학습코칭, 토요취미학교, 독서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공교육 지원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또 광명시와 함께 두뇌계발 부모코칭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뇌과학연구원은 우리나라 인간 뇌활용 분야 대표 연구개발기관이다. 뇌활용 분야의 독창적인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2007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COSOC) 협의지위기관 지정 이후 매년 유엔본부에서 국제뇌교육세미나 및 컨퍼런스를 개최해 오고 있다.
글, 사진.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