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임의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이야기 <2편>
# 학생들이 국학기공 동작으로 하는 몸짓은 ‘표현하기’, ‘드러내기’에 해당한다. 표현하고 드러내기 위해서는 표현하고 드러낼 것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국학기공 동작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일까? 국학기공 동작의 몸 움직임이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정답은 없다. 질문에 대한 답변 모두가 답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교사인 나는 소중한 가능성을 본다. 국학기공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학생들에게 어떠한 성장의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고 싶은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국학기공 선생님인 나에게 열려 있는 셈이다.
‘국학기공 수업’은 체육활동, 신체활동이다. 즉, 몸을 움직여 기공 동작을 하면서 신체를 단련한다. 인간의 모든 움직임이 그러하듯이 움직임에는 그 주체인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움직임의 주체가 알아차리든 알아차리지 못하든 상관없이) 담겨져 있기 마련이다. 신체활동이 단순히 신체만을 언급하지 않고 정신을 아우르는 활동이기에 전인교육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몸’이라는 글자는 본디 ‘ᄆᆞᆷ (몸과 마음)’에서 분리된 단어로 마음이 없는 몸은 살아있는 몸짓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서 국학기공 수업에 대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국학기공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몸과 마음의 성장을 두루 살피며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결국 변화의 주체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 첫 시간. 간단한 동작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관절 상태, 몸의 앞뒤, 좌우의 균형 상태, 유연성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명 ‘자기 몸 점검’ 시간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를 통해 ‘나는 왜 안되지?’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보고 느끼면서 ‘왼쪽 어깨보다 오른쪽 어깨가 잘 안돌아가네.’ ‘왼발보다 오른발로만 섰을 때 중심이 잘 잡히네.’와 같이 자기 몸 안에서의 발견을 중심으로 하여 진행한다.
또 한가지! 교사는 학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뒤, 좌우 균형이 어긋나 있어요.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듯이~. 그러니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평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다만, ‘내가 이렇구나’라고 하면서 자기 자신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라고. 이것이 ‘몸을 통한 자기 바라보기’의 첫걸음이다.
가볍게 해보는 ‘자기 몸 점검’ 시간에 학생들은 의외로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해 집중을 잘 하는 편이다. 여기서 학생들 서로 간의 비교도 있지만 스스로의 몸에 대한 관심을 갖는 ‘자기 사랑’의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몸에 대한 관심은 국학기공 동작을 배우면서 이어져 나간다. 다리를 양 옆으로 하여 서더라도 두 발바닥을 느끼고, 가슴과 허리에 과도한 힘을 주지 않도록 하고, 시선은 수평을 유지하되 저 멀리를 편안하게 바라보며, 척추는 바로 세운다.
교사의 섬세한 지도 멘트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몸 부분마다의 느낌을 느끼고 체크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동작 하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작이 나오기까지 몸의 여러 부분들이 이어져 협업을 하는 감각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자기 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 학생들이 국학기공 동작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이제부터는 ‘국학기공 맛내기’ 과정에 들어서게 된다. 외운 동작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작들에 호흡을 입힐 때에는 “숨을 들이마시고 오른손을 뻗으면서 후~ 하고 숨을 내쉽니다.” 몸의 움직임과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맞추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몸을 새롭게 느끼게 되고, 늘 해왔기에 무심했던 호흡에 마음을 싣게 된다.
이 과정을 학생들은 처음 해보는 경험인 듯 신기해하면서도 힘들어하고 어려워한다.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할 때는 간단한 놀이로 잠시 쉬어가거나 잘하는 친구를 앞에 세워 시범을 보이게 하면서 학생들의 하고자 하는 마음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학생들과 밀당(밀고 당김)을 한다. 수업 역시 학생들이 하고자 할 때 성립되는 것이기에 학생들을 모니터링 하는 교사의 안테나가 순발력 있게 작동해야 한다. 그것이 제자 사랑의 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국학기공 동작에 ‘호흡 입히기’가 되면 동작마다의 ‘맛’을 내기 위해 학생들에게 ‘느끼면서 표현하기’를 요구한다. “가슴이 편안해지도록~” “척추가 바로 서 있는지 느껴봅니다.” “지구를 들어 올리듯이~” 교사는 ‘가슴’ ‘척추’ ‘지구’를 언급하지만 학생들은 각자의 뇌에서 떠오르는 그 무언가를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사가 전하는 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학생 나름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표현’에는 맞고 틀림이 없다. 학생 자신의 느낌이면 된다.
학생들의 뇌에 입력된 정보가 그 학생만의 고유한 색깔로 물들어 출력되는 그 과정을 통해 학생들 안에서 국학기공이 소화되는 것이다. 즉, 학생 개개인마다의 느낌과 표현을 존중하는 것이 교사의 몫이기도 하며, 학생 자신 역시 본인이 직접 체험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자신을 믿는 마음, 자신감 이라고 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의 동작과 호흡은 점차로 하나가 되어간다. 국학기공 동작에 숨이 실리고 숨과 함께 학생들의 마음이 실리게 된다. 이 때 학생들은 일상적인 몸 움직임을 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과 함께 몸과 마음이 하나인 집중 상태, 몰입을 체험하기도 한다.
이렇게 학생들의 몸과 마음에 국학기공이 스며들고 학생 자신의 변화를 스스로가 느껴 나간다. ‘국학기공이란?’이라는 질문에 학생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몸짓 하나하나에 나의 기운을 담아 열심히 움직이는 것’, ‘몸이 건강해지는 것만 아닌 정신도 건강해지고 성격도 고쳐주는 것’, ‘내 자신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 ‘리듬, 호흡, 박자를 맞춰가며 천천히 자신의 몸을 생각할 수 있는 운동’.
참 고맙게도 국학기공 선생님인 내가 수업을 통해 전해주고 싶었던 바를 오롯이 받아 자신의 것으로 체화(體化)하는 제자들이 있기에 나는 국학기공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을 본다.
글. 최정임
25년차 중학교 과학교사이다. 초임시절부터 ‘상담’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국학기공 수련을 하면서 몸짓 하나, 숨 하나를 통해 나를 바라보며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신기하게도 ‘상담’에 대한 갈증이 사라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