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국보 1호 대신, 보물 1호 흥인지문 만나러 갑니다

사라진 국보 1호 대신, 보물 1호 흥인지문 만나러 갑니다

[김양강양의 서울에서 여름나기] 못다 한 이야기 4 - 동대문



강양은 제 눈으로 숭례문(남대문)을 본 적이 없다. 고향이 대구인데다 굽이굽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뒤 서울에서 터를 잡았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 숭례문은 지난 2008년 2월 방화범에 의해 90%가 불에 타버렸다. 서울시민이 된 강양이 볼 수 있는 것은 숭례문을 둘러싼 공사 현장 벽뿐이었다.

그래서 동대문 운동장 터에서 역사문화기념관 등을 둘러본 뒤 동대문을 향한 발걸음은 괜스레 설레었다고 고백하겠다. 국보 1호 숭례문은 놓쳤지만 보물 1호 흥인지문(동대문)은 두 눈으로 똑똑히 봐두겠다, 기억해두겠다는 다짐도 했다.

동대문 쇼핑가를 등지고 흥인지문 사거리로 향했다. 내리쬐는 태양에 날은 무더웠고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로 공기마저 텁텁했지만, 아 드디어 강양의 두 눈에 흥인지문이 들어왔다. 파란 하늘 아래 위풍도 당당하게 서 있다.



흥인지문(興仁之門) 서울의 사대문 하나로 보물 1호이다. 조선 태조 7(1398) 완성한 것을 단종 원년(1453) 고쳐 지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흥인지문은 고종 6(1869)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사다리꼴 모양 우진각 지붕을 멋들어지게 드리고 있는 흥인지문은 앞면이 5, 옆면이 2칸으로 2층짜리 건물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세워진 공포가 가늘고 장식이 매우 많은 것을 통해 조선 후기 건축의 특징이 나타나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흥인지문만의 특별함은 바로 '옹성(甕城)' 있다. 옹성이란 성문의 앞을 가리고 성을 둘러서 반원 모양으로 지은 성벽을 말한다. 흥인지문은 도성의 8 성문 유일하게 옹성을 갖고 있다. 흥인지문 자체를 튼튼히 지키기 위하여 세운 성이다. 옹성은 고종 새로 지으면서 개축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하나를 꼽자면 문루를 2층으로 만든 것을 꼽을 있다. 서울 도성 8 이런 형태를 가진 것은 흥인지문과 숭례문밖에 없다고 한다. 문루는 문을 지키는 장수가 머무는 곳으로 유사시에는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의 역할도 한다. 사극에서 장수들이 "화살을 퍼부어라!" "성벽을 사수하라!" 병사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내리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흥인지문은 행정구역상 어느 구에 속할까?

답이 '동대문구'라면 문제를 리가 없지 않은가. 정답은 종로구이다. 원래는 동대문구에 속했으나 행정구역이 조정되면서 지금은 종로구 담당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번째 질문! 사대문의 이름은 동서남북 순수에 따라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이라고 한다. 동대문만 '흥인지문' 글자로 썼을까?

사대문의 이름은 유학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서 글자씩 따왔다고 한다. 흥인지문은 '()' 쓰고 있다. 원래는 '흥인문'이라고 정했었는데 여기에 '()' 포함된 데에는 가지 설이 있다.

한양 도성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의 지세가 허약하여 이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흥인문에 자를 보탰다는 것이다. 다른 설에 의하면 어떤 기인(?) 나타나 이름에 () 자를 넣으면 임금의 자손이 목숨을 건질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병자호란 인조가 피난길에 올랐을 청나라 장수인 용골대가 지도에서 '흥인문' 찾아 나선 사이 '흥인지문'으로 빠져나가 남한산성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늘날 흥인지문은 불에 타버린 숭례문 몫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쉽지만 출입도 불가능하다. 2008 숭례문 방화사건 때문이다. 서울시는 사건 이후 중요문화재의 안전 관리를 위해 24시간 상주인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했다. 흥인지문, 서울 동묘 중요문화재 19개소에는 근무인력을 55명에서 130명으로 늘리고 순찰횟수도 5회로 확대했다. CCTV 설치, 방화 유리막, 수막설비 구축 등도 마련 중이라고 했는데 그다음 소식이 없다. 더는 강양처럼 숭례문을 사진으로만 기억하는 이들이 없어야 텐데 말이다.

흥인지문 공원 쪽에서 바라보면 건너편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아무리 보이게 찍고 싶어도 어쩔 없이 나오는 공사장 모습이 좋지만은 않다. 서울시는 지난 2010 11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해 흥인지문 맞은편 주차장 부지에 180 규모의 호텔 건립을 허가했다. 취재를 지난 8 JW매리어트 호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가 끝나면 흥인지문의 배경에 우뚝 호텔이 있겠구나 생각하니 괜히 심술이 나는 것도 숨길 없다. 우리가 남겨야 것은 어쩌면 '' 아니라 '기억' 아닐까


글∙사진. 강천금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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