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운동과 더불어 뇌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다. 인간은 일생의 거의 1/3을 수면으로 보내지만 생활습관이나 숙면정도 등에 따라 개인차가 많이 난다. 최근 의학과 뇌영상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면에 대해서도 단순한 피로의 결과가 아니라 뇌기능의 능동적인 과정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충분한 수면은 중추신경계의 활성화, 에너지의 저장, 체온조절, 감각이 과부하 된 뇌로부터 기억의 삭제기능 등이 있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체리듬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수면이란

수면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 완벽히 해명되어 있지는 않다. 최근 수면을 유발하는 것이 뇌의 어느 부위에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현재는 크게 두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뇌의 특정 부위에서 수면의 특정한 기능을 조절한다는 가정과 뇌의 여러 부위들이 서로 그물망(network)적인 관계를 가지며 어느 한 부위만이 수면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가정이다. 이와 함께 시각교차위핵(suprachiasmatic nucleus)의 뇌의 내적시계와 시간양도자(zeigebers-하루의 주기적 리듬에 영향을 주는 행위 발생자)라는 외적 요인(태양의 강도와 위치, 인공 빛, 식사, 시계, 업무시간, 저주파전자장, 기상 및 수면시간 등이 있는데, 하루 주기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기상시간이다) 및 수면 유발물질 등도 수면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면의 메커니즘이 불분명해도 수면이 우리 뇌에 끼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이러한 수면의 기능은 잠을 못 자게 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짐작할 수 있다. 사람에게 잠을 못 자게 하면 환각과 망상, 자아붕괴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동물실험결과 수면박탈은 음식섭취 증가, 체온저하, 피부장애, 체중감소 결국에는 사망까지 초래하였다. 수면이 충분한 사람은 수면이 부족한 사람보다 능률적이고, 의욕적이어서 하는 일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낳는다.

불면증의 정의 및 원인

불면증은 크게 4가지 범주의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정신과적인 장애와 동반된 경우로서 이 경우는 ‘정신과적 장애와 관련된 수면장애’로 분류된다. 둘째, 신체질환에 의한 것으로서 이는 ‘신체질환과 관련된 수면장애’로 분류된다. 셋째, 스트레스, 입원, 일상의 중대한 변화 등과 같은 ‘환경적 변화로 생긴 불면증’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비교적 일시적인 불면증으로 끝나기 때문에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임상적 불면증에는 대부분 포함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원인의 불면증과 달리 네 번째는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불면증 증상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주 원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체로 이런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과다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해져 강박증을 가진 유형이라 볼 수 있는데, 수면이 자기 뜻대로 조절되지 않을 때 쉽게 긴장하고 불안한 심리로 불면증이 생기는 경우다.

그러데 이런 사람들은 낮에는 잘 지내다가 수면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정신생리학적 긴장과 각성이 높아지면서 불면증으로 이행될 수 있다. 또한 수면조절의 실패와 불면, 긴장, 불안과 함께 조건화된 여러 자극과 연상물들이 자동적으로 각성상태를 유발시켜 학습화된 불면증으로 만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잘못된 수면환경이 이를 더욱 만성화시키고 악화시킬 수 있다.
 
한의학에서 보는 수면장애

한의학에서는 수면의 리듬을 기氣의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낮에는 양기陽氣가 밖으로 돌기 때문에 잠이 오지 않고, 밤에는 양기가 안으로 들어가는 리듬을 가지고 있는데, 불면증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리듬의 이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밤에 양기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불면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불면증의 양상은 여러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한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크게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 사결불수思結不睡 : 한 가지 생각에 골몰하게 되어 생각이 지나쳐서 잠을 못자는 경우.
- 영혈부족榮血不簇 : 정신적인 과로나 육체적인 과로 또는 큰 병을 앓은 후, 또는 산후에 영양상태의 전반적인 저하로부터 발생하는 경우
- 음허내열陰虛內熱 : 음陰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수면을 취하려고 하면 얼굴, 손, 발바닥 등에 열이 난다.
- 담연울결痰涎鬱結 : 인체 내의 대사과정 중 발생하는 병리적 산물이 담痰으로 인해 불면증이 발생하는 경우로서,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그리고 신체의 여러 부위를 옮겨다니며 생기는 통증 등과 동반되어 나타난다.
- 위중불화胃中不和 : 만성소화불량, 식욕부진, 식후팽만감 등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불면증.
- 심담허겁心膽虛怯 : 성격적으로 소심하고 잘 놀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불면증.

글│황의완  pjjong@freechal.com
경희대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