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친구가 되는 아이들

뇌와 친구가 되는 아이들

충주 삼원초등 박분남 강사, 이선희 담임교사

브레인 7호
2010년 12월 23일 (목)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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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뇌 옆에 우뇌, 대뇌 옆에 소뇌~” 아이들이 조막만 한 손을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한 번만 더 하자고 조르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높아진다. 이 아이들에겐 대뇌, 소뇌, 척수와 같은 명칭들이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뇌와 친해지기 위한 재미난 놀이다. 충주 삼원초등학교 1학년 매화반 방과후학교에서‘뇌교육 인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박분남 강사와 이선희 담임교사를 만나보았다.









웃음을 선택하는 것은 나
충주 삼원초등학교 1학년 매화반은 9월 중순부터 반 전체가 ‘뇌교육 인성’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허리를 세우고 두손을 모은 뒤 박분남 강사와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요즘 아이들은 빨리도 자란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 저마다 애교를 부리며 지난주에 했던 손놀이를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자랑하기 시작한다.

매주 수요일과 격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이 수업은 이제 아이들모두가 즐거워하는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 많이 보고 싶었어요”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마침 취재차 찾아간 시간은 웃음과 긍정적인 사고에 관한 수업이 진행되던 때였다.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는 웃음의 효과에 대한 설명을 따라 읽는 아이들. 달리기나 윗몸일으키기와 같이 운동도 되고 뇌에도 좋다는 등의 이야기를 열심히 소리 모아 읽는다.

아직 어려서 산만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잘 집중하고 있었다. “웃고 나니 기분이 좋아져요”라며 아이들이 느낌을 이야기하자 박분남 강사가 물었다. “웃음은 누가 만드는 거죠?” 이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은 ‘자신’이라는 것이다. 박 강사는 “매화반 아이들은 사랑이나 미움, 웃음과 슬픔 모두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라고 자랑한다.








재미있고 행복한 집중
이렇게 아이들이 뇌교육 방과후학교에 잘 참여하게 된 데에는 담임인 이선희 교사의 노력도 컸다. 이 교사는 “방과후학교 수업 내용을 보고 집중력과 인성과 관련해서 진행된 것들을 다시 정규수업에도 응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그 효과가 더욱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집중력도 커지고 자신감, 자긍심을 키워나가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끌어갈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방과후학교로 뇌교육 인성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이교사의 말에 박 강사 또한 동의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많은 부분에서 변하죠. 하지만 이후에도 자기의 뇌를 믿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공부가 아니더라도 저마다 잘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하고 싶습니다.”

자신과 타인을 긍정하고 행복을 선택하는 습관은 주의가 산만해질 때 함께 치는 ‘나 박수’와 ‘너 박수’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 교사가 직접 만들어서 가르친 이 박수들은 칠 때마다 ‘나’와 ‘너’, ‘좋아’와 ‘최고’, ‘사랑해’라는 말과 동작을 하는데 비록 간단한 것이지만 담고 있는 뜻도 좋거니와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의 집중력도 놀라웠다. 스스로 참여하는 재미있는 수업인 까닭도 있지만 뇌를 활성화시키는 뇌체조와 손유희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몸 전체를 두드리고 뻗는 동작 가운데 끊임없이 자신과 자신의 몸에 집중하면서 몸과 정서를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이 그대로 수업 전체에 이어지는 것이다.

사탕을 끈에 매달고 그것에 자신의 마음을 담는 게임을 할 때 아이들은 행복하게 웃으며 집중했다. “나는 나의 뇌를 믿는다”라고 선언하는 아이들을 보며 과연 그 뜻을 알까 싶은 마음도 잠시. 손에 들고 있는 사탕에 마음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말 이전에 마음으로 느끼며 선택하고 몸으로 실천해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뇌교육, 방과후학교를 깨워라

아이들이 무척 잘하고 있어 자랑스럽다는 박 강사는 그러나 모든 게 쉽지는 않다고 말한다. “저학년이라서 원래 교안 프로그램에 포함된 집중력 테스트와 고급 훈련 과정, 자아성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그런 어려움과 아쉬움도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 사라지죠. 평소 자신감이 없던 아이가 있어요. 그 애가 아까 수업 끝나고 찾아와 인사를 하던 아이예요. 아이들은 사소한 것부터 달라지죠. 또 어제 한 학부형과 통화를 했는데 엄마한테 화를 낸 아이가 먼저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더래요. 전에는 없던 일이죠. 그런 얘기를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현재 삼원초등학교의 경우 1학년 매화반과 저학년 반, 고학년 반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까지 전국 600여 개 학교에서 재량 활동, 계발 활동, 교사·학부모·학생 강좌, 인성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뇌교육이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그중 삼원초등학교처럼 방과후학교로 도입된 뇌교육 프로그램은 총 103개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연말까지 360개 학교에서 뇌교육이 정식교과로 들어갈 예정인 것에 비해 오히려 뇌교육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국내에서는 아직 미흡한 수치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의 마음과 잠재력을 깨우는 뇌교육 프로그램이 좀 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작년부터 확대된 방과후학교에 더욱 많이 보급되기를 기대해본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사진·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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