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 마신 한 잔의 술, 태아에는 어떤 영향이?

임신 중에 마신 한 잔의 술, 태아에는 어떤 영향이?

[오늘의 두뇌상식 - 78] 임신 중 음주, 절대 안된다 VS 한 잔 쯤은 괜찮다

 

임신했을 때 술을 마시는 여성이 미국에서는 8명 중 1명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잔 술을 즐기는 여성이 많아진 만큼, 임신 중 술에 노출되는 여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임신했을 때 마신 술은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임신 중 알코올 노출, '안 된다 VS 괜찮다’ 둘 중 어느 것이 옳은지 살펴보자.

임신 중 알코올, 절대 안 된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25일에서 29일까지 북미 방사선학회(RSNA, 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가 개최되고 있다. 이곳 연례회의에서 폴란드 야기엘로니안대학 의과대학 영상의학과장 안드르제이 우르바니크(Andrzej Urbanik) 박사 연구팀은 임신 동안 알코올에 노출되면 태아 뇌 성장에 악영향을 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된 아기 200명과 임신․수유 동안 알코올에 노출되지 않은 아기 30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살펴봤다. 두 그룹의 아기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된 아기는 아닌 아기보다 뇌량(corpus callosum)이 더 얇아져 있었다. 뇌량은 좌․우뇌 양쪽 정보를 교류하는 신경섬유다발로 뇌에서 가장 큰 영역이다.

연구팀은 아이들의 중추신경계 6개 부위에는 비정상 세포가 없는지 확산강조영상(DWI, diffusion weighted image)으로 살펴보았다. DWI는 물 분자 확산에 의한 미시적 운동을 확산계수 차이로 영상화하는 기법이다.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되었던 아이는 아닌 아이보다 뇌 조직에서 물 분자 확산이 증가했다.

우르바니크 박사는 “뇌량의 변화는 아이들의 정신적인 문제와 연관되며, 물 분자 확산 수치가 높다는 것은 뇌세포의 신경장애나 손상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연구로 미국에서 2006년에 발표된 내용이 있다. 핸드메이커 박사는 임신했을 때도 술을 마셨던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머리 둘레와 복부 둘레가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기 초음파 검사에서도 정상 범위긴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은 엄마의 아기보다 뇌 크기가 작았다. ‘술고래’였어도 임신 사실을 알고 술을 끊은 여성의 신생아는 음주를 아예 하지 않은 여성의 신생아와 두개골 크기가 거의 같았다. 

임신 초기에 모르고 마신 정도는 괜찮아

폴란드의 연구결과와 반대로 한두 잔 정도의 술은 임신 중이라도 괜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올해 6월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병원은 임신 초기나 임신 직전에 술을 마셨어도 태아의 뇌 기능이나 IQ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평균 31세인 여성 1,628명을 대상으로 임신 전후 음주습관이 태아의 두뇌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임산부는 술을 마시는 양에 따라 한 주에 한 잔도 안 마시는 그룹, 1~4잔 마시는 그룹, 5~8잔 마시는 그룹, 9잔 이상을 마시는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참고로 국제 기준 술 한 잔은 순수알코올 12g으로 맥주 1잔(320cc), 포도주 1잔(140cc), 소주 1잔(50cc) 정도에 해당한다.

그 결과,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임산부와 일주일에 8잔을 마시는 임산부까지는 태아 발달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9잔 이상 술을 마시는 그룹에서 태어난 아기는 5살이 되면서 집중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르후스 대학 병원의 울릭크 케스모델 박사는 “임신 초기에 모르고 술을 마신 뒤 태아에게 장애가 생길까 걱정인 산모에게 이번 연구결과가 위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임산부에게 만취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설명 하며, “특히 산모가 알코올 중독 상태라면 태아알코올스펙트럼장애(FASD, 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가 나타나 아기가 후일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산부가 술을 마시면 태아에게 영향이 가는지 연구한 결과, 임신 중 가끔 폭음하는 것이 태아에게 해롭다는 명백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산부가 계속해서 술을 과하게 마시면 태아의 성장이 저하되고 선천성기형과 뇌 발달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가끔 5잔 이상 과음한다고 해서 유산, 사산, 비정상 출생체중, 태아알코올증후군 등 선천성기형을 유발한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음하면 태아 뇌 발달을 저해해 아이들의 언어지능을 떨어트리고 학습장애를 초래해 학업수행능력을 저해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여 발표했다.

태아알코올증후군(FAS, fetal alcohol syndrome)

오르후스 대학 병원 연구팀이 말하듯 임신 초기에 모르고 마신 술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임신 후에는 반드시 술을 끊는 것이 태아 뇌 발달에는 안전하다. 태아가 알코올에 계속해서 노출된다면 ‘태아알코올증후군’(FAS, fetal alcohol syndrome)’ 등 ‘태아알코올스펙트럼장애(FASD)’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FASD는 임신 동안 마신 알코올로 태아에게 생기는 모든 선천적인 장애를 뜻한다. 여기에는 태아알코올증후군(FAS, fetal alcohol syndrome), 부분 태아알코올증후군(partial fetal alcohol syndrome, PFAS), 알코올 관련 신경발달 장애(alcohol-related neurodevelopmental disorder, ARND), 알코올 관련 선천적 결손(alcohol-related birth defect, ARBD), 태아 알코올 효과(fetal alcohol effect, FAE) 등이 속한다. 

이 중 FAS는 임산부가 임신 중 술을 마셔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일어나는 선천성 증후군을 말한다. 신생아의 성장 및 정신 지체, 안면 기형, 신경계 기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술을 어느 정도, 얼마나 자주 마셔서 발생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산모가 알코올을 만성적으로 섭취해 일어난 일일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단지 작은 양을 지속적으로 마시거나 혹은 몇 번 폭음만 해도 나타날 수도 있다. FAS는 아니어도 비슷한 비정상적 소견이 태아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주 증상은 흔히 언청이라 말하는 구순구개열을 포함한 얼굴이나 두개골 형성 이상(구순구개열, 소두증, 소안구증 등), 정신 지체, 성장지연, 비정상적인 뇌, 학습 장애 등이다. 혹은 비슷하게 비정상적 소견이 태아에게 나타날 수 있다.

태아 또는 신생아에 나타나는 신체적 FAS 증상

- 작은 뇌(소뇌증), 심장 기형, 척추 기형, 두개안면 기형(인중 발육 부전, 낮고 짧은 코, 턱뼈 발육 부전, 짧은 안검열, 소안증 등)

태아 또는 신생아에 나타나는 정신적 FAS 증상

- 주의 집중의 이상, 행동 장애, 과잉 행동성, 충동성, 지각 이상 등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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