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머리가 좋아진다

달리면 머리가 좋아진다

[뇌와 운동]

뇌2003년6월호
2010년 12월 22일 (수)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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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자에 앉아 죽은 사람보다 안락의자에 앉아 죽은 사람이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대인이 가진 대부분의 질병은 운동부족에서 기인한다. 하여,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운동이 몸에 좋은 이유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서는 조깅 등의 운동이 몸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두뇌의 신경세포를 생성시킨다는 결과에까지 이르고 있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달리기가 붐이다. 3~4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달리기 열풍’은 ‘마라톤대회 포화상태’를 낳을 정도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작년 한 해 개최된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만도 전국적으로 3백여 개. 마라톤 풀코스 참가자 수는 1998년 이후 매년 1백% 이상 증가해 지난 해 국내 마라톤대회 풀코스 참가자만 4만여 명에 달하고, 달리기 인구는 1백20만~1백6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 아파트 주변, 강변, 공원, 학교 어디에서든 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달리기는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분명한 흐름이 된 것이다.


삶이 확 달라진다는 ‘달리기 예찬’

달리기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운동 중 하나이다. 학계에서는 운동이 심장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암을 예방한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었다. 특히 달리기는 전립선암이나 대장암처럼 급증하는 선진국형 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암은 모두 호르몬 분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내 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깨지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암으로 발전하기 쉽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달리기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건강을 위한 운동 붐이 일어나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부터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운동을 지속하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격렬한 운동 후에 긴장과 걱정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격렬한 운동을 한 후 2~5시간 동안 긴장과 걱정이 감소된다고 연구자들은 보고한다. 특히 우울증이 있거나 자신감이 낮은 사람은 운동 후 우울증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세계적 건강 잡지인 러너스 월드 Runner’s world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적 균형과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정신적인 건강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스트레스란 용어를 처음 도입한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헌스 셀리 박사의 실험을 통해 운동이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실험은 10마리 쥐에게 환한 빛과 큰 소음, 전기 충격 등의 스트레스를 한 달 동안 계속 가하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10마리 쥐 모두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병들어 죽고 말았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또 다른 10마리 쥐에게 이전과 같은 스트레스 환경을 가했고, 대신 앞의 쥐들과 달리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게 했다. 한 달 후 쥐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남았다. 이 실험을 통해 셀리 박사는 신체적 운동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파괴의 완충 역할을 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달리기는 침울한 기분을 몰아내고 기쁨을 유발시키는 것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일조한다. 조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풍이 땀에 젖은 몸을 스치고 지나갈 때 불현듯 전신에 퍼지는 행복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 때가 바로 뇌에서 엔돌핀이 분비되는 때이다. 이런 이유로,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충만함을 만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학습능력이 향상된다








달리기를 한 쥐의 해마(a)가 운동을 하지 않은 쥐의 해마(b)보다 훨씬 발달하였다.


(캘리포니아 얼바인대학 칼코트만 박사팀 연구)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이 두뇌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운동을 하면 두뇌에 산소공급이 원활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운동이 뉴런의 성장과 뉴런 간의 더 많은 연결을 촉진하는 뉴로트로핀을 두뇌에 제공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린업의 실험에 따르면 다양한 환경에서 운동을 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뉴런간의 연결 수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운동을 한 쥐들은 운동을 하지 않은 쥐들보다 뉴런 주변에 미세한 가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Greenough & Anderson, 1991).

또 신경과학자들은 운동이 뇌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단백질인 BDNF를 배출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Kinoshita, 1997). 이렇게 분비되는 물질이 서로 의사소통하는 뉴런의 능력을 촉진시킴으로써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 한편 미국 일리노이대학 처칠 교수의 쥐 실험 결과에 따르면 운동은 뇌 혈류를 개선시킴으로써 뇌세포의 사망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캘리포니아에서 1백24명의 피험자들을 운동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누어 실험한 결과 매주 75분씩 운동을 한 집단은 반응시간이 빠르고 사고가 우수했으며 기억을 잘 하였다(Michaud & Wild, 1991).

이런 이유로 교육계에서는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운동 시간이 필요하다고 권장해 왔다. 실제로 5백 명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캐나다의 한 연구에서는 매일 체조를 한 학생들이 체조를 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Hannaford, 1995). 쿤과 게이지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이 화학물질은 장기기억의 형성을 담당하는 두뇌의 중요한 부위인 해마에 있는 뉴런들을 죽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운동이 두뇌와 학습을 자극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Kempermann, Kuhn & Gage, 1997). 따라서 유아교육에서는 어렸을 때의 오감훈련이 뇌 발달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두뇌의 자극을 위해서 매일 30분 이상의 체육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아이의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한글이나 수를 가르치는 것보다 부모가 아이들과 달리기 등을 하면서 자주 노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이처럼 운동은 근육, 심장, 허파,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저핵, 소뇌, 뇌량 등 두뇌의 여러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뇌 속 신경전달세포인 뉴런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최근 운동 중에서도 특히 달리기를 했을 때 체력과 정신건강이 향상되는 것뿐 아니라 머리도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노화와 치매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대학 칼 코트만 박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매일 조깅을 하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두뇌가 발달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매일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한 쥐와 운동을 하지 않은 쥐의 뇌를 비교 촬영해 본 결과 달리기를 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해마가 훨씬 발달한 것을 확인하였다. 해마는 인간의 두뇌에서 학습과 기억 능력을 담당하는 기관이므로, 달리기가 기억력 증진과 학습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느림보 러너가 되자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의 프랭크 부스 박사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부터 활발한 신체적 활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가 더 많이 움직일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습관이 계속되지 않으면 질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이 아니라 무한경쟁 시대에 자신의 두뇌를 더 잘 개발하고, 기억력을 높이고,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달리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무리한 목표를 세우거나 의욕만 앞세우는 달리기는 금물이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달리기는 제대로만 하면 더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가볍게 보다가는 각종 부상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가벼운 조깅을 통해 미리 체온과 맥박을 올려놓는 것, 뛰다가 가슴이 심하게 아프면 무조건 속도를 천천히 줄이면서 멈추는 것,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달릴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달리는 것 등의 수칙을 지켜야 한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한 경험이 있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 <하루키 일상의 고백>에서 “우리는 장수하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다. 설령 단명短命한다고 하더라도 그 짧은 인생을 어떻게든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자신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해 보자.

글│전채연 missingmuse@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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