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왜 신게 먹고 싶을까?
임신했을 때 유난스레 식탐이 증가하는 여성이 많다. 시큼한 것이 먹고 싶어서 신김치 한 포기를 앉은 자리에서 다 먹기도 하고, 새벽녘에 철 지난 음식이 갑작스레 먹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며 난감해하기도 한다.
특히 임신하면 신김치나 귤, 딸기, 토마토나 오이 피클, 덜 익은 자두와 같이 신맛이 나는 음식에 심한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TV나 소설에서 '신 음식을 먹고 싶다'는 행동을 임신을 가리키는 암시로 쓰기도 할 정도다. 가끔 양념이 많이 된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예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임산부에게 유난스런 식욕을 자극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2가지 정도로 원인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먼저, 특정한 음식에 대한 엄청난 식욕이 뇌에 생겨, 임신부와 태아가 비타민과 미네랄을 강렬히 원하기 때문에 많이 함유한 음식 냄새를 우선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신김치를 먹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신 초기에 자주 겪는 입덧 때문에 염분 손실이 커지면서 소금이 풍부한 신김치를 먹어 신체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김치에는 임신 초기에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엽산과 비타민의 농도가 매우 짙다. 김치를 먹으면 초기 임산부에게 필요한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임신 때의 특이한 식성에 대한 또 다른 주장은 임신 동안 증가한 호르몬과 그 호르몬의 끊임없는 농도 변화가 임신부의 후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임산부는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임산부의 뇌는 음식냄새에 특히 민감해지게 된다.
음식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후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는 특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의 80% 정도가 임신 중에는 커피나 차, 술, 튀김요리처럼 몸에 안 좋은 음식은 거부감이 심해지고, 냄새를 싫어한다. 하지만 일부는 생크림 케이크와 오이 피클을 함께 먹는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함께 먹어 치우는 특이한 경우도 종종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임산부가 식탐이 크면 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총 304명의 임산부를 조사한 결과, 아들을 가진 여성이 딸을 가진 여성보다 평균 10% 정도 칼로리를 더 섭취했다. 그 이유는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태어날 때 평균 100그램 정도 더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의 칼로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 김효정 manacula@brainworld.com
도움. 『호르몬은 왜?』 마르코 라울란트 지음, 프로네시스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