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이 영재성 개발을 멈추게 한다

[집중취재] 영재교육 열풍

뇌2002년12월호
2010년 12월 23일 (목)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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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일, 과학영재학교로 지정된 부산과학고등학교가 첫 합격자 144명을 발표했다. 2백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여 영재교육을 위한 최적의 시설을 갖추고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원이 70% 에 이르는 과학영재학교. 다른 특목고와 달리 KAIST와 포항공대 등과 협약을 맺어 수능에 관계없이 희망자 전원을 특별전형으로 진학할 수 있게 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학부모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같은 파격적인 교육 여건들은 학부모라면 누구나 ‘영재교육’ 에 대한 열망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이 공포된 이후 학부모들의 영재교육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여 사설 학원들은 값비싼 영재판별법을 앞다퉈 내놓고, 각자 독특한 영재교육을 실시한다며 학부모들의 마음을 혹하게 만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재교육 과열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도 있으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실시되고 있는 영재교육은 정부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루어질 전망이다.


 


과학영재교육원에서  과학영재학교 진학이 코스








올 4월부터 시행된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르면 과학영재교육의 장은 과학영재학교, 과학영재교육원, 그리고 각 학교별 영재학급이다. 대체로 초중고생의 과학영재가 대학이나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원나 영재학급에서 교육을 받은 후 과학영재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영재교육의 코스인 셈이다.

현재 영재학급은 시범운영 중이며 올해 말까지 134곳을 지정,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일선학교에서는 과학영재학급을 운영에 담당교사나 예산 등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실질적인 과학영재교육이 이뤄지는 곳은 과학영재교육원이다. 이곳은 종전의 과학영재교육센터와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실이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과학영재교육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국 84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과학영재교육원은 이번 과학영재학교 선발에 영재학생 추천기관으로 선정되어 명실상부한 과학영재교육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과학영재교육원은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15개 대학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이번 과학영재학교 3단계 시험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김종우 군도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원래 과학영재교육센터는 과학영재들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실제 과학의 원리나 실용적인 측면 등을 가르치기 위해 1998년에 설립된 곳으로 이번에 과학영재교육원으로 전환되면서 법적으로 인정받는 정식교육기관이 되었다. 이로써 학교 정규수업시간에 학교장의 허가를 받은 영재가 영재교육원이 실시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 평가와 심층면접으로 선발


15개 대학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원은 선발과정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크게 일반선발과 특별선발을 통해 영재를 선발하고 있다. 일반선발은 1년에 한번, 12월에서 다음해 2월에 걸쳐 이루어진다. 학교장과 과학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이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평가시험을 치르고 마지막으로 심층면접을 보게 되는 방식이다. 특별선발은 분야별로 매우 뛰어나고 창의적이라고 인정되는 학생들을 위한 것으로 과학적 영재성을 드러내는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선발시기도 정해져 있지 않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서울교대 과학영재센터의 경우 120명의 학생을 6개반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첫 1년 기초반은 과학, 수학, 정보과학으로 나누어 1년 동안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연속강의하며 방학에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1년 과정을 마치면 뛰어난 아이를 선별하여 심화과정에 편성하고, 마지막 3년차에는 1~2명만을 뽑아 교수에게 1대1로 직접 사사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다른 대학 영재교육원에 입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재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과학영재학교 그리고 전국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원과 각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에서 교육받는 학생들로 전국 1만 여 명 정도, 전체 학생의 0.5% 정도 이다.


 


학습된 영재보다 창의적 영재 선발이 중요









첫 과학영재학교로 지정된 부산과학고


영재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어떻게 영재를 발견할 것인가’와 ‘어떻게 영재를 교육시킬 것인가’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과학영재교육 국제학술대회’와 국내 뇌과학자들과 영재교육자들이 함께 한 ‘21세기를 위한 뇌과학과 영재교육’에서도 영재판별과 교육방법에 관한 논의가 비중있게 이루어졌다. 사실 영재에 대한 정의만큼 애매하고, 영재성을 발견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과학영재교육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조셉 렌즐리 박사(코네티컷 대학 교수)는 “영재교육이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미국에서도 영재판별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영재판별이나 교육은 정확한 정답이 없으며 영재들의 많은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발견하고, 영재에 맞는 다양한 교육법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학습된 영재성보다 창의적 생산적 영재성을 중시해 영재를 선발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영재의 특성을 “평균 이상의 지적능력, 창의성, 과제집착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던 렌즐리 박사는 “창의성이란 알고 있는 지식과 전략을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또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도 문제해결 도중 부딪치는 어려움을 극복할 줄 아는 과제집착력이 없다면 영재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습득된 지식을 활용 방법이 중요해지는 추세


일반적으로 영재판별은 초등학교 저학년에 판별되는 게 일반적이며 어린 학생과 중고생의 판별기준이 다르다. 어린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얼마나 우수한 능력을 타고 났는가를 보는 반면, 청소년의 경우에는 타고난 우수한 능력, 풍부한 경험, 깊은 사고력 등을 종합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중심으로 본다. 선진국의 경우 영재에 대한 판별은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관찰이 중요해지는 추세이다. 여기에 성격적인 특성까지도 평가 대상에 넣는 등 더욱 심층화되고 있다.

국제 물리 올림피아드 위원장인 폴란드 발데마 고르츠코프스키 박사는 “이미 나온 문제는 학습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었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며, 일률적인 시험보다는 학생과 밀착한 교사의 관찰이 영재 판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제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창조력 등을 관찰해 평가하는 등 심층적인 판별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실 조석희 실장은 “최근 국내 수학경시대회 수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학경시대회 수상자들은 논리 비판적 사고능력에서는 상위 0.4% 이내의 뛰어난 결과를 보였으나 마음의 저장고에 저장된 전략을 적절히 찾아내 적용하는 ‘확산적 사고’에서는 상위 37%에 간신히 포함되는 학생도 있었다”며 한 가지 측면만 보고 영재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성취동기’ ‘일반적 지능’ ‘특정영역의 지능’ ‘논리비판적 사고’ ‘확산적 사고’를 영재판별의 기준으로 들었다.

과학영재학교 학생 선발에도 이러한 5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3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사실 과학영재학교 선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 중에서 공부만 열심히 한 학생보다는 문학적 소양과 풍부한 여행경험을 가진 학생이 많았다. 최우수 합격자인 김종우(서울 가락중 2년) 학생은 어릴 때부터 곤충, 별, 달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 관찰과 탐구활동을 꾸준히 했으며, 최우수 여자 합격자 구본준 (부산 신곡중 3년) 학생은 방학 때마다 전국 각지를 돌며 현장체험 학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판별에는 전문성의 담보와 함께 소요되는 시간 그리고 경비가 만만치 않다. 실제로 부산과학영재학교 선발시험에서도 2억 5천만원 정도 소요되었으며 3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것은 개인이 제대로 된 영재판별을 받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뇌영상기술을 통한 영재판별 가능성


최근 들어 영재에 대한 판별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이건호 박사는 최근 뇌 영상기술을 통해 영재에 대한 판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를 발표하여 관심을 끌었다. 이건호 박사는 “현재 뇌과학은 시각, 청각, 언어수리와 관련하여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제 인간의 고등의식 현상의 하나이며 영재성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창의성에 대한 부분도 밝혀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영재들이 창의적인 문제를 풀 때 일반학생에 비해 뇌 활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다.


부산과학영재학교 3단계 선발시험을 지휘한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김수용 교수도 “인간이 사고활동을 할 때 머리 뒤통수와 가운데의 결합력이 커지는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영재들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과학영재교육원 마다 독자적인 교육


영재판별만큼 영재교육에 대한 방법도 다양하다. 현재 각 대학에 설립된 과학영재교육원도 센터마다 독자적인 방법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의 경우 포토폴리오 평가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한다. 5~6명으로 편성된 조마다 있는 지도교사가 1년 동안 학생들의 행동을 매 수업시간마다 관찰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학생별로 다양한 행동특성을 누적기록하는 것이다.

인천대학교는 스스로 문제해결을 하는 프로젝트형 탐구수업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형 탐구수업은 예를 들어서 채소에 있는 단백질을 비교하는 실험방법을 찾으라고 하면 학생들이 있는 기자재와 재료를 동원해서 비교분석할 수 있는 실험방법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학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한편 인천과학영재교육원은 일반학생들에게도 사이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영재교육사이트 지니넷(
www.gininet.com)에 영재교육자료를 오픈하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창의성과 함께 윤리성 키우는 교육 시급


그러나 영재성을 개발하는 창의성 교육도 중요하지만 영재들이 자신의 과학적 발견이 윤리적, 도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인식하는 것도 영재교육에 중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계영재학회 회장인 우 우덴 교수는 영재들이 올바른 영재교육을 받지 못하면 자라서 사회에 피해를 주는 인물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바로잡는 데 사회적 비용이 크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컴퓨터 해킹을 들었다.

조셉 렌즐리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영재상으로 아인슈타인이나 빌 게이츠가 아닌 여성생태학자인 ‘레이첼 카슨’을 꼽으면서 바로 자신의 영재성을 명예나 부의 축적이 아니라 지구를 위한 일, 바로 환경문제에 쏟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생태학자인 레이첼 카슨은 (1907~1964) 1962년 인간에 의해 처참히 파괴되고 있는 지구환경에 대한 문제를 고발하는 <침묵의 봄>을 출간하여 환경운동을 촉발한 천재이다. 특히 무분별한 DDT 사용으로 파괴되는 생태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하여 많은 반향을 일으켰고, 이로써 63년 미정부는 환경문제를 다루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1970년에는 ‘지구의 날’이 제정되기도 했다.

권치순 박사(서울교대 영재교육센터소장)는 자신의 영재성을 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치관들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 교육원에서도 교수나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교육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런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이기적 영재, 지위 얻으면 더 이상 영재성 개발 안해


그러나 현재 지나치게 결과 지향적으로 흐르는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현실에서 이기적인 영재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 박성익 교수(서울대 교육학과)에 따르면 실제로 과학영재교육센터 학생들의 학부모들 가운데 해당 과학영재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대학에 갈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결과 지향적으로 영재교육이 흘러가게 되면 영재가 영재성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할 뿐,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를 얻었을 때 더 이상 영재성을 개발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영재성을 개발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재성을 최대한으로 개발하여 한계에 도전하고, 그 결과가 자연스럽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 영재성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도 발전하고 부수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들도 많이 배출되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결국 올바른 영재교육은 영재가 자신의 재능을 사회공동체를 위해 발현할 때 그 가치가 빛나는 것으로 부모와 사회가 영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가가 영재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과학영재학교로 지정된 부산과학고등학교는 1단계 서류전형,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3단계 과학캠프 테스트에 거쳐서 1192명 가운데 144명을 선발했다.

1단계 서류전형은 학년에 제한없이 지도교사가 쓴 영재 추천서와 영재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서류와 실적물로 평가했다. 학생들은 학교성적과 경시대회 성적은 물론 평소에 써온 관찰이나 실험일지, 독후감, 홈페이지 등 다양한 자료를 제출했다. 2단계는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검사하는 필기시험으로 수학과 과학 분야로 나뉘었는데 과학시험은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개방형이었다.  3단계인 3박4일 과학캠프는 복합과학(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2개 영역에 대해 스스로 과제를 선택해 구상 및 실험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다.

올해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물’에 대한 경험을 기술하고, 그 다음 현재 또는 미래의 물과 관련된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능한 많이 나열하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문제는 2백50쪽에 달하는 자료집이 주어지고 자신이 나열한 물과 관련된 문제들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하여 그 이유와 해결방법을 기술하는 것이었다. 2백50쪽에 달하는 자료집은 바로 문제해결의 참고자료인 셈이다.

학생들은 문제해결의 가설을 세우고 최종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문제에 대한 해결과정을 5장 이상의 보고서와 1장의 요약서로 정리해 제출했다. 하루 9시간씩 이틀 동안 연구해서 답안을 제출하고 마지막날에 면접을 봤다. 면접은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면접관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었다. 3단계 선발과정은 과학자들의 연구과정을 본 딴 것이다. 과학자들은 일상 경험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자료를 모아 이론적인 토대를 닦아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는데 이 과정을 적용한 것이었다.

www.bsa.hs.kr / 051-897-0006



글. 이장희 기자 jjang@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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