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진 모든 능력은 뇌에서 나온다. 우리 뇌의 기억 용량은 25기가바이트(GB)의 용량을 가진 컴퓨터 100대를 합쳐놓은 수치와 맞먹는다. 심리학자나 생리학자들이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뇌의 신비를 모두 밝혀내지는 못했다. 다중지능 이론 역시 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1981년 미국의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로저 페리R. Perry가 발표한 좌·우뇌 이론이 다중지능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능력과 두뇌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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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는 왼쪽 뇌와 오른쪽 뇌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반대편에 있는 몸의 지각과 운동을 담당하고 있다. 뇌출혈이나 사고 등으로 뇌를 다쳤을 때 반대쪽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 그 증거다. 왼쪽 뇌는 언어뇌라고 하며 언어 중추가 있다. 따라서 왼쪽 뇌가 발달하면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뛰어나게 된다. 오른쪽 뇌는 이미지 뇌라고 하는데 그림이나 음악 활동, 스포츠 등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100년이 넘게 사용해온 IQ 검사는 주로 언어 및 수리와 관련된 두뇌의 기능을 측정한 것으로 좌·우뇌 이론에 비추어볼 때 왼쪽 뇌의 능력만을 측정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드너H. Gardner 교수는 두뇌의 전반적인 기능을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기능이나 재능을 모두 지능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가드너에 의하면, 뇌의 어떤 능력이 지능이라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이 능력이 두뇌의 어떤 부위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크게 대뇌와 소뇌로 이루어져 있고, 단면을 보았을 때 대뇌의 신피질과 그 아래 대뇌 기저핵, 그 아래 시상과 시상 하부, 대뇌변연계와 가장 안쪽의 뇌간으로 구성된다. 또한 대뇌피질의 앞쪽은 전두엽, 뒤쪽은 후두엽, 위쪽은 두정엽, 옆쪽은 측두엽으로 나눌 수 있다. 두뇌의 이러한 각 부분은 일곱 가지 다중지능의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능을 표현하는 상징체계
뇌졸중으로 인해 언어 장애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능력은 그대로인 경우, 또는 왼쪽 뇌에 손상을 입었을 때 오른쪽 뇌에 해당하는 기능은 모두 정상인 경우 등을 살펴볼 때 두뇌의 영역과 지능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중지능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한편으로 두뇌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더욱 발전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뇌에서 발현되는 모든 능력 특성들을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요리 지능이 높고,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은 기계 지능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지능’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가드너는 주장한다. 첫째, 이미 살펴본 바 대로 두뇌에는 그 지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어야 한다. 둘째, 지능에는 최고와 최저의 발달 과정이 있어야 한다. 셋째, 지능은 그것을 발휘하기 위한 나름의 체계가 있어야 한다. 넷째, 지능은 실험 연구나 심리학적 연구로 검증될 수 있어야 하며, 다섯째, 독립적인 형태로 관찰 가능해야 한다. 여섯째, 특정 능력은 누구나 겪는 발달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일곱째, 진화적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지능별로 고유한 상징체계(symbolic system)가 있어야 한다.
상징체계란 예컨대 음악 지능의 경우 악보 기호가 된다. 논리수학 지능에서는 숫자나 수학 기호가 그 지능의 고유한 상징체계이다. 상징체계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며, 관련 지능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다중지능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상징체계란 각 지능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발현시키는 매개이며 문화적으로 고안된 의미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중지능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학습 능력이란 그 지능과 관련된 상징체계를 빠르게 배우고, 그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며, 그 상징체계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글·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전 교육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