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하는 몸짓 하며 그의 헤어스타일,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멋스러움을 넘어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 선명한 다홍빛 상의, 그리고 젊음이 묻어나는 국방색 바지까지. 독특한 그만의 '리더스 콘서트'는 이 한마디로 요약되었다.
"Do what you love!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번역가 이미도 씨는 4일 300여 명의 청춘들이 가득한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에서 2012년 하반기 '리더스 콘서트'의 첫 번째 연사로 나섰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가 조금 넘을 때까지 시종일관 풍부한 표현과 그만의 독특함으로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번역가 아니랄까 봐, 그의 강연에는 다양한 영어 표현과 언어유희가 등장했다.
✔ VIP
흔히 VIP라고 하면 '아주 중요한 사람(Very Important Person)'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미도 씨의 해석은 남달랐다. 바로 '상상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Very Imaginative Person)'이었다.
"독창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독창적인 사고의 전제가 바로 상상력이다. 그렇다면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도 바로 V.I.P.가 필요하다. Vision 비전, 앞을 예측하고 예지하는 것. Imagination 상상, 앞을 예측한 것을 어떻게 하면 실현할 수 있을지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며 상상하는 것. Passion 열정, 그 상상을 실현해내겠다는 의지와 열정. 비전과 상상, 그리고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는 이 세 가지를 가장 잘 아우르는 사람으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를 소개했다. 앨빈 토플러는 매일 아침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Very Influential Paper, VIP) 7종을 읽는다고 한다. 그의 비전과 상상력, 그리고 열정의 재료는 바로 종이 신문이라는 것이다.
✔ '활어(活魚)' 아니죠, '활어(活語)' 맞습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 번역가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미국 영화의 7%가 그를 거쳐 영화관에 걸린다. <니모를 찾아서> <쿵푸팬더>를 비롯해 이번 추석에는 애니메이션 최초로 여성캐릭터가 단독 주연을 맡은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번역도 마쳤다고 한다.
내년이면 번역의 세계에 뛰어든 지 20년이 된다는 그는 "할리우드 산 활어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할리우드에서 헐떡거리는 활어를 잡아왔다. 여기서 '활어'는 물고기가 아니다. 바로 '활어(活語)', 살아 숨 쉬는 언어를 말한다.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 방황하던 번역가 이미도 씨의 삶을 잡아준 소설 <알렉산드리아>와 영화 <스탠바이미(Stand by me)>
'The limits of your language are the limits of your world. (언어의 한계가 당신이 가진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만의 창의력, 자신만의 세상은 여러분이 가진 언어 실력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방황하던 10대에 나를 잡아준 것이 바로 이병주 선생의 소설 <알렉산드리아>다. 이 소설에 빠져들면서 나는 언어를 단련하기 시작했다. 이후 갈피를 못 잡던 20대의 나를 잡아준 것은 영화 <Stand by me>의 원작 소설인 <The body(시체)>를 읽으며 지금 이 길을 걷게 되었다."
✔ ACE
어떤 분야의 고수, 실력자를 뜻하는 '에이스'가 아니다. 번역가 이미도 씨가 말한 ACE는 다양한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스(ACE)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나는 그 답이 바로 신문과 책에 있다고 본다. 신문과 책은 우리를 에이스가 되도록 훈련시키고 연습시키는 훌륭한 도구다.
신문과 책에는 나를 강렬하게 끌어당기는(Attraction, 끌어당김∙매력) 글과 이야기가 있다. 이것이 바로 호기심(Curiosity)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에게 '당신은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l have no special talents. l am only passionately curiosity.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다만 열정적인 호기심이 있을 뿐이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마지막 한 마디 역시 "Be curios! (호기심을 가져라!)"였다.
이 시대 최고의 흥행 영화를 만들어내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 역시 "Human curiosity is the most powerful weapon. (인간의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호기심은 창의력(Creativity)으로 이어지고 그 창의력은 다른 호기심이 만들어낸 창의력과 만날(Connection, 연결) 때, 그리고 비판적인 사고(Critical thinking)를 할 때 폭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 한 가지가 남았다며 감성(Emotion)을 소개했다.
"상대방의 생각, 말을 잘 듣고 그 생각을 이끌어 실현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다. 누군가의 이야기, 생각에 귀 기울이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 Do what you love!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생쥐는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라고 말한다. 번역가 이미도 씨는 이 문장을 조금 다르게 바꾸어 말했다.
"You are what you read. 당신이 읽는 것이 당신이다.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자기발견을 위해 책을 읽어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영화 <라따뚜이>와 책 <아웃라이어>
그는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를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하루에 3시간 10년을 연습하고 훈련하면 10,000시간을 채운다는 것이 <아웃라이어>의 핵심 내용이다. 무엇이든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기회가 온다. 왜냐하면 당신은 준비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좋아서' 한다는 것.
Do what you love!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때 더 몰입할 수 있고 더 많은 창조를 통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글. 강천금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