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 View] 지구가 끓고 있다

[Brain View] 지구가 끓고 있다

Brain View — 뇌로 보는 세상

장마가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7월 말부터 폭염이 시작돼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해마다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되면서 "지금 이 여름이 당신이 살아가며 겪을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도 더 이상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통계를 보면 이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4,460명, 추정 사망자는 29명으로, 2024년(3,704명)보다 20.4% 늘었다.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던 2018년(4,52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유럽의 이상 고온 현상도 연일 뉴스를 채우고 있다. 오랫동안 에어컨 사용에 부정적이었던 유럽인들이 이제는 에어컨을 구하기 위해 원정에 나설 정도다. 유럽 기온이 30도를 넘어 40도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습도까지 고려하면 한국인들에게는 "그 정도로 엄살이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한국 역시 7월 들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후덥지근한 습도와 폭우가 번갈아 이어지고 있다.
 

▲ [사진=unsplash]

뇌를 공격하는 열

신체 부위 중에서도 뇌는 열에 특히 민감하다. 기온이 오르면 뇌세포는 핵심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열은 뇌를 과도하게 흥분시켜 발작을 유발할 수 있고, 타우단백질이 잘못 접혀 서로 엉키게 만들어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체온이 39도를 넘으면 뇌 조직 구조 자체가 변형되고, 세포 형태도 일그러진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기후변화가 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강력범죄와 가정폭력, 차별 등 인류의 공격성이 늘어나는 현상도 그 영향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산불과 홍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는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불안'이라는 트라우마를 남긴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삶의 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커피, 설탕, 카카오, 밀가루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치솟았고,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예측을 벗어나는 기상 상황은 사람들에게 만성적인 불안감과 피로감을 안긴다. 인류가 가진 그 어떤 무기로도 태풍 하나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기후위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새삼 일깨운다.
 

'기후회복력'이라는 새로운 능력

그동안 기후위기가 낯설게 느껴졌던 이유는 변화가 서서히 진행돼 일상에서 체감할 만큼 위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기후변화는 여전히 추상적인 개념이었다.

뇌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은 1950년대만 해도 북반구의 여름이 기후학적으로 8일이 채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여름이라 부르는 기간은 10년마다 약 4일씩 늘어났다. 기후학자들은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 이상 2100년에는 여름이 한 해의 절반에 달하고, 겨울은 2개월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독일의 과학저널리스트 크리스티나 베른트는 저서 『기후위기는 어떻게 내 몸을 병들게 하는가』에서 달라진 기후 환경 속에서 몸과 마음을 지키는 능력, 즉 '기후회복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폭염에 대비해 생활 습관을 바꾸고, 매일 오존과 자외선, 꽃가루 지수를 확인하며, 알레르기와 감염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부정적인 기후 뉴스 앞에서도 마음을 지키는 연습을 하는 일이 그것이다.
 

기후 복지가 필요한 시대

2023년 7월 UN은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며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다른 사람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릴 시간은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이제 기후위기는 특정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짊어져야 할 '조별과제'가 됐다. 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던 기상이변과 기후재난을 매년 새롭게 경험하면서, 기후변화는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현존하는 위험'으로 자리 잡았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며 몸을 관리하듯, 지구의 건강도 관리해야 할 때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 하락이나 사회적 비용 증가 같은 수치가 아니라, 우리가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사실 그 자체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하나의 푸른 별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처럼,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비교할 수 없는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지만, 자연 상태에 홀로 던져졌을 때 개인의 생존력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서 지금과 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개개인이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를 보살피지 않으면 나 자신도 결국 생존할 수 없다는 '공생'의 감각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생의 범위를 내 가족, 내 나라, 내가 속한 공동체로 한정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지구는 그 범위를 훨씬 더 넓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구상 가장 강력한 존재인 우리가 스스로 지구와 공생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기 어려울 것이다.

글_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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