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상속 전문가들이 전한 삶과 죽음의 성찰…이승헌 이사장 하와이에서 ‘지금 살아 있음’의 의미 전해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닙니다. 잘 죽는다는 것은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일지 이승헌 이사장은 신간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The Tao of Dying Well)』 영문판 출간을 기념해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이사장은 BTS의 모교이자 뇌교육 특성화 대학으로 알려진 글로벌사이버대학교의 설립 이사장이다.
▲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 영문판 출간 기념 글로벌 라이브 방송 [사진=유튜브 'Brain Education TV' 캡처]
출간 기념 글로벌 라이브 행사는 지난 10월 20일(현지 시각) 유튜브 채널 ‘Brain Education TV’에서 ‘충만하게 살고, 깊이 사랑하며, 평화롭게 떠나기(Live Fully, Love Deeply, Leave Peacefully)’를 주제로 열렸다.
행사에는 임사 경험자와 의료·상속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나눴다. 이어 하와이에서 촬영한 이승헌 이사장의 영상이 공개됐고, 전 세계 시청자들은 움직임 명상에 함께하며 실시간 채팅으로 소감을 공유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오늘의 가치
첫 번째 연사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바디앤브레인 밸리(Body & Brain Valley) 센터 매니저 아네트 해밀(Annette Hammel)은 25세에 겪은 임사 경험과 이후 두 차례의 암 투병을 소개했다.
그는 25세 때 복용하던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두 차례 심정지를 겪었고, 살아남더라도 뇌 손상이 남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았을 때 가족과 의료진은 살아난 것이 행운이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극심한 신체적 고통만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았다. 그는 “25세든, 45세든, 85세든 누구에게도 내일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딸을 출산한 직후 자궁암 진단을 받았고, 4년 뒤에는 두 종류의 갑상선암이 발견됐다. 반복되는 투병 속에서 딸을 홀로 남겨두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커졌다.
간호사였던 그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데 집중하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두 번째 암 치료를 마친 뒤 삶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바디앤브레인 수련을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고 호흡하며 내면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용기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발견했다. 이후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아네트 해밀 미국 바디앤브레인 밸리 센터 매니저 [사진=유튜브 'Brain Education TV' 캡처]
그는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를 읽으며 매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분명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어제 하루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오늘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사랑을 나누고 성장할 기회는 다시 주어진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 제가 몇 살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마치 숨을 내쉬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충실하게 살아온 삶, 온전히 느끼고 나눈 사랑, 그리고 이루어진 삶의 목적.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쉴 수 있을 것입니다.”
재산뿐 아니라 삶의 가치도 유산으로 남겨야
두 번째 연사인 하와이의 신탁·상속 전문 변호사 아일린 님스(Eileen Nims)는 죽음을 준비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족들이 평화롭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어가도록 돕는 것을 자신의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님스 변호사는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가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어떤 환경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어떤 조명과 향기를 좋아하는지,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 마지막 순간에 어떤 영적·정신적 도움을 받고 싶은지 등을 묻는 식이다. 그는 이런 답변을 ‘사전의료의향서(Advance Health Directive)’에 반영하면 가족과 돌봄 제공자가 당사자의 바람대로 마지막 시간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책을 읽고 유언장에 추가하고 싶은 요소가 생겼다며 ‘가치 유언(Value Will)’을 꼽았다. 기존 유언장이 재산과 법적 권리의 이전에 초점을 맞춘다면, 가치 유언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신념과 지혜를 담는다는 것이다.
▲ 아일린 님스 변호사 [사진=유튜브 'Brain Education TV' 캡처]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가치 중 하나로는 갈등으로 얽힌 관계의 매듭을 푸는 태도를 들었다. 오래된 원망과 분노, 상처를 내려놓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어떤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세상을 떠난 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훗날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모습과 일치하는가”도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님스 변호사는 이 책이 영적인 성찰과 실용적인 준비를 함께 제시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기쁘게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고 평가했다.
죽음의 시기는 통제할 수 없어도 삶의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세 번째 연사인 내과 전문의 신두 라메시(Sindhu Ramesh) 박사는 30년 이상 의료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경험을 전했다.
미국 오클랜드대학교 윌리엄 보몬트 의대(Oakland University William Beaumont School of Medicine) 교수이기도 한 그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모습이 저마다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어떤 환자는 이루고 싶었던 것을 이루고 가족, 친구와의 관계도 평화롭게 정리했다는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반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로 힘들어하는 환자도 있다. ‘다르게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가족이나 친구들과 화해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는 것이다.
▲ 신두 라메시 오클랜드대학교 윌리엄 보몬트 의대 교수 [사진=유튜브 'Brain Education TV' 캡처]
라메시 박사는 의사로서 죽음을 자주 접했지만, 자신도 삶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충분히 의식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인식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의료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의 고통과 두려움을 목격하며 자신도 감염과 죽음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의학 지식과 기술을 모두 동원해도 환자를 살릴 수 없는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를 읽고 목적과 열정을 가지고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길을 더 분명히 찾았다고 밝혔다. 가족, 동료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마음속에 쌓인 불필요한 감정을 정리하면서 삶의 방향도 한층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제 삶을 충만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명이 긴 것과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
네 번째 연사인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자문위원 리드 턱슨(Reed Tuckson) 박사는 이승헌 이사장의 전작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와 신간을 연결해 설명했다.
전작이 삶의 어느 단계에 있든 건강을 돌보고 삶의 의미와 기쁨을 발견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면, 신간은 그 여정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까지 시야를 넓힌다는 것이다.
▲ 리드 턱슨 박사 [사진=유튜브 'Brain Education TV' 캡처]
전문요양시설 의료책임자로 일하며 많은 사람의 생애 마지막을 지켜본 그는 책에서 특히 공감한 세 가지 통찰을 소개했다.
첫째, 수명이 긴 것과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그는 “수명은 살아온 햇수로 측정하지만, 삶의 길이는 그 시간을 얼마나 충만하게 살았는가로 측정된다”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거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혀 있다면 지금이 변화를 선택할 때이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본성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삶의 완성은 결과나 도착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에게 이미 존재하는 온전함을 발견하며 삶에 대한 새로운 열정과 태도를 갖추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책의 메시지를 인용해 “죽음은 삶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단계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죽음에 대한 성찰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죽음은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강력한 자극이며, 오래된 원망을 내려놓고 주변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도록 이끈다고 강조했다.
“죽음을 바라볼 때 삶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네 명의 초청 인사 발표에 이어 하와이에서 촬영한 이승헌 이사장의 특별 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부모님의 마지막을 지켜본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 어머니는 82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랫동안 병상에서 지내셨는데, 평생 강하고 부지런하게 사셨던 분이라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제 가슴도 많이 아팠습니다.”
반면 95세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2주를 아버지와 함께 보낸 저자는 “아버지는 자신의 삶에 후회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잘 살았고 만족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주 평화롭게 떠나셨습니다”라고 전했다.
부모님을 비롯해 먼저 세상을 떠난 여러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한 가지 질문을 품게 됐다.
‘삶을 잘 완성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승헌 이사장은 죽음을 잘 맞이하는 일은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답게 살고 나답게 삶을 완성하는 것을 ‘천화(天化)’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죽음이 두려워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외면한다고 해서 죽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더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집니다. 나는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랑하고 감사해야 할 사람에게 내 마음을 다 표현했는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삶을 포기하는 태도가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누구도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알 수 없기에 ‘지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 저자 일지 이승헌 [사진=유튜브 'Brain Education TV' 캡처]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합니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사랑하고 감사하십시오. 용서할 사람이 있으면 용서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시작하십시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고, 내가 가진 것을 세상과 나누십시오.”
이어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떠날 날을 준비하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오늘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삶은 나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지금입니다. 바로 지금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움직임 명상으로 경험한 ‘지금 살아 있음’
이날 특별 영상은 강연에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생명력을 느끼는 체험으로 이어졌다. 그는 “지금부터는 생각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보겠습니다”라며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안내했다.
그는 “리듬은 생명입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움직이도록 하십시오. 몸을 통해 마음껏 표현해 보십시오”라며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에너지를 느끼도록 이끌었다. 이어 “이것이 여러분의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쓰고, 세상을 위해 쓰십시오. 살아 있을 때 마음껏 쓰십시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표현하십시오”라고 강조했다.
명상을 마무리하며 그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다시 한번 물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소중합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깊이 사랑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십시오. 여러분이 가진 사랑과 지혜를 세상과 나누십시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삶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잘 살았다. 고맙다. 이것이 나의 삶이었다.”
저자는 “저는 여러분 모두가 그러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충만하게 살고, 깊이 사랑하고, 평화롭게 떠나십시오”라며, “이것이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를 통해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라고 밝혔다.
▲ 하와이의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한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 영문판 출간 기념 특별 영상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Brain Education TV' 캡처]
“삶은 바로 지금” 전 세계 참가자들 공감 이어져
영상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유튜브 실시간 채팅으로 각자의 깨달음과 소감을 나눴다. 한 참가자는 “나의 삶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평화와 공존을 위해 살아가면서 매 순간을 기쁨으로 만들겠다”라고 전했고, 다른 참가자는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어머니가 지금 많이 편찮으시다. 오늘은 어머니께 더 깊이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제게 얼마나 소중한 분인지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실천하겠다”, “세상에는 증오보다 사랑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소감이 공유됐다.
한편 10월 20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된 『나는 이렇게 죽기로 했다(The Tao of Dying Well)』는 국내 교보문고 건강 분야 종합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초판 물량이 전량 매진되며 추가 물량을 확보해 판매가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