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진화가 가장 느린 곳이 어디일까. 아마도 관료주의적인 곳일 것이다. 때문에 정책은 항상 현실보다 한참 뒤에서 겨우 시민의 옷자락을 잡고 따라온다.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 사회에서 프로슈머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2006년 3월에 창설된 ‘희망제작소’는 부정과 비판의 목소리보다 긍정과 대안을 추구하는 미래형 정책 프로슈머 집단이다. ‘희망제작소’가 추구하는 대안의 방향성에 주목해본다.
희망제작소가 추구하는 정책 제안은?
과거에 시민은 집행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정책을 제안하고, 구체화되는 과정에 참여함은 물론, 집행 과정에 참가하고 관리 감독까지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실제 희망제작소의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 시민들이 안건을 제시하면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들을 선별하여 창안 포럼을 가집니다. 그 자리에는 아이디어를 낸 분이 직접 참석하시고, 관계 당국자, 관련 시민단체도 함께 참여해서 그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면서 구체적 개선 방안을 만듭니다.
그런 경로를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를 소개해주신다면?
몇 가지만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임산부 배려 캠페인’이 있습니다. 임산부들, 특히 초기 임산부들은 배가 부르지 않기 때문에 대표적인 교통 약자임에도 자리를 양보받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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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시민의 제안을 받아들여 초기 임산부임을 스스로 알릴 수 있는 표식(배지, 스티커 등)을 만들고 ‘자리를 양보합시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지하철 노약자석에 임산부석을 만들었습니다.
정부부처, 보건복지부, 여성부, 건설교통부, 지하철공사, 도시철도공사 등이 다 함께 참여했죠. 이외에도 3300cc 이상의 차량을 이용하는 고위공직자들의 차를 2000cc급으로 교체하는 문제와 관련해 곧 행정자치부 안에 관련 규정 개정이 예정되어 있고요, 식품 유통기한 표시의 크기나 위치 등을 통일하는 문제도 식약청 등 관계 당국의 약속을 받은 상태입니다.
올해 계획 중인 사업은?
‘우리 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로 시민들의 아이디어 속에서 대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그에 관한 책들이 나올 예정이죠. 예를 들어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형식적인 측면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일상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민주주의 의식이 부족한 점이 아직 많습니다.
그 부족한 점을 내용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관련 서적부터 시작해서 시민들의 정책 대안 목소리를 담은 20권 정도의 책들이 올해 만들어져 나올 것입니다. 또한 대중교통과 관련한 수십 건의 시민 아이디어들을 정리해서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려고 합니다.
윤석인 부소장은 술자리에서 나누는 시민의 목소리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시대를 위한 해법은 시민 하나하나가 스스로의 뇌에서 답을 구하는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서로에 대한 작은 배려의 목소리들이 이 지구를 감싸는 그물을 더욱 유용한 인간의 도구로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