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에서 브레인피트니스로

피트니스에서 브레인피트니스로

떠오르는 브레인피트니스 산업

브레인 27호
2011년 05월 31일 (화)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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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표 키워드 ‘뇌’가 기존 건강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심장에서 뇌로, 육체 건강에서 두뇌 건강으로, 치료에서 예방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브레인피트니스Brain Fitness’ 산업의 태동이 그것이다. 이번 호 <브레인>에서는 그 변화와 전망을 살펴본다.

브레인피트니스로 건강 패러다임 전환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걷기, 달리기, 등산, 자전거, 명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건강을 돌보는 중장년층의 경우는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에서 20~30분간 달리기를 하고, 갖가지 운동기구로 해당 근육을 단련하며, 마지막으로 간단히 샤워를 하는 코스를 밟는다. 이른바 피트니스센터로 대표되는 건강관리 형태다.


하지만 뇌과학의 발달로 이러한 건강관리의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바로 육체적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춘 ‘피트니스fitness’에서 두뇌기능을 증진시키는 개념을 포함한 ‘브레인피트니스Brain Fitness’로의 전환이다.

피트니스란 개념이 육체적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브레인피트니스는 두뇌의 특정 기능을 훈련하여 해당 두뇌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넓게 보면 육체 건강과 두뇌기능 향상을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트니스의 목표는 브레인
브레인피트니스 산업의 근간에는 뇌과학의 최신 이론이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과학자들은 척추동물의 뇌에 있는 모든 뉴런들이 배아 발생기 동안, 아무리 늦어도 유아기 동안 다 형성된다고 생각했다. 감각경로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고정되고, 신경세포는 손상되거나 소멸될 뿐 결코 새로 생성될 수 없다는 전통적인 믿음을 가졌던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도 한동안은 학습과 기억에 관련된 영역에 국한하여 가소성을 지닌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으나, 점차적으로 외부 자극에 의해 뉴런 사이의 연결이 달라질 수 있고, 다양한 영역의 신경조직 발생을 통해 행동과 인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른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이론으로, 뇌의 신경망들이 외부의 자극이나 경험 그리고 학습 등에 의해 구조적, 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화된다는 것이다.


브레인피트니스 산업의 대표적인 훈련법으로 인식되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기술은 바로 이 신경가소성 이론에 근간을 두고 있다. 청지각, 시지각, 체성감각 등의 외부자극을 통해 해당 영역의 두뇌를 자극해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심박 수, 혈압, 호흡 수, 체온 등 생리신호에 관한 바이오피드백과 비교해 주로 뇌파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이루어진다.

떠오르는 브레인피트니스 산업
몇 년 전 일본 닌텐도 사의 ‘브레인 에이지’가 미국에서 1천만 장 이상 팔릴 때만 해도 이 현상을 하나의 새로운 게임 장르의 탄생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두뇌훈련 산업이라고 부를 만큼 새로운 트렌드로 전 세계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두뇌훈련 게임과 운동 처방,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두뇌컨설팅 회사인 샤프 브레인Sharp Brain 사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브레인피트니스’로 통칭되는 두뇌훈련 소프트웨어의 매출이 2005년 1억 달러에서 2007년 2억 2천 5백만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포지트 사이언스Posit Science 사의 ‘브레인피트니스 프로그램’, 이스라엘의 ‘마인드 피트Mind-fit’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아직 헬스클럽 등 기존의 건강산업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두뇌 건강관리를 원하는 소비자층의 증가 추세를 볼 때 2015년에는 시장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뇌훈련 분야에 뛰어든 기업의 종류는 전통적인 의료 관련 기업에서부터 IT 등 기술 관련 기업들, 교육 연구기관 등 다양하고 그 수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기존 건강식품 회사에서도 비타민에서부터 코엔자임 Q10, 바코파 같은 뇌건강 식품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개인, 병원, 보험사, 학교, 기업, 군대, 스포츠 팀에 인지기능을 측정하는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의 수도 20개가 넘어섰다.

최근에는 인지기능 측정과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루모시티Lumosity 같은 기업들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미국에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두뇌체육관(brain gym)’이란 이름을 내건 건강센터도 다수 세워지고 있다.


의학 관련 기업들의 경우는 알츠하이머, 우울증의 치료약뿐 아니라 흡연, 약물중독 등을 막는 약을 비롯해 일상적인 뇌기능과 관련된 다양한 약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거대 담배회사의 연구소였던 미국의 타가셉트Targacept 사는 이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력과 주의력을 회복하고 고통을 줄일 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의 인지와 기억력까지 높여주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브레인피트니스, 건강관리의 새로운 전환점 형성
브레인피트니스 산업은 미국, 이스라엘, 일본, 스웨덴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브레인피트니스’로 총칭되는 이러한 트렌드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동력 중 하나는 과거의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으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건강과 행복에 관심이 많은 이들 세대가 두뇌훈련 비즈니스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 일반인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처럼 뇌의 기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예상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뇌과학의 발견이 이를 부채질했다.

근육을 자주 쓰면 강화되듯 뇌도 쓰면 쓸수록 그 기능이 좋아지고, 질병이나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도 늦출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덕분이다.


노년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뇌질환’에 관심이 많다. 특히 치매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다. 과거 ‘심장’에 보였던 관심이 ‘뇌’로 옮겨온 셈이다. 건강의 중심이 뇌로 이동하면서 어떻게 하면 뇌기능을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뇌세포는 60세가 되어서도 생성이 가능하다’, ‘뇌는 고정불변된 기관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등 뇌의 가소성에 관한 사실들을 비롯해 뇌의 비밀을 하나둘 밝혀내는 뇌과학의 발달이 이러한 사회적 인식변화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멘탈 산업과 융합된 한국형 브레인피트니스 전망 밝아
현재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브레인피트니스 산업은 건강과 교육 분야에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우선 소극적 개념의 예방에서 보다 적극적 개념의 관리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뇌건강을 중심으로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등 세계보건기구가 새롭게 정의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분야를 모두 포함한 건강상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뇌의 건강 없이 진정한 건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강조되면서 기존 건강 프로그램과 산업의 방향 또한 뇌훈련과 연계된 뇌관리로 바뀌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브레인피트니스는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결국 정신건강을 포함한 멘탈 산업과 융합한 모델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브레인피트니스란 두뇌의 특별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능을 최적화하거나 부족한 기능을 발달시켜 정신적으로 건강한 두뇌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브레인피트니스의 근본적 정의와 산업적 흐름을 고려할 때 현재 시지각, 청지각 기능을 증진시키는 뉴로피드백 중심의 브레인피트니스 산업은 종래의 육체건강뿐만 아니라 명상으로 상징되는 동양의 ‘정신건강(Mental Health)’ 기반의 멘탈 산업과 융합되면서 발전할 것이다.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해온 심신수련의 오랜 역사적 전통, 에너지 순환원리를 바탕으로 한 체험적 훈련법 등 멘탈 산업의 정신문화적 자산을 갖춘 한국형 브레인피트니스 산업의 전망이 밝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장래혁 editor@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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