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아이덴터티>

영화 <본아이덴터티>

현실과 픽션 사이에서 본 기억상실증

뇌2002년12월호
2010년 12월 23일 (목)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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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아이덴티티>는 로버트 러드럼의 3부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다. 이 영화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제이슨 본’으로 분한 맷 데이먼은 단정하고 앳띤 천재에서 섹시하고 터프한 천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주인공 제이슨 본은 CIA 요원으로 임무수행 중의 사건으로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 있는 것은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뿐이다. 그는 이 하나의 단서만을 갖고 우연히 만난 마리라는 여인과 함께 자신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한 목숨건 모험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액션영화와 마찬가지로 그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기 위해 자동차로 골목길을 달리고, 목숨을 건 격투를 벌이고, 5, 6층 높이의 건물을 맨손으로 타고 내려온다. 그러나 전통액션영화의 주인공이 위기를 총과 무술로 해결하는 것과 달리 그는 지도와 적의 무전기를 먼저 챙긴다. 여기에 빠른 두뇌회전과 정확한 상황판단으로 위기를 모면하는데…. 결론에 이르면 적과 대치하는 순간 모든 기억이 되살아난다.




기억은 정보가 뇌에 남긴 흔적



<본아이덴티티> 외에도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이 흔히 기억상실증을 앓는다. 이것은 극적인 반전이나 줄거리를 더 이상 엮어가기 힘들 때 작가들이 손쉽게 찾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상실증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생리학적으로 시각, 촉각, 청각 등을 통해 얻어진 어떤 정보가 시냅스와 신경세포 줄기를 통해 뇌에 전달되는 흔적이 기억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기억상실증은 이 흔적이 없어졌거나 인식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억상실증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의학적으로는 해마의 손상으로 생기는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해마는 기억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뇌는 언어, 수리, 논리, 운동 등의 정보를 담당하는 영역이 나뉘어 있는데 각 영역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해마를 중심으로 뻗어있는 단기 기억회로를 순환하게 된다. 뇌 정중앙 아래쪽에 있는 해마에선 이 정보를 지워버릴지, 장기보관할지 결정을 내린 뒤, 필요한 정보는 대뇌변연계란 곳으로 보내져 장기간 기억을 하게 된다.


뇌의 해마 손상으로 나타나는 기억상실증



기억상실증은 바로 이 해마가 심한 충격이나 장기간 스트레스 등으로 손상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뇌세포를 파괴한다. 이 호르몬이 장기간 다량 배출되면서 해마의 노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외상으로 인한 기억상실은 뇌의 단기 기억장치에 저장된 기억을 잃는 것으로 자신의 이름과 같은 장기기억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또 외상으로 인한 기억상실증은 일시적인 것으로 곧 회복된다. 정신학적 입장에서는 기억상실증을 정신병의 범주로 보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거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는 끔찍한 경험 등을 잊고 싶을 때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선택적 기억상실증은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여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려고 하는 ‘해리장애’와 잊고 싶은 짧은 순간의 경험만을 잊는 ‘심인성 기억상실증’으로 나뉜다.

사실 <본아이덴티티>의 주인공 제이슨 본처럼 한 순간의 충격으로 뇌의 회로가 모두 끊어져 과거의 기억이 백지처럼 지워지는 경우는 없다. 또다시 충격적인 사건에 의해 한순간에 잃어버렸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결국 영화에서 설정한 기억상실증은 현실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라는 픽션 속에나 가능한 상상의 소산인 것이다.

글. 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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