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지는 정서와 행동의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인지 중 뇌기능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메타인지(Meta-cognition)’이다. 메타인지는 뇌가 외부세계에 대해 자신의 인지에 대한 자각 혹은 인지를 통제하는 능력이다.
즉, 인간이 학습이나 사고의 과정에서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인 인지 전략을 선택하고 통제하게 하는 능력이다. 메타인지 전략은 자신의 인지를 통제하고 조절하는데 관련된 전략이라 할 수 있으며, 계획planning, 점검monitoring, 조절regulation의 3가지 하위 요소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추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최근 뇌과학에서 명상Meditation이 주목받고 있다. 명상은 두뇌의 정서적 기능을 긍정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훈련법으로, 그동안 심리적·의학적 치료 방법의 하나로 이용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완화요법 혹은 통합 의학의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뇌발달상 감정의 중추인 대뇌변연계에 비해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늦기 때문에 조절력을 키우는데 효과가 큰 명상을 뇌교육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동은 인지와 정서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이며, 다시 인지와 정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행동 중에서 뇌기능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도적 행동’이다. 이는 무계획된 혹은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보다는 계획되고, 의지에 의한 행동이 뇌 인지기능의 발휘를 더욱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뇌와 다른 신체기관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신체 행동은 뇌의 해당 부분과 기능에 자극을 주게 되어 결과적으로 뇌의 물리적 변화를 낳는다. 의도적 행동은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의지를 보이는 것과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뇌의 메타인지 능력과 실행 능력, 동기화 능력 등이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결과를 이루어냈을 때에는 자신감, 용기 등의 긍정적 정서가 강화된다. 의도적 행동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습관에 도전하는 것이다. 변화를 주고 싶은 습관 목록을 쓴 후 실천할 것 한두 가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것을 날짜별로 체크하는 표를 만들어 기록하면서 실천하면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아 정체성은 인지, 정서, 행동적 요소 간의 상호작용과 신체 활동에 의한 활성화 등으로 형성되어 가는 뇌의 능력에 목적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자아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자신에 관해서 통합된 관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개념이다.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자기의 성격, 취향, 가치관, 능력, 관심, 인간관, 세계관, 미래관 등에 대해 비교적 명료한 이해를 하고 있으며, 그런 이해가 지속성과 통합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개인의 이상과 행동 및 사회적 역할을 통합하는 자아의 기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과이다.
특히 자아 정체성의 요소 중에서 뇌기능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치관과 실존의식’이다. 가치관은 어떤 상황에서 행동의 여부와 방향을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또한 실존 의식은 자신의 존재 의미와 이유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인식 등에 관한 총제적인 생각이기에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 범위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즉, 실존 의식에 따라 뇌의 잠재 능력과 가치 실현의 범위가 자신에서 타인, 가족, 사회, 인류로 점차 확대된다.
자아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올바른 가치관과 실존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좋은 글과 문장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학생이나 자녀에게 좋은 글을 자주 보여주고 읽어주면서 글에 담긴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고 서로 대화한다. 또한 뇌파를 이완하도록 하여 상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가족, 사회, 인류와 연결하는 수련을 통해 지식이 아닌 느낌으로 실존 의식을 확장하도록 돕는 방법도 있다.
지금까지 뇌에 대한 교육적 관점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살펴보았다. 교육의 긴 역사에 비해 뇌과학은 최근 20여 년 동안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뇌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기반을 제공하는 뇌과학 연구는 특히 교육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측된다.
교육의 역사에서 1900년부터 1925년까지를 ‘아동연구운동’의 시기로 본다. 이는 기존의 아동에 대한 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이 있었지만, 정작 교육의 대상인 아동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없었다는 자성에 의해 시작된 운동이었다. 이 아동연구운동은 이후 아동교육의 질적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 어쩌면 뇌연구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00년 전 아동연구운동이 그랬듯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뇌연구가 교육의 질적 성장에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 또한 뇌과학과 교육은 최종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과학과 교육이 인류의 발전을 이룬 중요한 두 수레바퀴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를 인간성 상실의 시대라고 일컫는 이유는 지난 세기 동안 과학에 의한 물질적 부분의 발전에 비해 교육에 의한 정신적 부분의 발전이 더뎠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많은 학자와 나라가 21세기 최고의 과학으로 꼽고 있는 뇌과학의 중요성 못지않게 교육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하길 바란다. 교육은 근본적으로 철학과 방법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교육적 입장에서 뇌를 이해할 때에는 방법적 측면뿐만 아니라 철학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참고 문헌
교육과학기술부(2011), ‘뇌과학에 기반한 학생 창의·인성 및 학습력 증진 방안 연구’
국제뇌교육협회인증원(2011), 21세기 뇌교육 기본과정
문용린 외 2인 역(2009), <긍정심리학 프라이머>, 물푸레
이승헌(2010), <뇌교육 원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정종진 역(2010), <뇌기반교육의 원리>, 학지사
Mariale Hardiman(2012), <The Brain-Targeted Teaching Model>, Crown.
Mel Levine(2002), <A MIND AT A TIME>
글·하태민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 뇌교육융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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