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는 외국 여행, 삶의 유랑자가 삶으로 만든 진짜 여행 이야기

친구가 되는 외국 여행, 삶의 유랑자가 삶으로 만든 진짜 여행 이야기

파워블로거 라오넬라 여행 산문집, 고연주 지음 '우리의 취향' (북노마드)

'라오넬라, 새벽 두시에 중독되다'라는 블로그에 자주 간다. 여행, 책, 신변잡기 이런 글이  주로 올라오는데, 시각이 남달랐다. 파워 블로거가 될 만했다. 그 뒤 블로그 작가는 '라오넬라, 새벽 두시에 중독되다'라는 자전적 소설을 냈다고 이번에 알았다. 고연주 지음 '우리의 취향'(북노마드). '라오넬라 여행 산문집, 다시 여행을 말하다' ㅡ 책 표지에 이렇게 적었다.  띠지에서는 이렇게 유혹한다.  "내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든 세상을 향해, 삶 유랑자 고연주가 떠났던 진짜 여행 이야기."

 '우리의 취향'은 흔히 보는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 산문집.' 생각을 해가며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는  태어나서 이사만 서른여섯 번. 조금 과장하면 길 위에서 살았다. 그런 삶을, '길 위에' 있었던 여행 같은 삶의 이야기와 진짜 여행 이야기를 '우리의 취향;에 담았다.  다섯 살에 시작한 최초의 여행부터 서른까지의 여행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 고연주 지음 '우리의 취향' 표지.

지구를 여행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인데 굳이 나라를 들라면,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라오스, 터키, 중국, 오스트리아, 몰타, 스위스, 이스라엘, 스페인, 포르투갈, 태국…… .

익숙한 나라보다 낯선 나라가 많은 터. 저자는 그런 낯선 곳에서 최소 2주일 이상 머물며 그곳에서의 삶과 친해지려고 했다.  왜? 문득 '안녕'하고 전화를 걸 수 있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많이 보려고 바쁘게 들렸다 사진 찍는 데 공을 들이다 후다닥 떠나는 여행과는 다르다.

친구를 만들기 위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말이 안 통하는데도? 말을 못한다는 건 생각보다 매력적인 일이다.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으면 답답할 거라고 걱정하지만 나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사랑스러워진다ㅡ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 말이란 현지어이다. 왜 사랑스러워지는 걸까? "말로 치장한 내가 없어지고 마음만 남는다. 여행을 위해서는 아주 많은 마음이 필요하다."  여행을 자주 하면서도 내게는 이런 마음이 매우 부족하다.

저자가 열여덟에 런던에 간 것이 첫 외국행이었다. 여행이 아니었다. 통하지 않은 영어, 바닥난 돈, 구할 수 없는 일자리…고학하는 유학생에게 닥치는 일을  다 겪었다. 그렇게 런던에 적응했고 성장했다. 그래서 "나의 열여덟이 '그렇게 애써준' 덕분에 나는 스물아홉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힘들었던 시절, 죽을 것 같았던 시절도 지내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열여덟에 런던에서 친구가 되었던 존 아저씨, 11년 후에 다시 찾아가 만나는 대목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존은 십일 년 만에 찾아온, 열일곱에서 스물여덟이 되어버린 소녀를, 마치 자신이 기르기라도 한 양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상하이에 가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 건물 밖에 널어놓은 빨래다. 바지, 치마, 속옷, 사람이 입는 것은 모두 빨아 창문 앞에 걸어 말린다. 초호화 아파트도 그렇다. 그런 빨래에는 팬티도 있다. 상하이에 처음 갔을 때는  '저런 걸 다!…'.  팬티는 옷일 뿐인데. '우리의 취향'에서는 그런 내밀한 이야기도 전한다.

가본 곳이라면 '우리의 취향'이 담은 여행과 시간을 더하여 더욱 아름다운 여행 추억이 다시 새겨질 것이다. 새로운 곳이라면, 언젠가는 가보겠다는 여행지가 하나 더 생길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글쓰기가 눈에 들어온다. 일인칭 수필이 많지만, 삼인칭으로 쓴 글도 있다. 편지글 같은 형식도 취했다. 어떤 글은 일기이기도 하다. 이런 걸 의식하면 읽는 재미, 쏠쏠하다. 

어디론가 여행을 계획한다면 '우리의 취향'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글.사진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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