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마법의 주문을 알려줘~

해리, 마법의 주문을 알려줘~

브레인 콘서트

뇌2003년12월호
2010년 12월 24일 (금)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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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5탄이 나오던 날 영국 런던 중심가의 한 대형 서점. 서점 입구에는 2백 미터가 넘는 긴 줄이 들어섰다. 드디어 시계 바늘이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0시로 ‘땡’하고 넘어가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며 서점 안으로 몰려 들어가는 아이들. 진짜 마법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난 6월 미국, 영국 등에서 출간된 해리포터 5탄은 초판만 1천3백만 부가 인쇄됐으며, 발매 첫날 전세계적으로 최소 7백만 부가 나갔고, 영국 내에서만 1초에 대략 20권씩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책’에 등극한 것은 물론이다. 

돈방석에 앉은 조앤 롤링

속물적으로 비치는 것을 감수하고, 내친 김에 해리포터가 지금까지 상업적으로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해리포터를 처음 쓸 때 생활보조금에 의지해 근근이 살아야했던 아이 딸린 이혼녀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가 세상에 나온 지 6년 만에 영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여성이 됐다. 

판별 초판 인세만 약 6백억 원, 올 여름 내놓은 5탄으로 벌어들인 돈은 현재 약 1천5백30억 원, 올해 연말까지의 소득 수준은 2천5백5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해 수입만도 삼대가 연달아 벼락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 복권당첨에 50회 계속 1등을 한 금액과 맞먹는다. 이 수입이 정녕 7백 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책 한 권을 쓴 노력으로 벌어들인 것이란 말인가. 이쯤 되면 머글 세계를 장악한 마법사 해리의 위력을 실감하는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파급력이 너무 강해 현기증이 일 지경이다.

여담이지만, 다섯 번째 시리즈까지의 해리포터를 찍기 위해 소비된 종이만도 6백50만 그루의 나무를 벤 것과 같은 양이란다. 하여 조앤 롤링은 내년에 출판할 다음 시리즈는 재생용지를 이용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나.

비수기 출판시장에도 해리 열풍

어찌되었건 상황은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2백 개국에서 55개 언어로 출판된 해리포터 시리즈가 한국에 상륙한 지 4년 째. 공식 팬클럽 회원만 50만 명에 이르고 시리즈 1탄에서 5탄까지의 총 판매 부수는 약 1천만 부 정도로 알려져 있다. 

11월은 출판계의 비수기라 출판사들이 신간 출간을 꺼리는 시기. 하지만 꼬마 마술사의 마법은 이마저도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 23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5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발매 하루 만에 재고분이 모두 동났다.

이 책의 인쇄를 맡은 경기 고양시 일산구의 한 인쇄소 관계자의 증언을 들어보자.

“1시간에 2천여 권, 하루에 3만~5만 권씩 나옵니다. 초판 1백만 권을 다 찍으려면 적어도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인쇄해야만 합니다. 1, 2권은 이미 재판에 돌입해 40만 부 이상을 추가 인쇄하고 있습니다.”

이 인쇄소는 생산라인 2개를 모두 이 책 인쇄에 할애하여 벌써 한 달째 철야작업 중이지만  쏟아지는 주문량에 맞추기는 역부족이다. 한국어 판권을 소유한 억세게 운좋은 출판사 문학수첩은 책을 쌓아 두기 위해 인쇄소 근처에 대형 창고를 구입했지만 정작 창고를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한다. 책을 제본하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는 차에 실려 내보내야 하니까 말이다. 아동서 관련 출판사는 행여 해리 열풍에 피해를 입을까 신간 출간 시기마저 늦추는 모습이다.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해리포터 신드롬을 곱게 보아야 할지 아니면 출판 시장을 독점하는 그의 행보에 우려를 표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대목이다. 

해리의 마법은 무엇?

이러한 해리열풍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 가지 의문이 슬그머니 신피질을 자극한다. 이 어린 꼬마 마법사의 등장에 전세계가 동요할 정도로 그가 그렇게 대단한가? 혹시 조앤 롤링은 진짜로 마법 세계의 힘과 모종의 계약을 맺고 전세계 머글들에게 ‘해리포터 무조건 사기’ 마법 주문이라도 건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많은 조숙한 아이들과 순진한 어른들이 어찌 책 한 권에 이리 열광할 수 있단 말인가.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알다시피 〈성경〉이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이 〈스모크 박사의 육아전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뭔지 아는가? 전 국민이 준비하는 국가고시, 바로 〈자동차 운전면허 예상문제집〉이다. 이 책이 우리 출판 시장에서 이문열의 삼국지를 제치고 2천만 부가 나갔다고 한다. 물론 영어로 쓰인 해리포터가 전 세계를 장악하기란 한국어 책이 그렇게 하기보다 훨씬 수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출판 현실은 우리가 넘어야 할 것이 언어의 장벽만이 아님을 시사한다.

정녕 우리 출판계에는 세계 무대를 누빌 만한 작가가 없단 말인가. 삼국지를 써내려 간 이문열의 스케일과 10대 청소년의 요구를 정확하게 간파하는 귀여니의 감수성을 겸비한 세계적인 작가가 이쯤에서 우리에게도 나와줘야 할 텐데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실정은 실력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마인드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이제 우리 출판문화 저변에도 세계적인 작가를 키우는 토양 즉 성숙한 독자와 체계적인 시스템이 등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해리, 세계를 누빈 너의 마법의 주문을 좀 알려주지 그래.

글│전채연
missing01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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