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를 관장하는 호르몬 옥시토신

모성애를 관장하는 호르몬 옥시토신

호르몬 이야기

뇌2003년5월호
2012년 10월 04일 (목)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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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는 젖 물린 아기를 바라보며 살며시 웃음 짓는 어머니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가하면 아기를 낳는 어머니의 얼굴만큼 고통스러우면서도 숭고한 모습은 없을 것이다. 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처럼 모든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후천적으로 습득된 소양이라기보다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운명에 가깝다.

어머니의 사랑, 즉 모성애를 관장하는 호르몬은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자궁 수축과 모유 수유를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모성 본능과 직결되는 모성 행동에 관여한다. 옥시토신은 만삭의 산모가 아기를 낳기 직전에 산모의 자궁에서 분비되고, 자궁의 수축 정도를 조절하여 아기가 안전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돕는다.

따라서 옥시토신은 분만 촉진제로도 사용되고, 옥시토신 길항제는 조산방지제로 사용된다. 옥시토신 조상 유전자는 약 5억 년 전에 나타났을 정도로, 진화적으로 매우 오래된 호르몬 중 하나이다. 옥시토신의 출산 기능은 환형동물(지렁이 류)에서 인간에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 환형동물 혹은 곤충이 알을 낳을 때 역시 옥시토신 유사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이 포유류에서만 갖는 기능은 모유 수유를 촉진하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 젖꼭지를 빨면 유두의 촉각신경이 자극되고, 이 감각신경이 척수를 타고 시상하부에 이르러 옥시토신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이러한 자극은 5~15분 간격으로 지속되며, 이때마다 다량의 옥시토신이 혈관계로 분비된다. 분비된 옥시토신은 유방의 유관 수축 운동을 도와 젖이 분비되도록 한다. 사람의 경우 아기가 젖을 빨기 시작하여 20초에서 1분 사이에 젖이 분비된다.

이러한 수유 기능은 아이가 이유식을 먹을 때 쯤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젖을 물린 엄마는 그렇지 않은 엄마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20% 가량 낮다는 점이다. 이는 젖을 물릴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유방암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모성애가 아기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건강도 지켜주는 셈이다.

옥시토신이 관여하는 모성 본능은 쥐 실험을 통해서 증명되었다. 출산경험이 없는 쥐는 새끼를 돌보는 데 관심이 없지만 출산을 하고 나면 그러한 본능이 나타난다. 그런데 출산경험이 없는 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주입하면 모성본능이 나타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옥시토신이 출산, 수유 및 모성과 관련된 호르몬이기는 하지만 여성호르몬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옥시토신은 남성 뇌에서도 여성과 비슷한 정도의 양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남성과 여성에서 공히 혈중 염분의 농도를 조절하고, 중추신경계에서는 사랑, 사회적 행위, 학습 및 기억과 같은 정신행위에도 관여한다. 다만 여성의 자궁과 유방에 옥시토신 수용체가 있어 여성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 호르몬이 된 것이다.

글. 성재영 | 전남대학교 호르몬연구센터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독일 괴팅겐의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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