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하였듯 뇌와 교육의 만남에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뇌과학적 연구 결과를 교육에 적용 및 활용하는 관점이고, 두 번째는 뇌를 교육적 대상으로 보고 뇌의 잠재 능력 계발과 가치의 실현을 지향하는 관점이다.
첫 번째 관점은 미국을 중심으로 뇌과학과 교육의 만남에서 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뇌과학(신경과학-Brain)과 교육학Education 그리고 심리학Mind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새로운 용어인 MBE science 혹은 Neuro education을 사용한다.
MBE 과학의 핵심 키워드인 마음, 뇌, 교육은 그 폭이 매우 넓으나 현재는 주로 학습learning, 교수teaching, 교육적 환경educational environment, 정서emotion 등에 관한 주제에 대해 주로 연구되고 있다. 뇌기반학습(Brain based learning), 뇌기반교수(Brain based teaching), 뇌기반교육(Brain based education)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책들이 대표적이다.
이 관점의 연구 결과들은 그간 교육적 분야에서 연구된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관한 다양한 결과를 신경과학적 연구를 통해 재차 확인하는 근거를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존의 교육적 이론과 개념체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교육은 이와 같은 신경과학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과학적인 근거와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고, 이러한 지식은 교수자와 학습자에게는 뇌의 생리적 기제에 맞는 방식의 교육 방법을 적용할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자 중 에릭 젠슨Eric Jensen에 의하면, 뇌연구가 교실에 적용되면 훈육 정책, 교육 과정, 교사 교육 커리큘럼, 교실 설계, 교수 내용, 시간 계획, 수업 전략, 평가 방식, 예산 집행 우선순위 등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아직은 단언할 수 없지만 필자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다. 그렇지만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가 교육의 모든 문제를 다루거나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은 과학일 뿐 교육은 과학만이 아닌 예술적, 철학적 측면도 있기에 이에 대한 간극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두 번째 관점은 무게중심이 교육에 있으며, 뇌를 교육의 대상으로 본다. 교육의 대상이 인간이기에 뇌를 교육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 관점은 뇌를 단순한 인체 기관 중 하나로서가 아닌 인간의 마음, 행동, 감정, 사고를 모두 포함하는 통합적 기관으로 본다.
또한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는 목표가 아닌 기반이 되며, 목표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 능력을 가진 뇌의 교육적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관점은 앞서 살펴본 첫 번째 관점에 비해 교육 철학이 포함된다.
이 관점의 주창자는 한국의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국제뇌교육협회장)이다. 그는 2007년 5월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뇌를 생물학적 대상이 아닌 ‘모든 힘을 기울여 활용하고 계발해야 할 교육적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승헌 총장은 이 두 번째 관점을 새로운 용어인 Brain education 즉 ‘뇌교육’이라 명명하였다.
이승헌 총장에 의하면 우리 인류가 지금과 같은 물질적, 정신적 진화와 발전을 이룩한 것도, 그리고 지속 가능한 문명을 위협하는 범지구적 문제를 낳게 한 것도 모두 인간이 뇌를 사용한 결과라고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뇌를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느냐이다.
따라서 뇌교육은 뇌의 능력 계발만이 아닌 뇌의 능력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뇌과학은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 느끼는 인간 뇌의 무한한 능력의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는 있지만, 그 능력을 어떤 목적과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뇌과학이 아닌 교육이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신경윤리학의 입장과 그 맥을 같이하는데, 이는 뇌과학 연구가 가속화되면서 인간의 인권, 범죄, 생명 등과 관련된 가치와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면서 나타난 분야이다. 결국 철학의 문제와 뇌과학은 만날 수밖에 없다. 즉, 뇌교육은 뇌의 잠재 능력 계발과 가치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첫 번째 관점과 상반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것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
글·하태민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 뇌교육융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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