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의 교육칼럼] 두뇌연구의 두 측면, 구조와 작용

[문용린의 교육칼럼] 두뇌연구의 두 측면, 구조와 작용

문용린 교육칼럼 <1>

브레인 1호
2013년 01월 15일 (화)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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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는 신비스럽다. 체중의 약 50분의 1(몸무게 70kg의 사람이라면 뇌의 무게는 1.4kg)에 불과한 두뇌가 인간의 모든 신체적 기능과 정신적 기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새끼손가락 하나를 움직일 때도 뇌의 관여가 꼭 필요하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으로만 보이던 일상적인 대화도, 뇌의 관여 없이는 어눌해지고 이상해진다. 뇌는 인간의 모든 기능의 본산이며, 발원지다. 신체의 매우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한데도, 사람 전체를 움직이는 사령탑인 것이다.

그래서 뇌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몇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의 비밀도 그의 뇌의 특이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엽기적인(?) 일도 벌어졌다. 아인슈타인 사후에 그의 뇌가 적출되어  과학자들에게 연구용으로 제공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정밀하고도 권위 있는 관찰 보고서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이제까지의 결론은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였음’이다.

그래서 두뇌는 신비스럽다. 인간의 모든 기능적 특성은 그것이 천재성이든 부적응성이든 간에, 두뇌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두뇌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때문이다. 도대체 두뇌는 인간의 행동을 어떻게 통제하는 것일까? 사람들 간에 행동과 사고의 특성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곤 하는데, 도대체 그들의 두뇌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뇌, 관찰 불가 영역에서 풀려나다    

인류는 그간 이런 궁금증을 품고만 있었지, 감히 풀어볼 엄두를 못 냈다. 두뇌는 관찰 불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망원경이라는 관찰도구 덕분에 우리는 수천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명왕성, 해왕성의 정체를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머릿속의 두뇌는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뇌는 커녕 피부 속의 뼈도들여다볼 수 없었다. 

인간의 신체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관찰장치가 개발되기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100년 간신히 넘어간다. 인간 골격의 투시를 가능하게 한 X선이 개발된 것이 1895년이고, 뼈만이 아니라 피부 아래의 근육 조직까지 살필 수 있는 CT 촬영장치가 개발된 것은 불과 35년 전에 불과한 1972년이다.

CT 촬영장치의 개발로 두뇌 관찰이 비로소 가능해지자, 뇌의 신비를 풀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급물살을 탔다. 드디어 두뇌부분에 대한 전문 촬영장치인 PET가 1975년에 선을 보였고, 1979년에는 MRI, 1992년에는 fMRI로 두뇌 촬영장치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요즈음에는 PET와 MRI의 기능을 합친 새로운 촬영장치가 구안 중인데, 이 장치가 개발되면, 두 기기의 장점이 결합된 획기적인 뇌영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첨단 장비의 개발에 가천의과대학의 뇌과학연구소(조장희 박사팀)가 세계 학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서 우리를 뿌듯하게 해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보여지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면 이런 두뇌 촬영장치의 발달은 곧 뇌의 신비와 궁금증을 과연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 것인가? 불행하게도 대답은 아직 부정적이다. 두뇌의 구조에 대한 관찰이 두뇌의 효율적 기능과 작용에 대한 설명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엄청난 천재였고, 그 천재성이 두뇌에서 연유된 기능인 것임을 우리는 확실하게 안다. 그러나 그의 두뇌를 아무리 관찰해보아도 보통사람의 두뇌와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즉, 두뇌 구조의 개인 차로 두뇌의 기능과  작용의 개인 차를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의 두뇌의 외양적 모습과 구조는 거의 유사하며, 그 차이의 폭은 대단히 좁다. 그렇다고 하면, 사람들의 두뇌는 거의 비슷한데, 사고력과 창의성을 포함한 정신능력의 차이는 왜 그렇게 큰 것일까?

두뇌 촬영장치의 발달은 무척 반갑고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두뇌의 신비를 말끔히 해소시켜주리라는 기대는 성급하다. 구조와 작용의 간극이 크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물을 아무리 현미경으로 자세하게 관찰해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는다. 물의 구조 속에 무지개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이 어떤 작용상태에 있을 때 무지개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둑판의 구조 속에 바둑의 무궁무진한 기술과 수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바둑판을 놓고 정신작용을 가동하고 있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 기술과 전략이 나타나는 것처럼, 두뇌의 구조 속에 천재성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두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 때에 그 천재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두뇌 연구의 한 축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H. 가드너 (H. Gardner)는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에서 두뇌의 구조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두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작용하게 할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물론 두뇌 구조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연구가 두뇌 연구의 전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두뇌의 기능과 작용에 대한 연구는 구조 연구와 다른 또 하나의 중요한 탐구영역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 문용린 (서울대교수, 전 교육부장관) | 일러스트. 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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