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을 없애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잡념을 없애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닥터 양의 뇌 이야기

브레인 112호
2025년 08월 27일 (수)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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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입의 즐거움을 빼앗는 멀티태스킹의 문제점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잡념을 없애고 지금 해야 할 일에 즉시 집중하는 방법이 있을까?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주 많고 시끄러운 공간에서, 주인공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바라보고 집중하면 주위의 잡음이 점차 사라지면서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조용해지죠. 

동시에 집중하는 부분이 점차 확대되면서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이는 소리와 화면의 구도를 활용한 영화적 연출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친구와 함께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은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실내 스피커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자리를 꽉 채운 사람들의 대화 소리도 웅성웅성 시끄럽게 들립니다. 

그런데 친구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몰입해 친구의 목소리만 들리고 다른 소리는 의식하지 않게 됩니다.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도 친구와 나눈 이야기뿐이죠. 카페에서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 옆 테이블에서 무슨 이야기가 들렸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렇듯 집중의 효과는 무작위로 입력되는 정보들을 채로 걸러내서 필터링할 만큼 대단합니다.
 

잡념에 빠져 있을 때보다 집중할 때 뇌의 에너지 소모가 감소한다 

뇌를 촬영해 보면, 집중 상태에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상태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집중하고 있지 않을 때를 ‘마음이 방랑하는 상태(mind wandering)’라고 하는데, 이때에는 뇌의 많은 영역이 산발적으로 활성화합니다.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합니다. 

즉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하는 신경 네트워크이죠. 무엇엔가 집중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잡념에 빠져 있는 것이 곧 디폴트 모드 상태의 뇌를 체험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무엇엔가 집중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활성이 사라지고, 주의집중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하기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서 산발적으로 활성화했던 영역이 잠잠해지기 때문에 뇌 입장에서는 필요 없는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피로도가 감소하게 됩니다. 

뇌를 주의집중 상태로 만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명상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호흡 명상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눈을 감고 코로 들어오고 나가는 들숨과 날숨을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잡념이 줄면서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이러한 주의집중 명상을 할 때 뇌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살펴본 연구가 있습니다(Hasenkamp 2012). 이 연구의 연구자들은 숙련된 명상 전문가들의 뇌를 fMRI로 촬영했습니다. 

먼저 명상가들이 집중하지 않고 방랑하는 마음 상태일 때의 뇌를 촬영하고, 그들이 명상을 수행하는 동안의 뇌를 촬영하여 이를 비교했습니다. 

집중하고 있지 않은 동안에는 뇌의 많은 영역들이 산발적으로 활성화해 있었습니다. 뇌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였던 것이죠. 

그런데 명상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뇌의 전체 활성이 줄어들면서 집중에 관련한 영역만 국소적으로 활성화했습니다. 뇌가 고요해진 것입니다.

명상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연습을 하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명상 훈련을 꾸준히 하면 뇌의 구조와 활성 자체가 변화하기 때문에 명상을 하는 순간뿐 아니라 일상 중에도 더 안정된 뇌 상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뇌 기능의 효율이 향상되고, 정서적으로 더 안정된다는 점도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의 문제점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을 원하거나,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화 통화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TV를 보면서 집 청소를 하는 등 멀티태스킹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두뇌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하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주의집중의 대상을 여기서 저기로 재빨리 전환하며 그 각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드를 수시로 전환하는 방식은 오히려 정보 처리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성과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을 분산시킵니다. 멀티태스킹하는 사람은 매번 새로운 작업에 다시 집중하는 습관 때문에 한 가지 일만 할 때도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멀티태스킹은 결과적으로 작업속도를 늦춥니다.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집중을 전환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작업속도가 느려지고, 전반적인 효율도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결정적으로 멀티태스킹은 뇌의 집행기능을 저하시킵니다. 우리 뇌에서 인지적 과정을 제어하고 관리하고, 특정 작업을 수행할 때 언제 어떻게 어떤 순서로 할지 결정하는 것을 집행기능이라고 합니다. 

멀티태스킹은 뇌에서 바로 이 집행기능에 의해 관리됩니다. 집행을 조절하는 과정에는 두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른 일들보다 지금 수행할 우선적인 한 가지 일을 정하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이전 작업의 규칙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작업의 규칙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이 두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고자 할 때 기능수행에 지연이 생길 수 있습니다.

TV를 보면서 빨래를 개는 데는 별문제가 없지만, 운전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아주 작은 시간차에 의해 매우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멀티태스킹을 하는 학생은 성적이 더 낮은 경향이 있고, 숙제를 완료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수를 할 가능성도 더 높다고 합니다.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려고 하면 어떤 것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집중하려면 뇌에서 그 일과 관련 없는 정보를 차단해야 하는데,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다 보면 차단할 정보에 대한 판단을 제때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습관이 만들어지면 점차 주의가 산만해지고 집중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몰입의 즐거움이 뇌를 변화시킨다

어떻게 하면 멀티태스킹하는 습관을 고치고 주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우선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시간을 정해 두고 한 번에 한 가지 작업만 해보세요. 그렇게 하면 일의 효율이 올라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일을 시작할 때 이메일이나 소셜 미디어 등 주의를 빼앗기기 쉬운 요인들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깊은 집중은 뇌를 고요한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잘 집중해서 일을 마치고 나면 오히려 리프레시된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면 그 즐거움이 우리의 뇌를 더욱 집중하는 상태로 이끌 것입니다.

또한 집중과 몰입은 정서적인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걱정되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죠. 걱정하면서 일하는 것 역시 멀티태스킹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5분이나 10분 정도의 호흡 명상으로 멀티태스킹 상태에서 빠져나오세요.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뇌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입니다.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융합생명과학과 교수 

 

참고문헌
• Hasenkamp W et al. (2012) Mind wandering and attention during focused meditation: a fine-grained temporal analysis of fluctuating cognitive states. NeuroImage 59(1):7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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