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상식] 지금 이 순간도 만들어지는 당신의 기억에 대해

[두뇌상식] 지금 이 순간도 만들어지는 당신의 기억에 대해

[오늘의 두뇌상식-69] 첫사랑이 장기기억으로 남는 이유는 강렬하기 때문

첫사랑과 찍은 오래 전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피어오른다. 다른 한 편으로는 어제 어떤 옷을 입었는지, 방금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사람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차이는 바로 ‘기억의 기간’에서 생긴다.

기억은 뇌에서 만들어진다.

기억을 저장하고 회상하는 데는 전두엽의 공로가 크다. 하지만 감각이나 인지 정보 처리는 뇌의 많은 부분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하나의 감각을 접하면 먼저 대뇌를 구성하고 있는 100억 개의 뉴런 중 일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기자극을 전달한다. 이 자극은 축색과 수상돌기, 시냅스를 통해 여러 개의 뉴런으로 뻗어 나간다. 이 반응으로 만들어진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해 축색과 수상돌기가 서로 뻗어 나가며 기억이 저장된다.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자극, 감각기억(sensory memory)

기억의 처음 출발은 감각기억(sensory memory)으로 시작된다. 가장 지속 시간이 짧은 감각기억은 시각, 청각, 청각, 후각, 촉각 등으로 수집된 다양한 정보를 각 영역에서 처리한다. 각 감각을 처리하는 뇌의 영역은 달라 시각적 정보는 대뇌피질 뒤쪽, 청각은 주로 대뇌피질 옆부분에 있는 측두엽에서 처리하는 식이다.

감각기억은 몇 분의 1초도 되지 않아 곧바로 새로운 자극으로 대체되는 대신 무제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대뇌 시각피질에서 생성된 시각적 심상은 짧은 순간 남는 속성이 있다. 영화는 이 속성과 무제한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성을 이용해 수많은 프레임을 빠르게 넘어가며 연속된 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짧고 굵게, 단기기억(STM)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는 감각기억 중 일부는 단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일반적으로 10초에서 20초 정도 유지되는 단기기억은 의식적 사고를 요구하는 활동에 필수다. 문장을 이해하는 활동에서부터 덧셈 등 특별한 과제를 수행에 이르기까지 단기기억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단기기억은 대체로 ‘7’이라는 제한적 용량을 가지고 있다. 숫자나 단어, 이미지 등 무엇이든지 대개 즉각적으로 7개의 정보를 보유할 수 있고,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면 이미 있던 정보는 대체된다. 그리고 외부 자극이나 산만한 주의 등의 영향으로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 단기기억 중 일부는 강한 집중이나 몇 번의 반복, 혹은 강한 감정적 자극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남게 된다.

첫 사랑을 평생 기억하는 이유는 장기기억(LTM)이기 때문

지속시간이 길어봤자 몇 분 정도인 단기기억도 뇌 물리적 구조가 변화되면 몇십 년 지속하는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기관이 대뇌의 관자엽 안쪽에 위치한 해마다. 해마는 뇌에 들어온 무수한 감각기억을 걸러내, 단기기억을 저장한다. 그 뒤 다시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대뇌피질과 연결해 장기기억으로 바꾼다. 장기기억을 회상하는데도 해마의 역할은 크다. 기억을 떠올리는 기능이 손상되는 ‘메멘토’ 같은 현상은 해마의 기능에 손상을 입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장기기억은 비유하자면 ‘잊지 못하는 첫사랑의 기억’과 ‘평생 써먹는 자전거 타는 기술’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서술기억(외현기억)으로 사물의 명칭을 부르고 그 이름이 어떤지를 인식하는 것으로, 생활 과정에서 축적한 사실과 정보의 합계다. 자전거 타는 기술처럼 사물에 대한 기억이 아닌, 수행하는 방법을 기억하며 습득해 기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절차기억이라고 한다.

서술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변형이 되기도 한다. 한 실험에서 아메리카 주민들이 카누를 타고 사냥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대학생들은 나중에 보트를 타고 낚시 여행을 떠났다는 식으로 바꿔 기억했다. 후자가 그들에게 좀 더 친숙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확한 사실들이 망각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우리의 의미 기억을 보전하기 위해 상실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도움. 《기억의 법칙 25가지》,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지음, 들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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