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IQ 그리고 영재

두뇌, IQ 그리고 영재

문용린 교육칼럼

브레인 8호
2013년 01월 11일 (금)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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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오늘날의 모습은 인류의 창의적 두뇌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아직도 너무나 다양하고, 알아갈수록 놀라운 인간 두뇌의 능력을 ‘IQ’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IQ란 무엇일까. 아인슈타인, 에디슨, 피카소, 고흐의 위대성을 IQ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두뇌에 대한 연구는 21세기 들어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PET나 fMRI 등의 뇌영상 촬영장치의 발달로 살아 있는 뇌의 생생한 작동 모습을 실시간으로 샅샅이 살펴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엄청나게 투입된 연구기금, 예컨대 폴 앨런이 설립한 시애틀 뇌과학연구소의 1억 달러의 연구기금 등으로 2006년 9월에는 ‘앨런 뇌지도’까지 그려보게 된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혁혁한 연구가 IQ와 영재 연구에 시사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간단하게 요약하면, 인간의 두뇌 속에 잠재된 비범성은, 1900년대 초 이래로 100여 년이 넘게 인류가 애용해온 IQ(Intelligence Quotient)라는 잣대로 가늠하기엔 너무 크고 복잡하다는 것. 따라서 영재 또는 천재의 비범성은 IQ만으로 재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IQ는 지도 위의 작은 점에 불과하다

오늘날 IQ는 위기에 처해 있다. IQ가 두뇌 속에 잠재된 인간의 비범함을 재는 정확한 척도가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이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의혹의 핵심은 IQ가 ‘인간의 수많은 능력 중 극히 일부를 재놓고, 전체를 잰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머릿속에 잠재된 능력은 무한하다. 어떤 이는 이런 능력의 개수를 2만 1400억 개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능력 중에서 IQ가 재는 능력은 기억력, 계산력, 지각력, 추리력, 어휘력, 언어유창성, 공간지각력 등의 사고 능력 등으로 겨우 10여 개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니 IQ가 사람들의 다양한 성취를 설명하고 예언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IQ가 재지 못하는 중요한 능력 중의 대표적인 것이 창의력(creativity)과 정서능력(emotional ability)이다. 즉, IQ는 인간의 능력 중에서 극히 기초적이고 일반적인 인지 능력인 사고능력만을 재고, 창의성과 정서 능력을 재지 못하므로 학교에서의 공
부나 출세와 성공 등 종합적인 삶의 성취와 업적을 예언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세계 최고의 IQ를 가진 사람으로 기네스북(1986~1989)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람은 미국인 마를린 사반트다. 그녀의 IQ는 228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 그녀는 천재인가? 아니다. 신동도 아니었고, 물론 이렇다 할 위대한 업적을 내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는 IQ가 높다는 것 이외에는 내보일 만한 재능이나 업적이 없다. 대학도 다니다가 중퇴했고, 작가가 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지만, 그것도 이루지 못했다. 60세가 넘은 현재 그녀는 결혼해서 가정주부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 
 
IQ와 삶의 질은 무관하다

IQ가 높은 사람들만이 가입하는 모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멘사클럽에는 전체 인구의 IQ 분포에서 상위 2% 안에 드는 사람만이 가입하는데 대략 IQ 135 이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국제 고도IQ 소사이어티에서는 상위 5%를 회원으로 받는데 기준 IQ는 약 124 정도다. 그 밖에도 프로메테우스 소사이어티와 기가 소사이어티가 있는데, 가입 기준이 각각 상위 0.003%, 0.000000001%로 대단히 높다. 기가 소사이어티의 경우 기준 IQ가 190 정도 되며 이 기준에 통과할 만한 사람은 확률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10명이 채 못 된다고 한다.

그럼 이렇게 IQ가 높은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삶 속에서 경탄할 만한 업적을 내고 있는가? 1996년에 발족한 한국의 멘사에는 약 700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그들의 학교공부 상황을 살펴보면, 최상위권에 속했다는 사람이 19%(49명/254명), 상위권에 속했다는 사람이 47%(121명/254명), 중하위권에 속했다는 사람이 23%(61명/254명)로 나타난다. 이들 모두의 IQ는 최상위권이었지만, 학교공부는 최상위권이 아니었다. 최상위권인 사람 19%보다 중하위권인 사람이 23%로 더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니다. ‘IQ가 높은 사람이 학교공부를 모두 잘한다’는 믿음은 그렇게 확실한 사실이 아니다. IQ가 학교공부를 설명하는 정도는 대략 20~25% 내외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IQ만을 가지고 영재의 잣대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역사상의 위대한 업적을 낸 위인들을 살펴보면, IQ만을 가지고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이 그의 높은 IQ 덕이었다고 하면, 그는 왜 초·중학교의 성적이 낙제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는가? 에디슨의 위대한 발명 능력이 IQ 덕이었다고 하면, 그는 왜 초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할 수밖에 없었는가? 특히 예술적인 천재들을 IQ로 설명하긴 더더욱 어렵다. 모차르트, 베토벤, 피카소, 고갱, 고흐의 위대성을 과연 IQ만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글.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전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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