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포츠] 좋은 체험이 좋은 변화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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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임의 국학기공 이야기

브레인 88호
2021년 10월 29일 (금)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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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학기공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수련법인 국학기공은 대한체육회의 정식 체육 종목으로서 생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학교 스포츠클럽 형태로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체육 수업, 자유학기제 수업, 방과후 수업,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국학기공을 예술체육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 학교 근처 공원에서 국학기공을 수련 중인 부광중학교 동아리 학생들

일단 멋있어서 좋았다 
‘국학기공’으로 만난 분들은 내게 한 번쯤은 꼭 이렇게 묻는다. “과학 교사이면서 어떻게?” 과학 교사인 나와 국학기공의 인연은 10여 년 전 다문화 관련 업무를 맡아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그야말로 국학기공 초보나 다름없던 내가 동작 하나를 배우면 곧바로 국학기공 새내기인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시작했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느끼는 새로움, 재미, 멋짐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내 어설픈 동작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해 학교 축제 무대에서 10여 명의 학생들이 국학기공 공연을 선보였다. 그 무대에 펼쳐진 학생들의 멋진 모습은 지금도 내게 밝은 등대로 남아 나를 이끌어준다. 이 소중한 경험을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어가는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다. 

선생님들의 용기 있는 실천 릴레이
2021년 1월 30일 ‘행복한 학교 만들기- 뇌 활용 행복 교육 사례 발표’ 행사의 후속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학기공 교사 동아리가 2월 26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5월 4일 네 번째 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퇴근 후 각자의 공간에서 참석하는 화상 모임의 주된 활동은 국학기공 수련이다. 몸과 마음의 고단함을 수련으로 비우고 회복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간단한 동작을 하면서 호흡과 어우러지는 몸의 움직임을 느끼며 몸과 마음을 ‘지금 이곳’에 머물도록 하는 시공간적 집중상태로 한결 편안한 분위기가 된다.
어느 정도 호흡이 정리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진 상태에서 몇몇 선생님들의 국학기공 교육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교 현장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가슴을 국학기공으로 채워주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새로운 ‘도전기’라고 할 수 있다. 
등굣길에 강당에 모여 단공기본형으로 뇌를 깨우고 1교시를 시작하는 초등학교 선생님, 고등학생들의 체력 향상을 위해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과 운동장을 걸으며 체력 단련 활동을 하는 선생님, 6월에 있을 국학기공 대회 참가일을 기다리며 방과후 시간에 모여 연습하는 선생님, 특수학교 학생들이 전교생 앞에서 단공기본형을 무대에서 선보일 날을 기다리는 선생님 등 용기 있는 선생님들의 실천 릴레이 이야기가 이어진다.
국학기공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생님들이 국학기공을 통해 무엇을 체험하고, 학생들에게 어떠한 변화를 기대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선생님들의 체험 속으로 들어가봤다. “국학기공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국학기공이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세요?”

학기공은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하는 수련이라고 느낍니다. 학생들에게는 개인 간의 경쟁에서 벗어나 함께하기에 좋은 활동이고, 국학기공을 통해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학생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면서 행복감도 커지고 인성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_경기 초등교사 원◦미

국학기공은 몸과 마음을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국학기공이 학생들에게 주는 교육적 효과는 먼저, 우리 선조들이 수행한 심신 수련법을 익히면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자기 몸과 마음의 에너지 상태를 스스로 조절하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 체력 단련과 마음 수련, 공동체 의식을 기른다는 점도 국학기공의 교육적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_경북 중등교사 정◦주

▲ 국학기공은 대한체육회의 정식 체육 종목으로서 생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학교 스포츠클럽 형태로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

자기 자신과 소통하면서 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 
선생님들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국학기공의 교육적 효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다른 분들의 사례를 보면서 ‘저럴 수만 있다면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하면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선생님들의 동기와 체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동아리 모임을 통해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생들에게 국학기공을 가르치고 대회 참가도 하면서 쌓은 다양한 노하우를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넘게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단공기본형을 반복하면서 한 번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또 한 번 하면몸이 부드러워지고, 다시 또 하면 온전히 지금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에너지가 채워지는 체험을 했어요. 몸을 쓰고 몸을 느낀 거죠. 막혔던 곳이 풀리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어요. _전북 초등교사 강◦숙

국학기공을 하면서 내 몸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경험을 했어요. 그러면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게 됐습니다. 내 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게 됐고요.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내 기준에 맞춰 학생들을 이끌려 했다면 지금은 학생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는 나를 봅니다. _경기 초등교사 김◦민

몸으로 하는 것에 나름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좀처럼 땀을 흘리지 않던 내가 국학기공을 하면서 땀이 났고, 호흡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여럿이 함께하는 군무를 하면서는 이전에 느끼지 못한, 힘이 아주 커지는 것을 느꼈어요. 목소리가 강하고 우렁차게 나오고, 자신감도 커졌고요.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됐고, 내 안의 재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됐습니다. _경남 고등교사 강◦영

지역 선생님들과 교원 대상 국학기공대회에 나가기 위해 연습하면서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하나의 에너지장을 느꼈어요. 어느 날인가 국학기공 수련을 하고 20명 가까이 되는 선생님들이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데, 어느 한 분의 이야기를 듣고는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울면서 마음으로 하나 되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서로 오래 알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저로서는 신기한 경험이었죠. _경기 초등교사 지◦주

▲ 방과후 시간에 국학기공을 연습하는 전북 왕치초등학교 학생들

교사의 체험이 학생에게 전해지는 전수의 과정
선생님들은 국학기공을 통해 몸의 감각을 깨우며 활력을 얻었고,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통해 자신감이 높아졌으며,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에너지장을 체험했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자신이 본 세상을 학생들도 보기를 간절히 바라며 자신의 체험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어 한다. 국학기공의 철학적 원리를 몸과 마음으로 체험한 교사의 암묵적 지식이 학생들에게 전해지는 전수의 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음이 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감동을 줘 우리 반, 우리 팀이라는 유대감이 끈끈해져요. 공동체의식이랄까요. 성실히 연습하고 성장, 발전, 성취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큰 무대에 서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용기와 담대함을 길러줬어요. 아이들의 기운이 한층 강해지는 것을 보았어요. 
_전북 초등교사 강◦숙

함께 하나가 되는 상태를 언어로 설명하거나 전달하기 쉽지 않잖아요. 말로 가르치기도 어렵고. 그런데 일상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하나 되는 순간을 아이들이 군무를 통해 경험합니다. 운동회에서 매스게임 같은 단체 동작을 지도할 때도 하나됨을 목표로 하지만, 국학기공의 군무는 특별히 아이들 내면의 조화로움을 일깨우는 것 같습니다. _경기 초등교사 지◦주

국학기공을 통해 교사와 학생 모두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몸의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터득하고 호흡을 느끼면서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고,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깨우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두가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체험으로 깨닫는 것이다. 활기찬 몸, 따뜻한 가슴, 밝은 의식을 기르는 체덕지 교육의 참 의미를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일궈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거듭남을 감사히 여기며, 오늘도 서로를 위해 정성을 들이는 하루를 맞이한다.

글_ 최정임
26년 차 중학교 과학 교사.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동료 교사들과 함께 국학기공 지도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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