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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경영 이해’ 수업을 마무리하며

올해 국제뇌교육협회가 글로벌사이버대학교와 함께 개설한 지구경영 융합전공의 첫 전공필수과목인 ‘지구경영 이해’ 수업이 어느덧 종강을 앞두고 있다. 사이버 강의의 특성을 넘어, 이 과목은 세 차례에 걸쳐 화상으로 실시간 토론 수업을 진행하며 수강생들과 깊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 변화를 이끌어갈 리더에게 소통 능력은 필수적인 역량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구경영학의 첫 단추를 꿰는 과목으로서 수강생들이 이 새로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이미 10년 가까이 운영되어 온 글로벌사이버대학교의 대표적인 교양필수 과목인 ‘지구경영으로의 초대’ 과목 덕분에 ‘지구경영’이라는 단어는 재학생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많은 학생이 자신의 전공 분야와 무관하게 지구 차원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로 공감하게 되었다는 소감을 전해왔다. 

특히 지난 10년간 지구 온난화는 한반도의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현실화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지구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피부로 절감케 했다. 학생들은 수업을 마무리할 무렵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삼균주의와 지구경영

‘지구경영으로의 초대’ 다음으로 듣게 되는 ‘지구경영 이해’ 수업은 환경 문제만이 아닌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에서 출발한다.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사회경제적 불평등 역시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 지구적 문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려면, 경제적 불평등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마음을 모으기가 어렵다. 결국 개인이나 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 지구를 중심 가치로 삼아 공생을 실천하려면 사회경제적으로 균등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수업에서 우리는 홍익인간 정신을 ‘세상을 균등하게 다스리라’는 명제로 해석한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를 깊이 있게 다룬다. 홍익 철학을 단지 고대 한민족 건국 이념의 박제된 내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발전해 온 살아있는 철학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한계를 모두 경험했던 조소앙 선생이 삼균주의를 통해 꿈꾼 균등한 국가가 오늘날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를 기본소득제, 의대 정원 증원, 기후 위기와 세대 간 불평등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을 통해 고민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삼균주의는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은 균등 실현을 위한 제도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 

20세기 초의 사상임에도 21세기만큼 진보적이었다는 점에 크게 감탄했다. 한 학생은 “그냥 과거에 만들어졌던 것이라고 끝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좀 더 공부해서 미래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당시에 정치, 경제, 교육 등 포괄적인 균등을 지향한 이상적 민주주의에 대한 청사진이 존재했다는 사실에도 매우 놀라워했다.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기에 자국의 이익을 넘어 세계 평화를 추구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노력 속에서 ‘지구경영’의 뿌리를 발견했다는 소감도 나왔다. 이는 한민족의 홍익 철학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영감을 주는 동시에, 창조적으로 해석되고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균등의 철학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한 학생은 삼균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경제적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이전에는 이러한 가치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삼균주의를 통해 그 소중함을 절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 지능 시대로 접어들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과 함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현대인들에게 경제적 안정은 삶을 영위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균등의 개념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학생은 삼균주의 학습을 통해 지구경영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구경영이 단지 환경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라는 공동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경영의 핵심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뿐 아니라 인간끼리의 공생을 포괄한다는 점을 잘 짚은 지적이다.

가장 뜨거운 토론이 벌어진 주제는 역시 균등의 현실 가능성이었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유토피아에서도 진정한 평등은 어려울 것 같다.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서로 더 위에 서려는 마음 때문에 불평등이 조장되고 공존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실현 가능하지 않은 이념이라고 의견을 밝힌 학생도 있었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구경영학을 통해 깊이 파고들어야 할 핵심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과연 제도적인 장치로 충분할까? 우리 의식에 어떤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까?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지구경영이 질문에 대해 다른 학생은 이렇게 덧붙였다. 최근 경북 지역의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일괄적으로 지원금을 주겠다는 도지사의 발언에 대해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했던 상황을 예로 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인들부터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대의에 따라 뜻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학생은 균등이란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그 근본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밝은 마음, 즉 양심이 있음을 믿었기에 삼균주의 같은 사상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기본소득 같은 제도 역시 이러한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밝은 본성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구경영 이해’ 첫 번째 토론 수업은 지구경영이라는 주제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성찰할 수 있음을 확인한 매우 긍정적인 시작이었다.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지구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