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 브레인 신호등

브레인 20호
2010년 12월 17일 (금)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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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싸우기 아니면 도망가기’ 반응을 보인다고 하는데, 이는 주로 남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트레스에 대한 남녀의 반응 차이와 이미 경쟁 위주로 체계화된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기 위한 전략을 알아보자.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의 차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북미 방사선학회 회의에서 발표되었다. 폴란드의 한 대학 연구진은 위험에 처할 경우 남자는 그 상황에 대처하거나 피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관장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반면, 여자는 감정 중추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연구진은 21명의 남자와 19명의 여자에게 서로 다른 감정을 일으키는 일상적인 영상들을 보여주고 이들의 뇌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 장치(fMRI)로 관찰했다. 영상들은 첫 번째에는 부정적인 것만, 두 번째에는 긍정적인 것만 제시되었는데, 여성들은 부정적인 영상을 볼 때 뇌의 통증과 쾌감 영역에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좌측 시상하부의 활동이 강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반면 남자들은 같은 영상을 볼 때 호흡이나 심장박동, 소화와 같은 불수의 기능을 수행하는 좌측 뇌섬엽이 활성화됐다. 이 영역의 활동은 위험에 맞서든가 달아나든가를 결정하는 이른바 ‘싸우기 아니면 도망가기’ 반응을 일으킨다.

한편 긍정적인 영상을 볼 때 여성들은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반면, 남성들은 시각 정보 처리 관련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는 여성들이 긍정적인 자극을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특정 기억과 긍정적인 영상을 관련짓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암수 동물이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에 반응한다는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수컷의 반응은 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반면, 암컷의 자율신경계는 부교감신경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밝혀졌다. 이는 수컷은 스트레스에 대해 스릴을 느끼면서 도전을 하든지 도망갈 준비를 한다는 것이고, 암컷은 스트레스에 대해 불쾌하고 구역질 나는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이러한 대응 방식의 차이는 직장에서도 나타난다. 오늘날 남자와 여자는 교육 수준에 차이가 없지만, 여전히 수입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에서 전일제로 일하는 여자는 남자들 수입의 73%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고 한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봐도 남녀가 똑같이 일하고도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 임금이 더 높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경영학 석사 학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들의 초임이 여자들보다 평균 8% 정도 많았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구직 과정에서 남자들은 57%가 더 많은 급여를 요구했지만 여자들은 단지 7%만 봉급을 더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란다. 남자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봉급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모험을 감행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그 직장에 안전하게 입사하기 위해 직장에서 제안한 연봉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무기력을 학습하는 세상의 모든 딸들 
어느 분야든지 진정한 성공을 이루려면 모험을 감행해야만 한다. 딸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어려서부터 스트레스에 강하고 모험에 도전하는 품성을 갖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부모들은 대개 딸을 그렇게 키우지 않는다. 아들이 친구들과 싸우고 들어오면 이겼는지부터 묻고, 졌다고 하면 당장 태권도장에 등록시킬 생각을 한다. 그런데 딸이 자전거를 타면서 속도를 즐기려고 하면 급하게 말리면서 얌전하게 타라고 당부한다.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딸아이에게 ‘학습된 무기력’을 조장할 수 있다.

마틴 셀리그먼의 ‘학습된 무기력’ 이론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좀 더 알아보자. 실험실의 쥐에게 한 마리는 흥미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게 구성한 환경을 제공하고, 다른 한 마리는 꼼짝 못하게 붙잡아두고 빠져나가려 애써도 놓아주지 않는 시간을 하루에 몇 번씩 여러 날 되풀이한다. 이후 두 마리의 쥐를 물이 가득한 욕조에 넣으면 평소에 모험을 즐긴 쥐는 즉시 욕조의 한쪽 옆으로 헤엄쳐 가서 빠져나오지만, 꼼짝 못하게 한 쥐는 몇 차례 헤엄을 치다가 그만 욕조에 가라앉고 만다. 사실 쥐는 생래적으로 수영을 할 줄 안다. 그럼에도 무기력이 학습되면 타고난 것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실험은 두려움에 맞서보고, 그것을 넘어서보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을 탐험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도전에 나설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여자 아이에게 필요한 것 
딸들도 올바른 모험을 감행할 기회를 경험해야 한다. 남자같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힘,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여자 아이가 자신이 모험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교사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알면 얌전한 소녀들도 나름의 도전을 시작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여자 아이들은 모험을 감행하다가 실패하면 모험을 더욱더 기피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실패하면 자칫 자신이 유약하고 무능력하다는 감정과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근차근 단계를 밟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여자 아이들이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차츰 단계를 높혀가도록 도와준다.

또한 여자 아이들은 잘하고 있을 때뿐 아니라 실수하고 실패할 때도 반드시 격려해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는 또래 친구들의 지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여자 아이들만의 모임이 필요하다.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이 함께 있으면 남자 아이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먼저 해버리기 때문에 여자 아이들이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그러나 여자 아이로만 구성된 모임에서는 여러 역할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과 용기, 내면의 힘을 축적할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이는 건강한 삶의 자양분을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글·강윤정 ccyy74@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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