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 양의 뇌 이야기 [이미지=게티이미지 코리아]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
명상을 꾸준히 하면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됩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던 생각이나 말, 행동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감각이 생깁니다. 자신의 습관적인 행동 이면에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생각이 숨어 있는지 관찰하면서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 뇌의 가장 겉 부분에 주름이 많이 잡힌 부위를 대뇌피질이라고 합니다. 대뇌피질 안쪽에는 변연계, 변연계 안쪽에는 뇌간이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거나 논리를 펼치거나 대화할 때는 대뇌피질이 활성화합니다. 무언가에 화들짝 놀라 심장이 쿵쾅거리는 반응을 보이는 순간에는 외부로부터 들어온 자극에 대해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경로를 건너뛰어 정서 반응을 관장하는 변연계와 몸의 반응을 일으키는 뇌간이 곧바로 작용합니다.
이렇게 반사적인 반응이나 습관적인 반응은 스스로 그렇게 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에 일어납니다. 대뇌피질이 작동하기 전에 그 하부의 본능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정보처리를 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뇌에 입력된 정보처리 방식을 바꾸는 것, 곧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습관을 고치고자 해도 뇌는 이미 익숙한 경로를 따라 습관대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으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 사람은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여기고 화를 내는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피드백을 한 사람이 평소에 자신이 신뢰했던 사람이고, 그가 도움을 주려는 의도였다는 것을 알아도,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이 크지 않은 사람은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명상은 이런 마음의 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줍니다. 명상을 하면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감각이 깨어납니다. 자존감이 살아나면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는 순간에도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 차분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용할 만한 피드백이라면 이를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명상을 하면 자존감과 메타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명상을 하면 나타나는 변화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존감 향상. 둘째는 자신을 관찰하는 능력, 즉 메타인지 향상. 이 두 가지 변화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실제로 명상이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즉 자존감(self-esteem)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수행되었습니다. 특성 마음챙김(trait mindfulness) 또는 성향적 마음챙김(dispositional mindfulness)이라고 하는 것은 개방적이고 비판단적인 태도로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관심을 기울이고 유지하는 능력에 주목합니다(Brown & Ryan, 2003).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이러한 성향적 마음챙김의 능력과 자존감의 연관성을 조사한 총 15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성향적 마음챙김 능력이 클수록 자존감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Randal 2015). 즉, 개방적이고 비판단적인 태도로 현재의 경험에 관심을 기울이고 유지하는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17개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명상 훈련을 하면 자존감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Randal 2015).
이러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명상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커지면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관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다음으로 자기 성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에서 5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시험을 수행했습니다. 학생들은 2주간 명상 훈련을 하는 수업이나, 2주간 영양에 관한 지식을 전달받는 수업에 배정되었고, 실험 전후로 학생들의 메타인지 능력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명상 훈련에 참여한 학생들이 영양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보다 메타인지 능력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Baird 2014).
명상 훈련을 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또렷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보완하는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는 능력이 향상됐습니다. 메타인지 능력이 향상되면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들어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생깁니다.
이타심도 훈련으로 강화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국가의 정치적 상황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기후 변화는 인류 전체를 위협합니다. 일부 지역의 오염은 대기의 흐름과 해류와 먹이사슬에 의해 지구의 모든 생물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일어나는 대부분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민족, 종교, 사상의 경계를 넘은 협력과 배려, 이타심이 필요합니다. 이타심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선택을 하는 마음인데, 전지구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이러한 이타심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타심을 훈련으로 함양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무엇이든 꾸준히 연습하면 기능을 향상할 수 있지만, 이타심 같은 마음가짐 또는 사고방식도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회정서적 기술에 초점을 둔 훈련이 이타적 행동을 강화한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과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및뇌과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몇 개월에 걸친 다양한 정신 훈련이 이러한 이타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등의 행동을 친사회적 행동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타심을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인 친사회적 행동, 친사회성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친사회적 동기가 훈련될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명상을 기반으로 하는 세 가지 종류의 정신 훈련을 받았습니다. 참가자들이 행한 각각의 정신 훈련이 친사회성을 향상시켜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요?
첫 번째 훈련은 현재의 순간에 대한 주의력과 신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었고, 두 번째 훈련은 연민•고마움•친사회적 동기 같은 사회정서적 기술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세 번째 훈련은 인지적 유연성과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연구 결과, 이 세 가지 훈련 중에서 두 번째 훈련인 사회정서적 기술에 초점을 둔 훈련을 받았을 때 참가자들이 이타적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면, 훈련을 받은 후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을 더 관대하게 대하고 자발적으로 도왔으며, 더 많은 금액을 복지기관에 기부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두 가지 훈련은 참가자들의 이타적 행동을 특별히 더 강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타심을 기르는 자애 명상과 정서 훈련
이타성을 강화시키는 이 사회정서적 기술에 초점을 둔 훈련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연구에 사용된 사회정서적 훈련의 목적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보살핌과 연민, 친사회적 동기, 감사, 어려운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된 훈련의 방법은 스스로 하는 ‘자애(loving-kindness) 명상’과 파트너와 함께하는 ‘정서 훈련(Affect Dyad)’이었습니다.
자애 명상을 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함과 배려의 느낌을 끌어냈고, 그다음에는 자기 자신에게, 또 그다음에는 중립적인 타인에게, 마지막에는 자신이 정서적으로 불편함을 느꼈던 이들에게도 그러한 따뜻함과 배려의 느낌을 끌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훈련 프로그램에는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같은 문구를 반복하는 것이 주요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트너와 함께하는 정서 훈련은 대면 또는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명상적인 대화에서 참가자들은 최근에 경험한 어려움과 감사함, 이 두 가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때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참가자는 피드백을 주지 않고 주의를 기울여 이야기를 경청하는 공감적 듣기를 실행했습니다.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는 정서를 받아들이고, 감사의 마음을 키우면서 상황을 관념적으로 추론하거나 해석하지 않는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추가적으로 정서 탐색, 용서 명상, 자기연민 개발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이러한 정서 훈련을 통해 참가자들의 이타성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명상
이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이 도출한 결론은 이타적 동기와 행동을 정신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고, 짧고, 경제적으로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는 정신 훈련으로도 이 같은 효과를 얻는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학교, 의료계, 직장에서 이러한 이타성을 함양하고 친사회성을 향상시키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전지구적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 전환이 사회 변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세계 변혁으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이타성의 강화가 간단한 정서 훈련으로 가능하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명상을 권합니다.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참고 문헌
• Brown KW et al. (2003) The benefits of being present: Mindfulness and its role in psychological well-be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4), 822–848.
• Randal C. et al. (2015) Mindfulness and Self-esteem: A Systematic Review. Mindfulness DOI 10.1007/s12671-015-0407-6
• Baird B. et al (2014) Domain-Specific Enhancement of Metacognitive Ability Following Meditation Train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2014, Vol. 143, No. 5, 1972-1979.
• Anne Böckler, Anita Tusche, Peter Schmidt, Tania Singer. Distinct mental trainings differentially affect altruistically motivated, norm motivated, and self-reported prosocial behaviour. Scientific Reports, 2018; 8 (1) DOI: 10.1038/s41598-018-318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