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휴가를 다녀온 구 대리. 휴가를 간다며 신이 났던 그가, 돌아와서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휴가를 딱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몸이 아픈 거예요. 작년에도 그랬는데… 진짜, 휴가 때 어디 놀러 가려고만 하면 아파요.”
사실 이런 현상은 웬만한 직장인이 한 번쯤은 겪어 봤을 상황. 큰 프로젝트가 몰려와서 허덕일 때, 프로젝트 중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괜찮더니 일을 끝내고 나면 몸살에 시달린 경우. 반대로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했는데 막상 일할 때는 몸이 좀 나아졌다가 퇴근하면 다시 아픈 경우 등. 기왕이면 회사에서 아픈 티 좀 내고 집에서 편하게 휴식하면 좋을 텐데, 왜 반대로 나타날까?
범인은 ‘스트레스’다.
우리 몸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시간이 짧다. 당시에는 많이 놀라도 금방 안정을 되찾고 조금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긴장하게 되면 아드레날린이나 노르아드레날린 외에도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티솔도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아드레날린처럼 부신피질에서 분비된다.
코티솔은 스트레스받을 때, 고통을 억제하고 병적인 염증을 예방해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코티솔은 류머티즘이나 관절염 같은 염증이나 통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코티솔 분비가 증가하면 아미노산이 당으로 바뀌는 것을 가속하고, 여분의 에너지는 뇌로 공급되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그래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될 때,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코티솔 분비량이 많을수록 스트레스를 더 잘 이겨낼 수 있다. 책임지고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아플 일이 적은 것도 코티솔의 이런 작용 덕분이다. 인체가 어떤 공격 상황이나 스트레스 상황에 부닥쳤을 때, 코티솔의 ‘항 스트레스 작용’은 인체의 기능이 스트레스를 더 잘 이겨내고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코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기 전까지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우리 몸을 지켜준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면 코티솔 분비는 줄어들게 된다. 코티솔은 쉬기 전까지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우리 몸을 지켜주지만, 휴식을 취하면서 코티솔 농도가 떨어지면 질병유발 인자가 쉽게 활동을 하게 된다. 업무에 매진할 때는 괜찮다가 휴가를 즐기려고 하면 아프기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코티솔 농도가 짙은 상태가 지나치게 오래가는 것도 사실, 신체에는 큰 부담이 온다. 높아진 코티솔 농도가 신체 내 면역체계를 흐트러뜨리면서 동시에 신체 염증반응((inflammatory response)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른 사람보다 오래, 더 많이 아프기도 한다. 그뿐이랴, 우울증과도 가까워지게 된다.
코티솔 분비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야근이 손꼽힌다. 지난 1월 25일에는 핀란드와 런던대학교 연구팀이 11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은 7~8시간 근무하는 사람보다 중증 우울증이 발생할 경우가 2.43배 나타났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코티솔의 지나친 분비 때문.
행복해야 할 휴가를 몸살로 고생하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평소 격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업무량을 조금만 줄여보면 어떨까? 회사에서 일을 계속 주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그렇다면 적어도 평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밖에!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독서나 음악 등 취미를 즐기는 방법, 명상이나 호흡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 짬을 내어 틈틈이 운동하기,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 등이 있다.
특히 그중에서 하루 5분씩 단전까지 호흡이 닿는 심호흡을 하거나, 30분 정도 짧은 명상을 하면 적은 시간으로도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효과적이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도움. 《호르몬은 왜?》, 마르코 라울란트 지음, 프로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