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부산 광안리. 작년의 12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퍼붓는 폭우 속에서도 4만여 관중들이 ‘스카이 프로리그 2006 결승전’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또한 이탈리아 몬자에서 70여 개국 125만 명이 총상금 250만 달러를 걸고 경쟁하는 세계 최대의 e-스포츠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의 ‘2006년 그랜드 파이널 한국대표 선발전’이 8월 5, 6일 서울 코엑스에서 1만여 관중들 앞에서 열렸다. 지난 9월 15일에는 전 세계 주요 e-스포츠 대회 관련자들과 미디어 종사자가 함께 모이는 국제 e스포츠 심포지엄이 열려 국제 e-스포츠 기구 설립을 논의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행사들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열리고 있고 프로 게임 구단과 선수제도, 게임 관련 방송, 우수한 국제대회 성적을 자랑하는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선두주자로서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이렇게 발전을 하게 된 데에는 전략적으로 집중 투자된 IT 산업과 발전한 초고속 인터넷망이라는 사회적 배경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바꿔 우리 한국인들의 두뇌 속 어떤 면들이 지금의 e-스포츠 강국을 만들어내고 인기를 누리게 하는지, 그리고 e-스포츠, 넓게는 일반 게임들이 우리 두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자.
정과 응집, 신명과 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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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심리코드를 표현하는 말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정’과 ‘신명’이다. 정은 작게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크게는 자신이 속한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끈끈한 연결을 의미하고 신명과 함께 줄다리기, 윷놀이, 강강술래와 같은 집단적인 전통 놀이문화로 표현된다.
고대 시대부터 내려오던 전통 놀이문화가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거치면서 단절되었다가 다른 나라와는 구별되는 게임방·노래방 문화, ‘붉은 악마 열풍’등으로 변형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많은 이들은 말한다. 정으로 뭉치고 신명으로 어울리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에 바탕을 둔 가치관은 부정적으로 나타날 때는 ‘패거리 문화’, ‘논리보다는 감성과 인적 연결에만 치우친 문화’라는 비판을 받지만 ‘전체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전통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안재 수석연구원은 “우리 민족의 집단적 놀이문화는 게임을 매개로 함께 모여 경쟁하고 응원하는 e-스포츠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라고 하며 e-스포츠와 집단적 놀이문화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패를 갈라 대결하고 함께 어울리며 가치를 확인하는 전통 놀이의 정서가 e-스포츠의 열기에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
정과 신명에 덧붙여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역동성도 e-스포츠의 보급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짧은 시간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의 빠른 경제성장,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빠른 속도와 규모의 확장을 보여준 인터넷 보급률, 초고속 인터넷망의 건설 등은 이러한 역동성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부정적인 편이 부각되어 냄비근성이라고 비하되기도 하지만 변화무쌍한 상황에 맞춰 똘똘 뭉쳐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은 ‘빨리빨리’의 긍정적인 면이다. e-스포츠의 주 종목 중 하나인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역시 이러한 한국인의 속도 중시와 변화 중심의 사고를 반영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함으로 단 몇 분 이내에 게임의 승패가 결정나기도 하고, 급박한 전투조작이 요구되기도 하는 등 속도감 있는 게임이 역시 한국인의 구미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뇌 중심의 한국인
그렇다면 정과 신명 같은 감성적 한국인의 특성은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문화적, 역사적 원인도 있지만 민족마다 다른 두뇌의 특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서대 얼굴연구소 조용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북방계가 70%, 남방계가 30% 정도를 차지하는 인류학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북방계는 우뇌, 남방계는 좌뇌가 우세한데 결과적으로 한국인은 감성뇌가 우세하고 직관력, 창조성에 강점을 지닌다.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나고 형용사와 의성어, 의태어가 다른 민족에 비해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을 중시하고 신명나게, 그리고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민족적 뇌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의 풍부한 의성어, 의태어는 뇌의 청각영역뿐 아니라 시각영역도 자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려대 행동과학연구소 한종혜 교수는 우리말의 이러한 특성과 삼박자의 독특한 리듬감, ‘도리도리, 잼잼’같이 갓난아기에게 가르치는 전통 놀이, 젓가락질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음악과 운동, 공간지능을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수를 셀 때의 단위를 표시하는 방식 역시 다른 언어에 비해 개념적으로 명확해서 나눗셈과 같은 계산 능력을 발달하게 한다고 한다.
한국인의 두뇌를 키워라
근래 유럽과 중국,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매서운 추격에도 한국이 종주국으로서, 최강국으로서 힘을 떨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한국인 고유의 심리 코드와 그 배경이 되는 두뇌의 특성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한국인의 두뇌에 대한 연구와 두뇌 개발 노력을 좀 더 기울인다면 앞으로도 e-스포츠는 새로운 문화와 다른 산업을 선도하는 두뇌 한국의 상징이 될 것으로 믿는다. 세계여, e-스포츠의 미래는 한국에 물어보라.
글·김성진daniyak@brainmedia.co.kr│사진·강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