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10억 만들기’가 재테크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IMF 외환 위기 이후 나아질 줄 모르는 경기불황과 저금리 속에서 평생직장 개념마저 흔들리는 요즘, 재테크는 개인의 인생 설계를 위해 꼭 필요한 항목으로 자리잡았다. 2004년 직장인의 새해 소망 일순위, 경제적 자유로 가는 10억 만들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샐러리맨이 저축으로 10억을 모으려면?
평범한 직장인이 10억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연 5%의 금리로 한 달에 백만 원씩 저축할 경우 41년이 걸린다. 30세에 출발해 45세까지 유일하게 저축만을 이용해 10억 원을 모으려면 매월 5백55만 원씩 저축해야 한다. 만약 연간 가구소득이 7천만 원인 맞벌이 부부가 10억을 모으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동안 연 수익률 10%가 넘는 저축 상품에 투자해 야 한다. 어떤가. 지금의 금리 수준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거니와 10억이 의외로 만만한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세상의 어떤 부자도 저축만 가지고 자산을 불리지는 않았으니까. 부자들은 대부분 노력 끝에 기회를 붙잡아 성공한 사람들이지 저축만을 유일한 재테크 수단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아니다. 33세의 나이에 14억의 자산가가 된 조상훈 씨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냐는 질문에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공부하세요’라고 답했다. 그는 어떤 투자를 하더라도 반드시 해당 분야의 책을 세 권 이상 읽었다고 한다.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그 분야에 대해 다룬 책을 먼저 읽어 확실히 알지 않고는 시작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평범한 짠돌이는 알뜰살뜰 저축해서 40년에 걸쳐 10억을 모으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은 8년을 공부해 기회를 보는 안목을 기르고 2년 동안 투자해 10억을 모은다. (그렇다고 절대 위험한 투자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전문가들은 인생에서 주택 매매든 주식이든 딱 세 번만 성공하면 10년 안에 10억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고들 한다. 그리고 50대 중반에 은퇴한다고 했을 때 10억 정도는 있어야 노후에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재테크와 자산관리에 눈뜨기 시작한 직장인에게 10억이라는 목표는 매력적이다. 목표가 너무 크면 시작하기도 전에 좌절할 수 있고, 목표가 너무 작으면 의지를 불태우기 어려운데, 10억은 노력하면 가능할 듯도 하고 손을 쭉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있는 목표인 셈이다. 모든 재테크 수단을 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안목과 마인드를 갖춘다면 10년에 10억 만들기, 결코 꿈이 아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는 낭비형을 위한 제안
다른 사람들은 저축도 잘하고 금방 목돈을 모으는데, 나에겐 왜 돈이 모이지 않을까. 남들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도 아닌데, 변변한 저축 상품 하나 없고 늘 통장의 잔고는 마이너스 수위에 머물러 있는 당신. 낭비형 자산관리를 일삼는 당신에게 시급한 것은 어서 어서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낭비형에게는 인생에 몇 번 되지 않는 좋은 투자 기회가 왔다 하더라도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간혹 빚을 내서 투자하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치명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밑빠진 독에 물 새듯 돈이 모이지 않는 당신, 무엇이 문제일까?
신용카드를 없애라
국민 10명당 1명이 신용불량자가 되어 가는 요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신용카드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다. 특히 자산관리가 명확하지 않은 낭비형에게 신용카드 남용은 절대 금물이다. 신용카드는 편리한 점도 많지만 당장 수중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지출을 통제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사회에 진입하기도 전에 빚에 쫓기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벌기도 전에 쓰는 즐거움을 먼저 맛보아서는 안 된다.
현업에서 먼저 승부를 걸어라
낭비형은 자산관리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관심사가 생기면 즉흥적으로 돈을 쓰는 탓에 좀처럼 돈이 모이지 않는다. 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떤 분야든 베테랑이 되기 전까지는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요즘같이 혹독한 경제불황의 시기에는 섣불리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신입사원이라면 수입의 50% 이상을 반드시 저축한다. 종잣돈도 마련하기 전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초보 투자자들은 주식 거래를 하느라 현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그렇게 되면 일상에서 승부를 걸 수가 없다. 승부처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 투자 수익만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현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집을 장만할 때까지는 현업에 집중하자. 너무 성급하게 주식 거래에 발을 잘못 들여놓으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애물단지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0년 뒤 10억보다 1년 뒤 천만 원에 집중하라
누구나 대박을 꿈꾸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 없이 자산관리는 불가능하다. 하여 20~30대의 자산관리는 종잣돈 만들기부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처음 종자돈은 5백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므로 1년~2년 정도의 기간에 적금을 들어 이를 마련하는 것이 재테크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종잣돈을 만드는 원칙은 ‘적금은 짧게, 투자는 길게’를 강조한다. 적금은 푼돈을 모아주는 기능이 있고, 투자는 목돈을 불리는 데 유용하다는 것. 그러니 절약정신만으로 장기 적금을 들어 장기간 수천만 원씩 모으는 것보다 단기 적금을 적절하게 불리는 방식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이 때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10년 뒤의 10억 모으기보다 1년 뒤의 5백만 원 모으기가 더 현실적이다. 돈을 한 번 모아본 사람들은 돈을 쓰는 재미 못지 않게 돈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정으로 원한다면 1만 번을 되뇌어라.
돈을 낭비하고 모으지 않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에게 돈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가고자 하는 목표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꿈꾸는 목표가 없기 때문에 인내하며 고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간절한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렬하다면 보다 큰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신에게는 자산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가? 그 목표는 당신을 격려할 만큼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누군가 당신에게 꿈이 있냐고 물었을 때 3초 이내에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에게는 꿈이 없는 것이다. 정말 부유해지고 싶다면 꿈을 갖고 소원을 구체화시켜라.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그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낭비형인 사람들은 부에 대한 진지한 갈망부터 가질 일이다. 가야할 곳이 있는 사람에게는 길도 보이는 법이니까.
왕소금 짠돌이를 위한 자산관리 제안
가계부를 쓰고, 월급의 80% 이상을 저축하고, 한 달 생활비는 교통비 수준에다 도시락을 애인처럼 챙기는 당신은 진정한 짠돌이. 들어오는 돈을 절대 놓치지 않는 왕소금 짠돌이의 피를 타고났으며, 가장 확실한 재테크는 절약습관이라고 믿는 당신에게 돈을 모으는 일이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저축만 가지고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당신의 자산 관리 방식은 업그레이드 될 필요가 있다.
부자들은 공부벌레다
전문가들은 기회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해서 그냥 스쳐지나갈 뿐이지 10억 만들기의 기회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돈이 있어야 뭐든 할 수 있지 않냐고? 아니다.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짠돌이에게 필요한 것은 돈 이전에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다.
사실 요즘같은 세상에 기회가 분명하다면 자금은 어떤 식으로든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 은행·증권·투신·저축은행에서 쏟아지는 수백 종의 금융상품 중에서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을 찾으려면 프라이빗 뱅커 뺨치는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시장 흐름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예측력이 필수다. 그렇지만 아직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 시작할 때가 아니다. 그 전에 꾸준하게 공부하면서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절대로 실전 투자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부자가 되기 위해 항상 모험을 하거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정말 부자가 된 사람들은 자신을 위험으로 내몰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만을 선택한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안전한 길로만 가서 부자가 되었다. 충분한 지식과 정확한 정보 없이 복잡한 길을 선택하면 정상적인 선택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판단하기 어렵고 부담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가서는 안 된다. 기회는 자신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라야 한다. 훌륭한 장수는 이겨놓고 싸운다고 하지 않던가.
부자들은 쓰는 말부터 다르다
자신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 하나. 미래에 대한 목표와 비전이 확실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당신은 분명 부자가 될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긍정적인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에너지의 리듬과 일치하고 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긍정적인가, 얼마나 미래 지향적인가에 따라 삶의 궤적이 달라진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지루하다
현실에서는 충분히 기다려야 한다. 재테크에서 인생역전은 꾸준히 씨앗을 뿌리고 열매가 익을 때까지 충분히 지루한 시간을 감내한 자에게 주어진다. 사실 적금으로 언제 목돈을 마련할까 기다리는 일은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인생의 장기계획을 세웠다면 그 긴 여정에서 10여 년의 세월은 그리 긴 것이 아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묵묵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흘러간다. 지금부터라도 인생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매년 그것을 수정하고 보완하라.
글│전채연 missing01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