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역할에도 코칭 필요. 사자와 소의 사랑은 이제 그만

“제 목표는 명상으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겁니다.” 브레인트레이너 김나현씨 인터뷰

“출산의 아픔보다 더 무서운 게 뭔 줄 아니? 아기는 한번 나오면 계속 있다는 거야.” 언젠가 미혼인 나에게 둘째를 임신한 친구가 말했다.

들은 지 5년이 넘었는데도 당시의 장면까지 또렷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 속에 담겨 있는 부모의 절절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배변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존재가 나만 바라보고 있을 때, 혹시나 내 품의 이 아이가 잘못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 했던가. 말도 못하는 아이가 아파서 울기라도 하면 온 세상이 ‘쿵’하고 무너져 내리는 기분은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그때는 저 아이에게 내가 온 세상이었는데.’ 청소년기를 맞이한 자녀들을 보면서 부모들은 생각한다. 내 자신 같던 아이가 이제 자신의 인생을 살려 한다. 내 말에 자꾸 시비를 걸고, 서로가 가족이라는 것도 잊고 싸우는 일이 부지기수다.

▲ 국가공인브레인트레이너 김나현 씨. 현재 단월드 시지센터 원장이다.

부모 코칭 전문가 김나현씨(단월드 시지센터 원장,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을 ‘자기 화해 명상’으로 위로한다. 

“부모님들은 자신이 받지 못했던 것을 자녀에게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닐 때가 많아요. 제가 만나는 어머님들은 대체로  그 시대에 여자로 태어나 꿈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자녀를 통해 자신의 못 다 이룬 꿈을 펼치고 싶어 합니다.”

사자와 소의 사랑이다. 사자는 고기를 소에게 주면서 계속 먹어보라고 하지만, 소는 원래 고기를 먹을 수 없어 사자의 관심과 애정이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소가 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저 풀만 있으면 행복할 뿐이다. 김나현 씨는 아이를 부모 방식대로 ‘잘’ 키워보려는 마음을 바꾸자고 말한다.

“아이를 자기 방식대로 키우고자 하는 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마음과 깊은 연관이 있어요. 아이를 예의 바르게, 똑똑하게 키워서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거예요. 부모 자신의 단점을 아이도 가졌다고 생각하면 참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아이들은 정보에 무방비하기 때문에 부모가 혼을 내면 논리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지 못해요. 심할 경우 부모에게 혼날 때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 지점부터 부정적인 사이클이 반복되기 시작해요. 자연히 아이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게 되고, 그런 아이가 자라서 부모가 된다면 똑같은 훈육을 하게 되겠죠.”

악순환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 받아 반복하는 불행이라니. 김나현씨는 이 악순환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치유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명상을 하면서 부모님부터 감정을 풀어내야 해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신에게 ‘괜찮아. 너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하고 위로해 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잘난 나, 못난 나 구분 없이 ‘나’를 받아들이고 나면 외부로 향하는 시선도 전보다 편안해져요. 그 편안한 시선을 가장 먼저 받는 게 내 가족들이고요.”

어린 시절 자신에게 돌아가 화해를 시도하라고 말하는 김나현씨. 그도 어릴 때 착한 딸이 되고 싶어 최선을 다했던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동생이 내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바닷가에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어요. 부모님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으셔서 처음에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하셨죠. 저는 그 후 수천 번 생각했어요. ‘내가 만약 자전거를 빌려주지 않았다면 동생은 죽지 않았을까?’하고요. 모든 게 제 탓 같았죠. 그 때부터 부모님 말이면 무조건 잘 들었어요. 부모님이 원하는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을 가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답답해서 목 놓아 울고 싶어졌어요.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았거든요.”

▲ 브레인트레이너 김나현 씨는 "상처 받은 사람에게 충고는 필요 없어요. 함께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자신과 화해한 부모들이 많아져 대한민국이 행복한 가정으로 가득 찼으면 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찾아봐도 울 장소가 없더라고요. 마음껏 슬퍼하기 위해서 명상을 시작했어요. 단월드 자아발견 프로그램 ‘심성’ 코스를 이수하면서 비로소 한바탕 울 수 있었어요. 그 때서야 마음 속 솔직한 이야기를 겉으로 표현 할 수 있게 되었죠. 흔한 단어인 명상이 저에게는 자아 찾기 과정이었어요.”

몇 십 년에 걸쳐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한 김나현 씨. 그는 어느 날 부모가 되어버린,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면서 하루하루 큰 보람을 느낀다.

“상처 받은 사람에게 충고는 필요 없어요. 함께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스스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주면 좋겠어요. 자신과 화해한 부모들이 많아져 대한민국이 행복한 가정으로 가득 찼으면 해요. 그것이 제가 20년 넘게 품어 온 목표입니다.”  


글/사진: 김희정 기자 irhsl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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