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듯 누구나 그리는 만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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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뇌

브레인 12호
2013년 01월 11일 (금)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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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 만화책’이라는 용어에 묘한 설렘이 일 것이다.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아쉬움을 다음 편, 새 만화책에 대한 기다림으로 달래는…. 새만화책은 이런 만화 독자들의 기다림에 값할 만한 만화책만 만들겠다고 작심한 출판사다. 좋은 만화, 대안 만화를 꾸준히 독자에게 선사하고 있는 새만화책. 시간의 흐름 속에서 헌 책이 되어도 계속 새 만화책(?)을 고수할 김대중 공동대표를 만났다.









만화 전문 출판사 새만화책 김대중 대표


새만화책에서는 좋은 만화, 대안 만화를 추구하는데 어떤 만화책을 말하는 것인가?

대안 만화란 기존 주류 만화의 대안이며, 작가주의나 예술적인 측면이 부족한 아마추어 만화,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대안이다. 작가주의나 예술 만화는 만화의 한 부분일 뿐 전체일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즐겁고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모든 만화를 가리켜 ‘좋은 만화’라는 말을 쓴다. 좋은 만화의 진정성이 담긴 만화다. 그런 만화의 진정성은 작가에게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주류 만화의 대안이 왜 필요하며, 작가주의 만화가 대안인 이유는?   

주류 만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만화 하면 떠올리는 정형화된 형식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순정만화 하면 소녀 취향의 여성 판타지를 자극하는 이야기와 굴러 떨어질 듯 큰 눈의 캐릭터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미술이나 문학 같은 경우 어떤 작품이 다른 작품과 비슷하다거나 같다는 평을 받으면 아주 치명적이다.

문학이나 미술 분야에서는 작가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주의가 당연한 일이다. 만화도 정형화된 틀을 벗고 자기만의 이야기 구조, 그림 스타일, 연출 방법이 주류를 이뤄야 한다. 새만화책은 최근 2편이 출간된 《페르세폴리스》처럼 개성 있는 그림에 이야기나 스타일도 색다른 작가주의 작품을 주로 출간하고 있다.

만화가로서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출판사를 차리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내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만든 것은 아니다. 2002년 내가 만화가로 활동하던 당시 다른 출판사의 편집장이던 조경숙 공동대표를 우연히 만났다. 이후에 내 첫 작품을 출간하면서 그와 함께 새만화책을 시작했다. 만화를 좋아했고 또 하고 싶은 만화가 있었는데, 둘러보니 나와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작가들이 많이 있더라. 하지만 그런 만화는 정형화된 주류 만화 문화 안에 받아들여지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대안 만화를 마음껏 출판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외국의 좋은 작품들도 소개하고 싶었다.

만화에서 이야기와 그림, 둘 중 어느 것의 비중이 더 크다고 보는가?

만화가의 뇌를 검사해 활성화되는 부분을 본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것을 그림 이미지로 표현하는 만화는 우뇌와 좌뇌를 모두 사용한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만화가가 되지는 않는다. 이야기와 그림이 조화를 이뤄야 하겠지만, 이야기는 잘 안 되는데 그림만 되는 사람은 만화가라고 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은 만화 기술자이지 창작자라고 할 수 없다. 반대로 그림은 잘 못 그리지만 이야기가 좋은 경우는 만화가로서 가능성이 있다. 이야기는 만화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에서 그림이라는 것도 단순히 선을 그리고 사물을 그리는 차원이 아니다. 빈 공간에 화면을 구성하고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 만화이고, 그 능력은 만화의 글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만화적 상상력’은 어떻게 얻는가?

‘만화적 상상력’이란 말을 흔히 쓰는데, 만화가가 특별히 상상력이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영상 기술이 나오기 이전에는 만화가 이미지로써 이야기를 표현해내는 방법으로는 가장 손쉽고 표현 영역이 넓어서 그랬을 것이다. 만화적 상상력은 머릿속의 상상력을 재현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만화에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은 길도 없고 불빛도 없는 밤의 산 속과 같다. 작가는 그 산을 갈 의지가 있으면 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안에 창조적인 능력과 재료가 있음을 믿는 것이다. 만화 공부를 한다고 뭔가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먼저 자기가 쌓아온 것 속에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질 때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 

만화에 대해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만화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보고서, 편지, 일기 등 사람들은 모두 글을 쓴다. 만화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그릴 수 있다. ‘졸라맨’ 같은 막대기 사람을 그리고도 그 옆에 표현하고 싶은 말을 추가하면 그게 만화다. 일기를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쓰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요즘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만화를 손쉽게 그리고 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만화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게 만화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적 표현을 많이 접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면 뇌를 좀 더 종합적으로 잘 쓰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만화 또는 좋은 만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만화책은 그 말들을 실천해 나갈것이다. 큰 것 한 방을 바라기보다는 시간과 함께 사람들이 새만화책과 좋은 만화를 알아가고, 그 속에서 신뢰와 기대가 쌓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박영선
pysun@brainmedia.co.kr | 사진·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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