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떠날 건가요?”
나는 부인했다. 그의 슬픈 눈초리를 피하기 힘들었다. 수용소에서 친구와 함께 탈출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나를 엄습했던 불편한 감정이 점점 더 심해졌다. 나는 갑자기 운명을 내 손으로 잡겠다고 결정했다. 막사 밖으로 뛰어나와 친구에게 같이 탈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연한 태도로 환자 곁에 남겠다고 한 순간 불편했던 감정이 사라졌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소 막사에 남아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빅터 프랭클의 숭고한 결정은 분명 멋지다. 문성준씨(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 단월드 분평센터 수석원장)는 그의 결정을 ‘자존감’이라고 말한다.
▲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자 단월드 분평센터 수석원장 문성준씨, 그는 공동체 감각에서 행복의 원리를 찾는다.
“빅터 프랭클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선택한 거예요. 어떤 환경에서도 진심으로 마음 편할 수 있는 결정이죠. 그의 자존감은 공동체 감각을 선택하는 힘이었습니다.”
문성준씨는 ‘공동체 감각’ 탐구를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다. “아버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수성가로 성공한 분이었지만, 높은 자리에 오르고 얼마 후 간경화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성공해도 저렇게 빨리 떠나 버리면 다 소용 없지 않아?’라고 생각 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제 삶의 최종 목적은 성공이 아니었죠.”
“사회 복지를 배워 남을 돕고 싶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마음 밑바닥에는 이기적인 본심이 깔려 있었죠. 그 때 당시 제가 가졌던 마음은 진정한 공동체 정신이 아니었어요. 남과 나를 분리하는 마음이었죠. 저는 진심으로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남을 돕는 멋진 나’를 증명하고 싶었던 거예요. 타인과 나를 분리하는 의식이죠.”
문성준씨가 스스로의 마음을 냉철하게 되돌아 본 계기는 단월드에서 진행하는 행복워크숍(심성)에서였다. “심성 프로그램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은?’을 계속 되뇌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 때 진짜 마음을 알게 되었죠. 진짜 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체험을 추구했어요. 공동체 감각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진 가정환경을 원망하면서,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했던 거예요. 좋은 일을 하려는 제 마음 아래에는 항상 원망이 있었어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힐링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원하는 진정한 사회 복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요.”
그는 공동체 감각을 나무에 빗대어 설명했다. “나무는 혼자 자라지 않아요. 나무 한 그루 속에는 햇빛과 계절들, 물이 함께 들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죠. 저는 혼자 태어나지 않았어요. 혼자 자라지도 않죠. 순간마다 저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은 모든 사람들과 생명들이 ‘내 안에’ 있는 거예요.”
인간은 원래 이타적이다. 그래서 힘든 사람들을 볼 때 외면해 버린다. 역설적이지만, 아픈 사람들을 보면 공감이 되고 그 아픔이 느껴지니까. 이타심은 원래부터 우리 안에 있지만 꺼내 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진정한 공동체 감각은 타인을 나와 같이 여기는 마음이에요. 그들의 마음을 느끼고, 나와 타인의 입장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전체보기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홍익 정신’이죠.”
▲ 문성준씨는 매일 청주시민들을 카운슬링 한다. 그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문성준씨, 그는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고 상담자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돕는 카운슬링 전문가다. 시민을 힐링하는 그의 활동이 더 행복한 공동체 ‘청주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글/사진 : 김희정기자 br-m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