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생각하는 디자인

공존을 생각하는 디자인

친환경 기획자 송재훈 대표

브레인 28호
2011년 06월 13일 (월)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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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쇄물을 만들 때 재생지를 사용하고, 석유계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로 인쇄한다. 또 재활용이 되지 않는 비닐코팅 방식 대신 액체코팅으로 대체하고, 중철 제본에 쓰이는 철사 대신 실로 박음질해서 제본을 한다.

그리고 자투리 종이로 명함을 만든다. 100퍼센트 친환경적일 수는 없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제품을 만드는 그는 ‘친환경 기획자’다.

대학에서 인쇄학을 공부하면서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던 송재훈 대표. 인쇄와 관련된 일을 해오던 어느 날 문득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인데 대부분의 환경운동이 물, 나무, 땅 등에만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3년 전에 회사를 만든 것도 공존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비롯됐어요.”

그러나 친환경적 방식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2008년만 해도 에코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시각적으로는 좋지 않을 것’ 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 둘 성과물을 내기 시작하자 ‘재생지는 칙칙하고 예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 수수하지만 화려하지는 않을 것’ 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역시 관건은 아이디어였다.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데 일반적인 방식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려요. 하지만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은 기존 방법과 큰 차이가 없고 때로는 친환경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제작에 드는 시간을 단축시키기도 해요.”


송 대표는 자동차 대신 오토바이로 거래처를 다닌다. “철두철미하게 환경을 생각한다면 걸어 다녀야겠죠.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그들에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여름에 고생이 많겠다고 하자 “오히려 여름엔 바람이라도 불어서 시원하다”며 겨울이 훨씬 힘들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환경사랑 아이디어를 궁리하는 그는 대상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믿는다. “친환경 청첩장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에요. 시험적으로 만들어본 에코 청첩장의 반응이 꽤 괜찮아요. 기업 고객도 중요하지만 에코 청첩장을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게 더 기쁩니다.”

몇 년 사이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축의금 일부를 환경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고객도 있어요. 그럴 때 정말 일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 역시 현재 자신의 고객이기도 한, 중국의 황사 및 사막화 방지 등을 위해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중문화청소년센터 ‘미래숲’에 매출의 1퍼센트를 기부하고 있다.

그리고 ‘지구시민운동연합’과도 환경을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환경을 사업 아이디어로 활용했으니 매출의 일정 정도를 환경을 위해 기부하는 게 당연하다는 그로서는 이런 활동이 제대로 된 투자일지 모른다.

그가 디자인하고 만들어낸 결과물들에서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웃고 있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사진·김성용 pango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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