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구민혜(18세, 가명) 양은 학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민혜 양은 밤에 7시간 정도 자는 편인데도 오전에는 항상 1~2시간 더 자야 정신을 차릴 수 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도 피로가 밀려와 멍해져 맑은 머리로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에도 불과 몇 시간 되지 않는다. 민혜 양의 경우, 과다수면을 의심할 수 있다.
자도자도 졸림증, 과다수면이란?
과다수면은 야간수면을 충분히 취했어도 낮이나 오후에 심한 졸림을 느끼거나 야간수면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를 말한다. 건강상 다른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졸림을 자주 느끼거나 깨어있는 것이 힘들다면 과다수면으로 진단할 수 있다.
조용하고 어둡거나 뭔가 집중하다가 이내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잠이 들어버리는 것이 전형적 증상이다.
과다수면은 왜 나타날까?
과다수면의 원인 중 하나는 체력저하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과다수면은 체력 저하나 타고난 체력 자체가 약한 경우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체력저하로 몸이 하루 생활마저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자연히 잠도 많아진다.
체력이 저하되면 기운이 머리까지 올라가지 못해 뇌로 공급되는 기운도 부족해져 자꾸 졸음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펌프로 물을 20층까지 끌어 올려줘야 하는데 그 펌프의 힘이 약하여 높이까지 물이 올라가지 못해 20층에 있는 사람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현상과 같다.
체력저하 외에 스트레스로 생기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 과다수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새 학기에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느끼는 압박과 중압감 그리고 늘어난 학습량으로 몸이 지치고 힘들어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몸에 나타난 변화를 찾아 치료해야
과다수면은 결국 몸에 나타난 어떠한 변화 때문에 지나친 졸림을 느끼는 것이다. 개인마다 그 원인이 다를 수 있지만, 몸에 나타난 변화들을 찾아서 바로잡아 주는 것만으로도 과다수면 치료가 가능하다.
살이 쪘거나 마른 사람은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우면 과다수면 증상이 나아지고 자연스럽게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과다수면이 있는 청소년들은 주변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또 과다수면 상태가 계속되면 낮에 활동하면서도 활력이 떨어져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거나 의욕저하 등의 상황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규칙적인 수면과 적절한 운동으로 휴식과 활동에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미원한의원의 한의학박사 허정원 원장은 “최근 학생들이 커피나 각성을 유도하는 음료 등 일시적 방법으로 잠을 쫓으려 하지만, 이런 행동은 피로감을 누적시켜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억지로 잠을 깨우려고 하기보다는 체질적인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