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의 교육칼럼] 술과 담배에 시들어가는 청소년의 뇌

[문용린의 교육칼럼] 술과 담배에 시들어가는 청소년의 뇌

문용린 교육칼럼

브레인 5호
2011년 02월 11일 (금)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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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담배는 몸에 해롭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해롭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의 음주와 흡연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1996-2006년)에 음주 시작 연령이 15.1세에서 12.7세로, 흡연연령이 15세에서 12.4세로 낮아졌다. 10년 전에는 음주와 흡연의 시작 연령이 중 1 때였다고 하면,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으로 조기화早期化된 것이다. 고 3 학생을 기준으로 보면, 그들의 평균 음주율은 44.5%, 흡연율은 19.8%에 이른다.

고 3 여학생의 경우, 여자 성인 음주율 36.3%, 흡연율 5.5%보다 각각 2.2%, 6.6%씩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음주와 흡연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더욱 일상화된 모습을 띠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부모, 교사 등 기성세대의 예방과 제어 노력이 가장 미미한 나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진국과 비교되는 제도의 차이

외국의 경우 청소년들의 음주와 흡연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엄청난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해서 담배카드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사진이 첨부된 담배카드를 가진 성인에게만 담배를 판매하게 하여, 청소년들이 담배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 일을 후생성(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일정 연령, 보통 18세 미만에게는 술을 팔지 못하며, 이를 어길 경우 그 판매 업소는 강력한 처벌(주류 판매 면허 취소 등)을 받는다. 면허를 가진 자만이 술을 판매하기 때문에, 이들이 청소년 주류 판매를 거부하면, 실상 청소년들이 술을 살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보호법에서는 청소년에게는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주류 판매가 면허제가 아니라 주세 부과 체제이기 때문에, 어느 가게에서나 주류 판매가 가능하다. 술을 한 병이라도 더 팔면, 그만큼 더 이익이 생기는데, 왜 안 팔려고 하겠는가? 

음주와 흡연이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의사, 약사를 포함한 건강 전문가들이 수많은 경고를 쏟아 내놓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무시무시한 흡연경고 광고를 공중파 방송에 내보내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알코올과 니코틴에 공격받는 청소년의 뇌

그러면 청소년에게는 어떤가? 20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음주와 흡연의 해악은 성인에 비해서 훨씬 더 나쁘다. 왜냐하면, 청소년의 뇌는 음주와 흡연, 즉 알코올과 니코틴이라는 화학성분에 대단히 예민하고 취약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의 뇌는 성인의 뇌와는 달리 아주 미세한 분량의 알코올과 니코틴에도 과잉 반응을 하는 경향이 있다. 흡사 어린 아기의 보드라운 피부가 조그만 마찰에도 큰 상처를 입는 것과 마찬가지다.  

뇌세포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알코올

조금 자세히 음주와 흡연이 왜 청소년의 뇌에 특히 더 나쁜지를 살펴보자. 청소년 시기에 뇌는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발달, 쇠퇴, 전지剪枝, 촉발이 활발히 이뤄진다. 이런 뇌 활동에 필수불가결한 신경전달 물질이 글루타메이트glutamate인데, 이 글루타메이트는 알코올 성분에 대단히 예민하며,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글루타메이트는 알코올에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반 성인들도 과음한 이튿날 아침이면 뇌 활동, 특히 기억력이 저하되고 학습이 어려워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몸속의 과도한 알코올 성분이 글루타메이트의 활동을 방해하고, 방해받은 글루타메이트로 말미암아 뇌세포들의 기능은 위축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상습음주 청소년의 경우 기억기능의 10%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심한 알코올 중독자(성인)의 경우 뇌에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기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해마 부분이 일반 정상인에 비해서 훨씬 작다는 것이다.







지속적 중독을 초래하는 니코틴    

흡연에 의한 니코틴 해독은 알코올의 해독보다 더 무섭다. 그 해악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우선 첫째로, 청소년 시기의 흡연에 의한 니코틴 흡입은 담배 중독의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니코틴에 맛들인 뇌는 계속해서 니코틴을 찾게 만들어 평생을 흡연자로 지속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중·고의 이른 시기에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일수록, 많은 건강상의 해악을 갖는 담배를 끊지 못하고 평생 피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둘째로 니코틴은 뇌 속의 20여 가지 신경전달물질에 아주 광범위하게 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번 니코틴에 의해서 영향 받은 신경전달물질은 더 강한 니코틴의 영향을 받아야만 움직이려는 경향성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니코틴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도파민의 생성을 촉진하는데, 그런 수준의 도파민을 지속하기 위해서 뇌는 더 많고 강한 니코틴을 계속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미완성의 정교한 장치인 청소년의 뇌에 알코올과 니코틴이라는 독성물질이 분사되고 있는데, 청소년들은 이 독성물질의 정체를 잘 모르고 있다. 그 독성물질은 젊은이들의 호기심과 호기豪氣에 영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욱 크다. 술과 담배는 청소년들의 가장 큰 적이다. 음주와 흡연은 청소년들의 연약한 뇌에 대한 파괴적 공격자다. 이 파괴자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책임이 기성세대에 있다.
 
글·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전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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