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혀 대신 맛 판별하는 전자혀(electronic tongue)가 최근 개발되어 화제다. 서로 다른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 3종과 레드와인 3종을 대상으로 전자혀를 실험한 결과 6가지 와인을 1백% 판별해 냈다. 앞으로 음료나 주류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를 판별해 식품 생산에 활용하게 될 것이라 한다.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변수가 있는 인간의 혀와 달리 오차 없이 일정한 성분에 언제나 정확히 반응하는 전자혀의 상용화에 상당수의 식품 업체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각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네 종류가 있다. 물론 그것들은 단순히 음식의 맛을 즐기기 위한 감각이 아니다. 네 종류의 맛 중 신맛은 음식의 부패를, 쓴맛은 음식이 해로운가를 감지하는 감각. 이른바 자신을 부패한 물질이나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려는 감각이다. 미각도 사람의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능인 것. 또한 생물학 분야에서의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신맛은 수용액 상에서 수소 이온을 발현할 수 있는 맛물질들에서 나오며, 짠맛은 다양한 전해질 물질들에서 나온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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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느끼는 화학 센서가 핵심
우리가 맛을 느끼는 과정은 이렇다. 혀를 내밀어 보면 입자 모양의 돌기가 보이는데, 그 입자 속에 미각을 느끼는 감각기인 미관구가 있다. 미관구의 미세포에서 맛을 캐치한다. 미세포는 럭비공처럼 생겼는데 여기서는 맛의 정보가 전기신호로 바뀐다. 전기신호는 미각신경으로 전해지고 연수, 시상을 경유해서 대뇌 피질의 미각중추에 도달한다.
즉 음식과 혀의 맛세포에 포함되어 있는 맛수용체의 전기 화학 반응 결과가 전기적 신호의 형태로 인간의 신경망을 통해 뇌에 전달되며, 뇌에서는 기존의 맛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연상 작용을 통해 맛을 인식한다. 따라서 인간의 미각 메커니즘은 맛을 인식할 수 있는 감지부와 감지부로부터 획득한 음식간의 반응 결과를 분석하는 인식부로 나뉜다.
그렇다면 전자혀 장치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맛을 느끼는 화학적 센서에 있다. 여러 가지의 화학물질로 이뤄진 마이크로 센서를 하나의 실리콘웨이퍼 위에 얹어 인간의 혀 모양처럼 디자인한 것이다. 이러한 미각 시스템 구조를 본뜬 맛 평가 시스템으로서 전자혀(electronic tongue 또는 taste sensor)라는 개념이 제안되었다. 전자혀는 인간 미각 시스템의 각 구성에 대응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센서 부위(sensor array)는 혀에 있는 다양한 맛 수용체의 집합에 해당되고, 또한 컴퓨터에 구현되는 데이터는 소프트웨어로 인간의 두뇌에 해당한다.
전자혀가 사람의 혀보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점은 일정한 성분에 언제나 정확히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식품의 맛을 정량화하고 객관화하는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요구르트나 간장 등 식품 고유의 맛을 객관화된 수치로 표현함으로써 소비자의 맛에 대한 세부적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식품의 맛 차이를 평가하는 데도 전자혀를 활용할 수 있다. 식품의 제조 공정에서 원료 및 제조 방법의 변경에 따른 맛의 차이를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의 혀가 맛을 시험할 수 없는 비위생적인 물질에도 전자혀가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농도를 분석한다거나 소변 내의 코카인 성분을 검출할 때 전자혀는 특히 유용하다. 앞으로 전자혀는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식음료 업체들을 비롯해 상당수의 업체들이 전자혀의 상용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조성인 sicho@snu.ac.kr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생물자원공학부 교수. 혀 역할을 하는 센서 부분과 두뇌에 해당하는 데이터 처리부분으로 구성된 전자혀를 개발, 미국 농공학회에서 발행하는 최근호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