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면 두뇌 단련되나, 안 되나?

게임하면 두뇌 단련되나, 안 되나?

+ 뇌야 놀자

브레인 18호
2010년 12월 29일 (수)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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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두뇌 트레이닝’은 신체를 단련하듯 두뇌도 운동을 통해 활동을 촉진하고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뇌과학자들이 인간의 뇌는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변화한다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 개념을 밝혀낸 덕분이다. 뇌의 기능도 근육처럼 단련하면 강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약해진다는 주장을 근거로 출시된 두뇌 개발 게임들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게임 시장의 블루오션, 두뇌 개발 게임

두뇌 개발 분야를 하나의 산업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은 명실 공히 닌텐도의 공이 크다. “당신의 두뇌 나이는 몇 살입니까?”라는 도발적인 질문과 함께 2005년에 출시한 닌텐도는 2007년 1월 닌텐도DS가 출시되면서 두뇌 개발 게임 영역의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았다. 

닌텐도 게임은 단조롭다.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 문제를 매일 풀고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성인들도 뇌 기능이 좋아진다는 일본의 뇌 과학자 가와시마 류타 교수의 이론에 기초해 개발된 게임이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닌텐도DS의 ‘두뇌 트레이닝’ 게임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1억 개 이상 판매되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두뇌 훈련에 효과가 있다는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은 판매량이 40만 개에 육박하고, 영어 교육용 게임 ‘듣고 쓰고 친해지는 DS 영어 삼매경’도 23만 개가 넘게 팔리는 등 닌텐도DS의 킬러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더 브레인’이란 뇌기능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해 두뇌 개발 게임에 포털도 본격 가세한 형국이다.


두뇌 개발 게임은 뇌를 똑똑하게 한다? 

문제는 이런 두뇌 개발 게임이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언뜻 보기에는 게임을 할 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두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휴대폰이나 온라인으로 즐기는 테트리스 게임은 뇌 피질의 두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있다. 미국 심리연구네트워크 리처드 하이어 박사 팀은 테트리스 게임이 뇌 능률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여자 청소년 26명을 대상으로 세 달 동안 하루에 30분씩 테트리스 게임을 하게 했다. 그 결과 테트리스 게임을 한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 뇌 피질이 더 두꺼워졌다. 뇌 피질이 두꺼워진다는 것은 뇌의 회색질이 증가한다는 것으로, 보통 회색질이 많을수록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간적인 움직임에 반응해야 하는 액션 비디오 게임도 뇌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 대프니 바벨리어 박사 팀이 학생 2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액션 비디오 게임을, 다른 그룹은 액션이 없는 게임을 9주에 걸쳐 50시간 실시했다. 그 결과 액션 게임을 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시각 정보 중 회색의 감도 확인 능력이 43~58% 높아지는 등 시력이 좋아졌다. 바벨리어 박사는 “액션 게임이 시신경으로부터 흥분을 받아들이는 대뇌피질을 훈련시켜 눈과 두뇌 사이의 전달력을 키워주는 것 같다”며 “비디오 게임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도 시각 정보를 효율적으로 두뇌에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 관심 없는 일에 도통 집중하지 못하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후군 아이들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임상 결과도 나왔다. 서울대 의대 신민섭 교수는 ADHD 진단을 받은 초등학생 26명을 대상으로 주의집중력 향상 게임을 실시한 결과, 주의력을 방해하는 시각 자극에 대한 충동적 반응 점수가 낮아지는 등 주의력 결핍 증세가 상당히 완화되었다. 신 교수는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동안 전두엽의 기능이 좋아져 문제 해결 능력이나 판단 능력이 높아진다. 집중력 향상 게임만으로 ADHD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지만 약물 치료와 함께 지속적으로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닌텐도DS의 ‘두뇌 훈련’ 게임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이다. 프랑스 렌느 대학 인지심리학과 알랭 리우리 박사 팀은 67명의 10세 어린이를 닌텐도 ‘두뇌 훈련’을 실시한 그룹, 종이와 펜만으로 퍼즐을 풀게 한 그룹,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7주 동안 관찰하고 기억력, 계산력 등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종이 퍼즐을 푼 그룹은 33%의 기억력 향상을 보인 반면 닌텐도 그룹은 오히려 17% 감소했다. 수학 테스트에서는 닌텐도 그룹이 19% 향상됐지만 퍼즐 그룹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 역시 18%까지 향상돼 별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리우리 박사는 “닌텐도DS의 ‘두뇌 훈련’ 프로그램이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은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어린이들은 숙제를 하고, 책을 읽고, 게임을 하며 노는 일상적인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두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뇌파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할 때 나오는 뇌파는 20Hz(초당 주파수) 이상의 하이-베타파로 학습 능력 증진과는 거의 무관하고 뇌에 피로를 가중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TV와 동영상, 게임을 할 때와 독서를 할 때의 두뇌 활동을 비교해보면 전두엽 활성화 차원에서도 게임이 두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이나 동영상은 즉각적인 자극과 반응을 필요로 하는 시청각 자극을 준다. 반면 독서는 누가 읽어주지 않으면 청각 자극이 없고 아주 단조로운 시각 자극만 있을 뿐이다. 바로 이 점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동영상이나 TV, 게임 등은 후두엽의 시각 중추와 측두엽의 청각 중추를 강하게 자극하지만 고도의 정신 기능이 일어나는 전두엽에는 거의 자극을 주지 않는다. 즉, 일차적 감각과 감정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고도의 정신 작용인 ‘인지’와 ‘스스로 생각하는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반면 독서는 게임이나 영상에 비해 행위가 비교적 단순한 만큼 상상하고 연상하는 기능이 필수적이다. 결국 독서를 하는 동안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두뇌 활동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두뇌 발달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떤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두뇌 능력 달라진다

만약 그래도 게임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단순한 손 기능만을 요구하는 게임보다 온라인 전략 게임과 체험형 게임을 추천한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진은 60~70대 일반인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절반은 온라인 실시간 전략 게임을 23시간 동안 하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은 게임을 시키지 않은 상태로 피실험자들의 다양한 지적 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게임을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두뇌 능력이 향상되었고 업무 전환 능력이 빨라졌으며, 단기기억 능력, 추론 능력, 기억력과 사고 제어 능력이 향상되었다. 연구를 주도한 크레이머 박사는 “게임을 통해 노년층의 인지 능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나 어떤 게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 자원을 관리하고 계획해야 하는 온라인 전략 게임이 두뇌 능력에 특히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나이 들면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장년층이 온라인 전략 게임을 꾸준히 한다면 두뇌 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의 뇌과학에서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엇을 외우거나 뇌를 쓰는 것보다 몸을 쓰는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몸을 쓰는 것 자체가 뇌를 운동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이어트 기능성 게임도 넓은 의미의 두뇌 개발 게임에 속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의 ‘Will Sports’는 게임을 통해 야구와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체험함으로써 체중 감량은 물론, 신체 균형 유지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이나 다리 등 신체를 움직이는 운동은 단순한 동작에 그치지 않고 뇌의 운동연합피질, 전두엽의 추상적 공간 지각 부위 등에 자극을 주어 뇌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에서 두뇌전문가로 인정받는 뇌운영관리사들이 널리 사용하는 휴대용 두뇌관리기기 ‘아이브레인’도 체험형 뇌교육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두뇌전문포털 브레인월드닷컴(
www.brainworld.com)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e뇌교육’도 마찬가지다. 기존 두뇌트레이닝 게임에다 뇌활용 두뇌건강법으로 널리 알려진 뇌파진동 콘텐츠를 접목함으로써 신체 활동과 뇌 기능성 게임의 통합콘텐츠로 네티즌들에게 인기가 높다.

두뇌 개발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앞으로 두뇌 개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다.

미국은 지난 2007년에 베이비 붐 세대가 60대에 접어들었고 우리나라도 점차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두뇌 개발에 대한 관심은 점점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강과 행복의 해법은 결국 뇌의 건강을 유지하고 능력을 증진시키는 두뇌 개발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전채연
ccyy74@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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